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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찬 홍콩한국민중투쟁단상황실 활동가는 "억류자들의 결의가 높은 상황이다. 재판에 기대 하기 보다는 홍콩 시민들과 싸움을 통해 돌파하겠다는 각오로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단식 투쟁 기자회견, 생방송 보도 돼
단식투쟁은 5일 오후 3시(홍콩시간) 부터 시작됐다. 단식을 시작한다는 내용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침사추이 스타페리 선착장에서 진행했다. 스타페리 선착장은 홍콩시민들 뿐만 아니라 각국의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대중에게 선전할 수 있는 대중적-정치적 장소를 택한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한국 농민과 일본인 고스께나까기리씨가 결의발언을 했고, 엘리자베스 탕 홍콩민중동맹 사무총장의 연대발언 이후 색색의 풍선을 날리는 상징의식도 했다. 이어 양경규 한국민중투쟁단 민주노총 참가단 단장이 결의문을 낭독했다.
억류자들의 보석 조건이 '셤오이 교회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기 때문에 노숙 투쟁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단식자들은 스타페리 선착장에서 오전 9시 부터 저녁 9시까지 단식을 하며 연좌시위를 하고, 이후 경찰서로 이동해 '등록'을 한다. 또한 침사추이 스타페리 선착장에서 진행되는 홍콩민중동맹(HKPA)이 매일 저녁 7시 부터 저녁 9시까지 진행하고 있는 촛불집회에도 참가한다.
이후 홍콩 현지의 한국민중투쟁단은 8일 3시 집회, 9일 국제행동의 날에 맞춘 집회를 한 이후 도널드 창 행정장관 집 앞에서 촛불 집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11일 재판을 앞두고 10일에는 단식투쟁 장소를 쿤퉁 법원 앞으로 옮기고, 법원 앞에서 계속 단식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특히 10일에는 홍콩 민중들의 24시간 동조 단식도 같이 진행된다.
그간 아이덴티피케이션 퍼레이드(identification parade)를 거부했던 억류자들은 직접 대면을 진행 후 처음으로 현지 언론에 억류자 13명 전원의 얼굴을 공개했다.
[결의문 전문] 연대와 정의를 위한 단식 투쟁에 들어가며
아직 끝나지 않은 WTO 반대 투쟁을 위하여
우리는 지난 2005년 12월 11일 WTO 6차 각료회의를 맞아 홍콩에 왔습니다. 우리는 농사를 짓거나 공장에 다니는 농민과 노동자들이며, 거리의 노숙 노동자를 돕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들 중에는 천식으로 고생하는 사람,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사람, 건식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홍콩으로 오기 바로 전에 애를 낳았지만 구속된 바람에 백일잔치에 참여하지 못한 농민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쇳가루를 뒤집어 쓰며 보내야 하는 현장 노동자도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인류가 정의롭고 평등한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이든 부유한 사람이든 누구나 교육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고, 몸이 아프고 생명이 위태로우면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먹는 물과 자연 자원은 조상대대로 우리 민중이 관리하고 이용해왔으며, 이는 지금도 우리들의 권리임을 확신합니다. 식량과 농업은 초국적곡물기업의 손아귀에 놀아나서는 안 되며, 인류 모두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보호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WTO와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이러한 우리의 믿음과 권리를 송두리째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유무역’과 세계화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WTO의 신화에 저항하여, 그것과는 ‘다른 목소리’가 있음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삶과 생명, 식량, 그리고 민중의 권리는 상품이 아니라는 울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목소리를 알릴 효과적이며 유력한 수단들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우리에게 유일한 공간은 ‘거리’였습니다. 홍콩의 WTO 컨벤션 센터 안에서, 그들만의 토론이 진행되고, 그들의 목소리만이 넘실대고 있었을 때, 우리는 각료회의 기간 내내 홍콩의 ‘거리 거리’에서, 홍콩 시민과 전 세계에서 모여든 민중들과 함께 WTO가 강요하는 신화에 저항하는 ‘다른 목소리’를 만들어냈습니다.
홍콩 거리에서의 외침은 한국 농민만의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멀리 토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무토지농업노동자의 목소리이며, 교육과 공공서비스를 지키려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이며, 생태계 파괴에 저항하는 생태주의자들의 목소리이며, 자연자원에 대한 자기통치를 주장하는 원주민공동체들의 목소리이며, 정당한 노동의 권리를 주장하는 이주민 노동자들의 목소리입니다. 또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이며, 미주대륙자유무역지대(FTAA)에 저항하는 미주대륙 민중들의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WTO와 신자유주의 체제는 민중들의 목소리와 진실을 가둬두려 합니다. 이곳 홍콩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WTO와 홍콩 정부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목소리와 진실을 폴리스 라인 안에 가둬버리려 했습니다. 우리는 가급적 컨벤션 센터 가까이 가서 우리의 목소리를 각국 협상 대표단들에게 직접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바다에 뛰어들기도 했고, 삼보일배라는 고행을 감내하며 컨벤션 센터로 향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WTO와 홍콩 정부는 우리의 몸짓과 목소리, 그리고 저항의 권리를 철저하게 폴리스 라인 안에 가두고 통제하였습니다. 나아가 홍콩 정부는 우리의 외침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1,000명이 넘는 민중들을 가두었고, 14명의 노동자 농민을 구속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우리 12인의 WTO 반대 시위 구속자들은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갑니다.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를 위해 아직 끝나지 않은 WTO 반대투쟁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민중들의 외침과 구속된 14인의 투쟁이 정당했음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 투쟁이 다시 한번 전 세계 민중들과 공유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WTO 반대 투쟁에 언제나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홍콩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류의 생존과 민중의 권리가 위기에 처해 있는 시대. 우리는 그 시대의 한 가운데에서 정의로운 세상을 전 세계 민중과 함께 열어 나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런 투쟁을 통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공장에서 일하거나, 토지와 자연을 벗 삼아 농사를 짓는 사람들입니다. 고향에는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있으면 아시아 민중들의 또 다른 경축일인 설날이 다가옵니다. 그 날 만큼은 우리 삶의 터전에서 보내고 싶습니다. 그 날 만큼은 가족, 친구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그 날 만큼은 전 세계 민중, 그리고 홍콩 시민들과 함께 WTO 반대 투쟁의 승리를 확인하며, 진정한 새해를 경축하고 싶습니다.
WTO 반대 투쟁.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들의 투쟁입니다.
2006. 1. 5
WTO 반대 시위 구속자 12인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