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파업'을 '전국 총파업'으로

10월 28일 경기비정규연대 하루파업 현장

10월 28일 오전 10시, '경기비정규연대 하루파업'에 참여하고자 수원역 광장에 모인 노동자들은 100명을 넘어섰다.

기아 화성, 두원정공, 케피코, 로템, 우창전기, 한원CC, 여주CC, 뉴코아, 건설 현장 등 소속된 사업장도 다르고 정규직, 사내하청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 고용형태도 다르지만 이들은 야간노동을 마쳤거나, 월차를 내거나 하여 하루파업에 참여하고자 모인 경기지역의 노동자들이다.

"학습지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권리를 외칠 것"


이들이 버스 2대와 승합차에 나누어 타고 수원역을 출발해 10시 50분경 도착한 곳은 오산에 위치한 눈높이대교 경기남동본부. 눈높이대교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학습지교사들 사이에서도 악랄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사업장으로, 이곳에서 해고된 권미현 조합원이 꿋꿋이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권미현 조합원은 생계가 어려운 회원의 회비 8만 5천원의 납부기한을 유예해 준 것을 이유로 눈높이대교로부터 '회비 횡령' 명목의 해고를 당했다. 권미현 조합원은 "학습지교사는 아이를 잘 가르치던 못 가르치던 아무 상관이 없다"며 "회사의 의사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행동을 하면 곧바로 해고다"라고 전했다.

눈높이대교 경기남동본부 앞 집회에서 발언에 나선 권미현 조합원은 "예전에는 레미콘 노동자나 보험 설계사, 경기보조원들이 우리 학습지교사와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우리가 똑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학습지 노동자도 이제라도 단결하지 않으면 착취당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김호중 경기서부건설노조 위원장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통을 당하면서도 수년간 앞장서서 투쟁해온 만큼, 우리의 힘으로 단결해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주장했다.

제법 쌀쌀하고 흐린 날씨의 오전에 열린 집회인 터라 하루파업단은 차가운 보도블럭에 앉아 연신 옷깃을 여며야 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수의 하루파업단이 조직된 때문인지 시종 활기찬 분위기로 첫 집회가 진행됐다.


대교 앞에서 집회를 마친 후에는 "대교는 부당해고 철회하라", "비정규직 철폐하라"는 구호가 담긴 소자보를 참가자들 모두가 건물 외벽에 부착했다. 물론 대교 측에서 단 5분도 안되어 백여 장의 소자보들을 말끔히 떼어내긴 했지만.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투쟁의 장소로 행하면서 이 광경을 본 하루파업단은 "강력본드로 붙였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루파업단은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도 쉬지 않았다. 요즘 뜨는(?) 투쟁가인 '파견법 철폐가'를 한소절씩 배워 부르며 투쟁의 열기를 이어 가고, 마이크를 동원해 모든 참가자가 한마디씩 자기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 등 버스 안 분위기도 시종 화기애애했다.

"불법체류자 한 명 잡아올때마다 수당 준다"


하루파업단이 두번째 투쟁 장소로 선택한 곳은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다.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의 4층과 5층에는 단속 연행한 이주노동자를 외국인보호소로 이송하기 전까지 임시로 보호(?)하는 시설이 있다.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앞의 집회에는 샤킬 서울경인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 수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참석해 많은 격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양동규 민주노총 경기본부 부본부장은 얼마전 있었던 마석에서의 이주노동자 집단 연행 시도에 중소기업인들과 주민들이 9시간 여를 막아내며 투쟁한 것을 예로 들며, "이미 한국 경제의 주체인 이들을 이땅에서 폭력적으로 내쫓을 수 없다는 사실,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합법화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장 전투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조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는 이주노동자와 당연히 연대할 수밖에 없다"며 "정규직이 연대하지 못하고 있음을 한탄하지 말고, 자발적이고 선도적으로 투쟁하여 지역과 전국으로 투쟁을 확장하자"고 주장했다.

샤킬 서울경인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여기 모이신 동지 여러분이 반갑지만, 이 건물과 장소는 반갑지 않다"며 "우리는 강도짓을 저지른 범죄자가 아니라 조금 더 살기 위해, 가족의 행복을 위해 피땀흘려 일할 뿐"이라고 호소했다. 샤킬 직무대행은 "출입국 직원들이 어디든지 다니며 밥먹을때나, 화장실에 있을때나 가리지 않고 연행하고 있다"며 "인간 사냥과 단속의 즉각적인 중단을 위해 죽거나, 살거나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출입국에서는 '이주노동자를 연행해 오면 한 명당 얼마'라는 식으로 값을 매겨 일당직을 고용하기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적이다.

장명권 케피코노조 조합원은 "비정규직 투쟁과 함께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투쟁이 이주노동자 투쟁이다"라며 "93년 산업연수생제 도입 이후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이땅에 들어와 뼈빠지게 일했지만 정부와 자본은 프레스에 손이 잘려도 본척만척하고 몇 푼 안되는 임금도 어떻게 하면 떼어먹을까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며 이주노동자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집회를 마친 후에는 준비한 계란을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건물에 던져 항의 표시를 했다.


두 명의 조합원으로 복직투쟁 벌이고 있는 여주장례식장노조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앞 잔디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3시 30분경 하루파업단이 도착한 장소는 '여주장례식장'이었다. 위의 일정들이 진행되는 동안, 상복 차림으로 눈길을 끌었던 두 명의 노동자가 앞으로 나섰다.

