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합원들은 회사문을 안에서 잠궜다. |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충무로 인쇄골은 아침부터 세상에 자신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인쇄물들이 이곳저곳으로 옮겨지느라 바빴다. 모두들 자신의 일자리를 찾아가고 있을 시각, 아침 8시 성진애드컴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사무실로 올라가 문을 잠궜다. 최소한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1년 반이 지났지만 사장은 만나주기는 커녕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와의 협상은 없다"고 큰소리치며 탄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들은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회사를 점거하고 투쟁을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이진훈 성진애드컴분회 분회장은 "관리자들이 우리에게 욕을 해대고, 조합원들을 해고하면서 노조를 탄압하는 사측의 행동을 우리는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었다. 1년 반 동안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이야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사측은 눈 한번 깜짝 안했고 말을 바꾸기 일쑤였다. 우리가 힘을 합쳐 만든 노동조합을 지켜가기 위해 점거투쟁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 연대단위들과 함께 집회를 열고 있다. 회사 옥상에서는 성진애드컴분회 조합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생리휴가를 받으려면 진단서 끊어와라"
사측의 탄압은 악날했다. 사측의 탄압에 20여 명이었던 조합원들은 이제 8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 1명은 해고까지 당했다. 사장 아들이고 회사 이사인 김세진 이사는 같이 일하는 노동자들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심한 욕은 물론이며 여성들에게는 언어적 성폭력까지 서슴치 않았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생리휴가라는 것을 알게된 여성노동자들은 사측에 생리휴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측은 "생리휴가를 받으려면 산부인과에 가서 생리증명진단서를 떼어와라"고 했다. 찾아간 산부인과 의사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한혜연 조합원은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하니까 관리자들이 니가 다방레지냐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노동자들은 그냥 체념하고 일했다. 이런 상황에서 생리휴가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고 전했다.
▲ 이진훈 성진애드컴분회 분회장 |
사측, 감시카메라로 일거수일투족 감시, 동료끼리 감시하도록 시켜
어느 날부터 사측은 조합원들의 부서를 이동시키더니 한 곳으로 몰아 넣고 감시카메라를 설치했다. 회사는 보안 때문에 설치했다고 했지만 조합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것 뿐이 아니었다.
조합원들은 점거를 들어가면서 감시카메라를 모두 부셔버렸다. 그런데 그 안에는 조그마한 마이크가 들어있었다. 조합원들의 목소리까지 모두 도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감시카메라는 회사입구부터 조합원들이 일하는 곳에 20여 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 조합원들이 뜯어낸 감시카메라 안에는 도청을 위한 작은 마이크가 들어있었다. |
결국 한 노동자는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갑자기 도둑으로 몰린 기분이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감시기록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파일에는 언제 누구랑 나갔다 왔으며 몇 분 동안 전화통화를 했고, 언제 화장실을 다녀왔는지 까지 모두 적혀 있었다. 이 기록을 본 노동자는 강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회사를 그만두기에 이르렀다. 사측은 감시카메라를 이용한 감시 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보고하도록 하고 있었다.
▲ 회사에 설치되어 있는 감시카메라를 조합원이 가리키고 있다 |
인간답게 살기 위해 민주노조를
성진애드컴분회는 오늘부터 성진애드컴 사장이 대화에 나설 때 까지 점거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들의 요구는 너무나 소박하고 최소한의 것이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조합을 통해 회사와 대화할 권리, 부당하게 해고되지 않을 권리, 체불임금을 받을 권리.... 이것은 노동자로 이 땅을 살아가기 위해 당연히 보장 받아야 할 권리인 것이다.
충무로 인쇄골에 노동조합은 성진애드컴분회가 유일하다. 점거투쟁에 함께 한 문종찬 서울경인지역인쇄지부 지부장은 "이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층층마다 만들어져 있는 철창에 갇혀서 용역경비에게 감시당하며 일해왔다. 우리는 인간답게 살기위해 노동조합을 건설했다. 우리는 이것을 반드시 지켜갈 것이며 사측에서 민주노조를 인정할 때 까지 절대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고 목소리 높였다. 성진애드컴분회가 1년 반 동안 만들어 왔던 싸움은 자신의 권리를 지켜가는 것 뿐 아니라 충무로 인쇄골에 모든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기위한 싸움이다.
▲ 성진애드컴은 이렇게 멈췄다. |
▲ 충무로 인쇄골에 민주노조 깃발을 꽂기 위해 성진애드컴분회 조합원들은 마지막 싸움을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