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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오롱 정리해고자들의 집회 모습 [출처: 코오롱 정투위] |
노조 집행부 선거에서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코오롱노동조합은 22일, 전날 실시된 제10대 임원선거에서 최일배 위원장 후보 등 '코오롱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정투위) 소속 후보 6명이 전원 당선되었다고 밝혔다.
최일배 신임 위원장은 이날 투표자 901명(전체 조합원 928명) 가운데 454표(50.39%)를 얻어, 430표를 얻은 김홍렬 후보를 제치고 위원장에 당선됐다.
최일배 위원장은 "지금 코오롱에서는 사측의 철저한 현장통제와 억압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런 악조건 속에서 나온 이번 결과는 꺼져가는 노조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조합원들의 간절한 염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그는 "현장에서 주신 한표 한표는 피눈물이 고인 것"이라며 "모든 걸 던질 각오와 결의를 가지고 투쟁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일배 위원장을 비롯한 신임 집행부는 지난 2월 코오롱으로부터 정리해고되어 '정투위'를 구성, 지금까지 150일이 넘게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
(주)코오롱의 노사합의 파기와 거듭되는 구조조정
코오롱 노조는 지난해 8월 25일, (주)코오롱의 폴리에스테르 생산라인 철수 및 인원감축 요구에 맞서 64일간의 파업을 벌인끝에 △신규공정 유치 △고용보장 등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주)코오롱은 지난 해 12월 노사합의를 깨고 과천 본사·구미·김천·경산 등 전체 직원의 38%(1,182명)에 이르는 대대적인 인원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결국 노사는 올해 2월 1일 임금 15% 삭감을 전제로 생산직 509명을 조기퇴직으로 인원감축하는데 합의했으나, (주)코오롱은 조기퇴직자의 숫자(431명)가 목표량에 미치지 못한다며 노조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78명을 정리해고 했다. 이에 노조는 합의무효를 선언했으며, 정리해고자들은 지난 2월 21일 정투위를 구성하고 지금까지 활동해 왔다.
"억눌린 만큼 되갚아 주겠다"
신임 집행부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만성적 구조조정의 불안에 시달리는 현장조합원들이 회사에 맞서 고용을 지킬 것을 선택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주)코오롱은 지난 92년 이후로 매해 평균 200명 가량을 감축해 왔다. 유일하게 노조가 존재하는 구미공장만 하더라도 91년 3,278명에 이르던 전체 조합원의 숫자는 현재 928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또한 노조의 불안정한 현장복귀와 장철광 위원장 구속이 이어진 지난 해 9월 이후, 코오롱노조에 대한 회사의 무차별한 지배개입이 이루어져 현장 조직력은 심각하게 악화된 상황이다.
신태석 정투위 대표는 "우리는 선거운동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 저지와 회사의 지배개입을 막기위한 투쟁으로서 선거에 임했다"며 "생존권 확보의 길이 여기에 있음을 조합원들이 인식한 결과"라고 평했다.
한편, 해고자의 경우 노조원으로서의 신분이 중앙노동위원회까지 밖에 인정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정투위는 부당해고구제신청이 지방노동위원회에 의해 기각된 후인 6월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중노위 심판이 통상 7-8개월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임 집행부의 합법적인 활동은 심판회의를 연기하더라도 10개월 가량인 셈이다.
이와 관련 신태석 대표는 "어차피 구조조정 싸움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며 "정리해고 분쇄를 걸고 그 안에 끝장을 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