장례식장 직원들이 이미 앞마당에 나와, 음향 설치를 막고 있었다. 이들은 "지금 사장도 없는데 왜 여기서 집회를 하려고 하냐"며 불만을 터뜨렸지만 물리적 충돌 없이 예정된 집회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단 장소가 장례식장이고 유족들이 안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 30분간의 짧은 집회로 진행했다.

여주장례식장 노동조합에는 단 두 명의 조합원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해고자다. 이 두사람은 장례식장에 들어오는 시신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닦고, 때로는 사고로 절단난 시신을 꿰매어 수습하는 일을 하는 '염사'로, 장례식장 직원 전원을 비정규직화하려는 사장의 계획에 반대해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여주장례식장노조 조합원은 "이런 조그만 도시인 여주에서, 경기지역의 동지들이 움직여 주지 않으면 몹시 힘들때가 많다"며 하루파업단을 향해 거듭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권영식 조합원은 "저는 부인과 두 아이와 살아가는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글을 읽어내렸다. 권영식 조합원은 "만약 사장이 전 직원을 비정규직화하려는 음모를 꾸미지 않았다면, 그대로 예전의 삶을 살아갔을 것"이라며 "'노예계약서'에 서명하지 않는다고, 노조에 가입했다고 부당해고됐지만 비정규직이 될 수 없어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1일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두 조합원은 여주장례식장 자본의 행위가 자신들과 가족들을 죽였다는 의미로 상복을 입고 투쟁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집회 말미에 '근조 악덕사업주'라는 글씨가 새겨진 천을 발로 밟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리본 달았다는 이유로 77일째 대기중인 여주CC노조

하루파업단의 마지막 방문지는 여주CC 노동조합이었다. 이제까지의 투쟁 장소와 달리, 여주CC는 골프장답게 주차장도 넓어 버스 두 대가 어렵지 않게 정차할 수 있었고 여주지역 노동자들의 결합으로 150여 명으로 불어난 하루파업단이 넉넉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하루파업단의 한 참가자는 주차장에 가득한 고급 승용차들을 보며 "평일 낮에 골프치러 다니는 놈들이 이렇게나 많아?"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주차장 너머로 보이는 서양식 건물과 까마득히 솟은 골프장의 푸른 그물이 위용을 자랑했지만 주차장 한켠에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는 컨테이너 박스엔 '비상대기 77일차'라는 문구가 걸려 있어, 그곳이 노동조합 사무실임을 짐작할 뿐이었다.


조봉길 여주CC노동조합 위원장은 "어떤 XX가 통계를 내는지 몰라도, 노동부에서 비정규직이 줄었다고 하는 얘기를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여주CC는 2004년 체결한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은 채 오히려 상여금 300% 삭감안을 밀어붙였으며, 단지 이에 항의하는 내용의 리본을 패용했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에게 전혀 일거리를 주지 않은채 77일째 대기시키고 있다.

물론 대기기간동안의 임금은 주어지지 않고 있으며, 노조 시설물 철거와 조합원 대상의 물리력 사용에 동원한 비조합원들에게 외려 5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기까지 하고 있다.

여주CC노조 조합원들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하루파업단을 맞이하며 막걸리와 파전을 내놓으며 환영하는 등 기운찬 모습을 보여 하루파업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루 파업의 시도가 전국으로 확산되길"

여주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다시 출발장소인 수원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 30분. 하루파업단은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마지막 순서인 문화제를 열었다.

경기비정규연대 의장인 김부영 한원CC노조 위원장은 "경비연이 앞장선다는 의미로 이번 순회투쟁을 기획하게 됐다"며 "하반기 비정규법 개악과 로드맵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87년에 노동자들이 광장에 모여 투쟁했던 그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부영 의장은 "자본이 노동자들을 마음껏 착취할 수 있게 될 비정규법과 로드맵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무 민주노총 경기본부장도 "모두가 노동의 절망을 이야기할때 우리는 투쟁으로 희망을 말하자"며 "경기비정규연대가 모범적으로 실천해 왔으며, 오늘 거쳐온 곳곳에서 하반기 총파업이 들불처럼 일어날 것임을 확신한다"고 격려했다.

[출처: 경기비정규연대]

문화제에는 이천여주양평지구협 율동패, 뉴코아노조 노래패와 율동패, 한원CC노조 율동패 등 경기지역 노동자들이 대거 참석해 흥을 돋웠고 마지막 대동놀이로 하루파업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이날 하루파업은 노동조합의 공식적인 체계 하에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조직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경기비정규연대의 이같은 시도가 다른 지역, 전국적인 총파업 분위기에 일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루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내리는 평가들은 이랬다.

"언제까지 민주노총 일정만 딱딱 맞춰서 해야 하나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가만히 있을수만은 없잖아요"
"이번에 경기 지역에서 한 것처럼,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시도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말

경기비정규연대(경비연)는 지난 4월 '경기비정규연대회의(준)'라는 이름으로 준비모임을 가져왔고, 7월에 공식 출범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전비연)와 달리, 비정규직 투쟁에 뜻을 같이 하는 정규직노조 및 경기 지역의 노동사회단체와 현장조직들에게도 참가를 열어 놓고 있으며, 개인 활동가도 참관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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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연 , 하루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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