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재판부 쿤퉁 법원은 불법 집회 및 공공질서 위반혐의에 대해 경찰이 기소한 한국 집회 참가자 11명에 대해 심야 구속적부심을 진행해 '보석신청을 기각'하고, 경찰의 구속 수사를 허가했다. 또한 현재 머물고 있는 구치소의 시설 개선 요구에 대해 홍콩 재판부는 좀더 나은 시설의 배치를 결정하며 11명을 Wang Tai Sin Police station, Chi Wan Ahan Police station, Sau mau Ping Police station 등 3곳으로 분산 배치됐다.
현재 구속된 집회참가자들은 쿤퉁법원의 유치장으로 신병이 인계됐고, 이후 불법집회에 관한 부분 뿐만 아니라 경찰관 폭행, 공공기물 파손 등 혐의에 대해 홍콩 경찰의 추가 조사를 받게 된다. 홍콩재판부는 오는 23일(금) 오후 2시 30분(홍콩시간) 정식 재판의 사실 심리를 진행해 이날 유, 무죄 및 형량이 결정한다.
11명의 한국민중투쟁단 소속 기소자들과 대만, 일본 등 3인의 외국 기소자들도 법정에 나와 재판과정을 지켜봤다. 한국민중투쟁단 소속 1인의 겨우 머리에 부상의 흔적으로 큰 붕대를 대고 있었으며 그외 미비한 홍콩 구치소의 시설에 기인한 듯 좀 피곤한 모습이었다. 양경규 민주노총 참가단장은 재판을 마치고 들어가며 "걱정 말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구속적부심에서 한국 집회참가자의 변호를 맡은 스티븐 류 변호사는 "조셉쩐(陳日君) 천주교 홍콩 주교가 신원보증을 할테니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홍콩재판부는 "시위과정에서 강력한 폭력행위가 있었고 주거지가 일정치가않다"며 보석신청을 기각하고 구속 수사를 결정했다.
이날 보석이 기각됐지만 홍콩법에 근거, 3일 이내 다시 서류를 보완해 상급 법원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이날 홍콩법원은 한국 집회참가자 뿐 아니라 일본, 대만 인 등 3인에 대해서도 구속을 결정했다.
이날 진행된 구속적부심은 늦은 시간에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법정을 가득메웠고 재판장의 결과 통보와 동시에 참관자들 중에서는 '다운다운 WTO'의 구호가 외쳐지기도 했다. 또한 여러 홍콩 시민들은 '지지합니다'라는 한국말을 외치며 재판장에 나온 기소자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 쿤퉁법원 |
재판의 전 과정을 참관한 홍콩민중동맹(HKPA) 메이블 오우씨는 심사가 끝나자 한국인들에게 "힘내라"고 말을 건네며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HKPA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적극 협조하겠다"라며 이후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구속적부심이 진행되는 쿤퉁법원 앞에서는 100여명의 홍콩 시민들이 나서 피켓 집회를 하고 다양한 선전물들을 설치하며 홍콩 경찰을 비난, 기소자들에 대한 무죄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쿤퉁 경찰서 앞에서는 홍콩 시민 10여명이 노숙으로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무죄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쿤퉁법원에 연행된 60여명의 민주노총 소속 한국투쟁단이 나올 때 까지 그 자리를 지키며 한국투쟁단에게 지지를 표명했다.
한편 11명의 기소자 중, 부인이 만삭이었던 이상훈 전남 보성 농민의 경우 기소되어 있는 상황에서 부인이 아이를 출산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줄 잇는 홍콩시민들, 쿤퉁 법원앞을 메운다
홍콩시민들의 훈훈한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구속적부심이 진행되고 있는 쿤퉁법원 앞에는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홍콩 시민들 다수가 나와 '홍콩경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민주주의에 동의하면 한국인들을 풀어줘라', '무죄이다 석방하라'는 등 선전물을 붙이고 구호를 외치는 등 기소자들에 대한 석방을 요구했다.
또한 재판장에서 참관을 했던 다수의 홍콩 시민들은 재판장이 보석 기각의 사실을 알리고 재판장의 재판 종료 선언에 이어 구호기 외쳐졌다. 이들은 '다운다운WTO'외치며 강력하게 항의를 표시했고, 이들은 한국말로 '지지합니다', '힘내세요'라는 말을 준비해와 들어가는 한국참가단에게 그 말을 외쳤다. 또한 손을 힘들며 밝게 웃는 모습으로 인사해 들어가는 한국참가단도 힘껏 손을 흔들며 답례의 인사를 하기도 했다.
홍콩 경찰서 앞에서도 10여명의 홍콩 시민이 침낭을 준비해와 노숙 상태에서 경찰의 폭력 연행과 연행자들에 대한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며 항의를 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buy s uqao 씨는 오늘 하루 종일 법원 앞에 있었다며 "나는 한국 농민들의 싸움에 동의하고, 지난 15일 부터 빅토리아 공원에 매일 갔었다. 한국농민들에게 빵이나 편지를 가져다 주기도 했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오늘도 자신이 함께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녀는 오늘 대다수 석방되는 농민들을 위해 먹을 것을 챙겨 왔다며, 그들의 버스가 잠시라도 법원앞에 멈춰 섰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버스는 법원안에서 서둘러 출발해 가자 '이들의 숙소로 가는 한국인이 이것을 전해 줬으면 좋겠다'며 기자에게 전달해 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연행됐다 석방된 공공연맹 소속 여성 조합원들이 이날 법원 앞에서 나올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 여성이 다가와 자신이 가져온 옷가지와 머리끈 등을 이들에게 선물로 줬다. 그 여성은 '한국인들의 모습에 감동하고 지지한다'는 요지를 밝히며 중국 풍의 옷과 다양한 것들을 선물로 주며 그 자리를 지켰다.
또한 한 여성은 붓과 먹물과 줄을 가져와 한 쪽 손에 깁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손으로 붓을 놀려 선전물을 만들고, "이들은 무죄다, 경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는 선전물을 써 직접 선을 설치하고, A4 용지에 한자를 한글짜씩 적어 선전물을 연결해 설치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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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법원에서의 보석 신청의 의미는 '구속심사'인가 '불구속 심사'인가를 구분하는 재판과정이다. 이번에 보석신청이 기각됐다는 것은 홍콩 구치소에 억류하며 불구속 심사를 하겠다는 것으로 설령 보석신청이 허가 됐다 하더라도 11명은 여권을 압류당하고 홍콩법의 정식 법절차를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