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나서서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정맥인식기를 도입하는 등 대학 내의 정보인권에 대한 불감증이 만연해 인권단체들이 문제제기 하고 나섰다. 9일, 국가인권위 앞에서는 정보인권활동가모임 주최로 대학의 정보인권 불감증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기숙사의 정맥인식기 운영 중단을 요구하는 진정서와 2006학년도 대학입시수시전형과정에서 주민등록증만을 신분증으로 인정해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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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기숙사는 현관 출입 시스템을 손등 정맥의 혈관을 인식해서 출입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하면서 기숙사생들에게 이에 대한 설명없이, 개인의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 하는 생체정보를 어떠한 동의도 없이 수집했다. 이에 현재 서울대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 김종윤 씨 등 3명은 "서울대 기숙사의 이번 생체정보 수집은 절차상의 문제는 물론이며 생체정보를 수집한다는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했다. 김종윤 씨는 "기숙사 출입 시스템의 목적은 기숙사생임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필요한 정보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서울대 기숙사는 기존의 카드키를 이용해서 기숙사생임을 확인하는 출입 시스템에 큰 문제점이 없는데도 개인의 고유한 생체정보를 수집하게 되는 정맥 인식기 시스템으로 변경했다"며 개인정보 수집에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이번 서울대 기숙사의 생체정보수집 과정을 비판했다.
학생들의 반발이 있자 정보통신부는 "생체정보를 수집할 때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지침을 새로 마련하기로 했으며, 서울대 측은 "오는 2학기부터 기숙사생들 동의를 얻어 정보를 재입력하고 정맥인식기를 사용하지 않는 기숙사 건물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낸 학생들은 "개인의 고유한 생체정보 수집은 다른 개인정보와 연동되어 오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며 정맥인식기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보인권활동가모임은 "사회적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생체정보 수집과 사용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우려스럽다"며 "더 이상 법적인 근거없이, 본인의 동의도 없이 이뤄지고 있는 생체정보 수집 중단을 요구하며, 또한 단지 동의만 얻는다면 불필요한 생체정보를 수집해도 된다는 결정이 아닌, 생체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있는 편의주의적인 행정이 명백하게 인권침해임이 밝혀져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의 생체정보에 대한 빠른 입장정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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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기숙사 정맥인식기 관련 진정인 대표 학생이 진정서를 내고 있다. |
주민등록증 없으면 대학입시 볼 수 없어
이어 2006학년도 대학입시전형에서 지문날인이 있는 주민등록증만을 신분증으로 인정한 것에 대한 규탄이 이어졌다. 지음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학생증도 공인된 신분증임에도 입시부정방지라는 명목으로 지문날인이 있는 주민등록증만을 신분증으로 인정하면서 수많은 인권침해가 발생하였다"며 국가인권위가 국가에 의한 전국민 지문날인제도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정보인권활동가모임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한국외대 등 대부분의 대학들이 주민등록증이 있어야 시험을 치룰 수 있게 되어있으며, 건국대의 경우 지난 7월 29일, 주민등록증이 없는 전형자에게 입학처에서 따로 불러 수험번호와 이름이 적힌 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게 하는 등 전형자들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신분증 인정 기준을 보면 은행 거래 시 본인확인용으로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학생증과 청소년증이 기본 신분증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신분증 인정 기준 공직선거관리규칙82조2항에 따르면 관공서 및 공공기관이 발행한 사진이 부착되어 있는 신분증의 규정에 의거 국공립, 사립학교에서 발행한 학생증 역시 신분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정보인권활동가모임은 주민등록증만을 신분증으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학문의 다양성과 자유로운 생각을 보장해야 할 대학에서 단지 입시의 효율성만을 내세워 전형자들에게 획일성을 강요 △전근대적인 지문날인제도를 고착화하는 결과 △지문날인반대자에 대한 차별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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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입시 주민등록증만 신분증으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정보인권활동가모임이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