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淸算)은 회사 등의 법인 ·조합이 해산(解散)되는 절차를 말한다. 내가 다니는 던 회사의 주주들이 ‘청산’을 결정하면 일하던 ‘나’는 청산 대상이 되고, 회사는 법적인 해산 절차를 밟게 된다. 하루 아침에 회사가 사라지는 것이다. 바로 오리온 전기가 이와 같은 상황이다.
금속노조 오리온전기 지회는 외자유치 4개 월 만에, 그리고 외자유치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 ‘경제통상대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지 2개월만인 지난 10월 31일, 기습적으로 청산결의가 됐다. 이로써 1300여 노동자들은 졸지에 ‘해고 통지’를 받았으며 당시 오리온전기의 사태를 놓고 ‘투기자본이 제조업에서 보인 전형적인 먹튀(먹고튀는)작전’이라는 사회적 비판이 줄을 이었다.
법정관리와 기업매각 그리고 매틀린패터슨 인수까지
오리온전기는 2003년 5월말 부도로 인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어 2004년 7월 기업매각을 공고했고, 그 해 10월 매틀린패터슨(MP)이 입찰 의향을 밝히자, 대구지방법원은 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2005년 2월 매틀린패터슨(MP)은 오리온전기를 인수하는데 합의했다. 자산가치 1400억원 공장을 600억원에 인수받은 것이다.
인수 당시 매틀린패터슨(MP)과 오리온전기 노동조합은 “회사는 전 조합원의 고용을 승계하고 향후 3년 이내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며 불가피한 사유로 인해 구조조정을 하고자 할 때에는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시행한다”고 합의 했다.
또한 “CRT와 관련한 전(全)직원의 고용을 3년간 보장”하며, “오리온전기 주식회사의 회사 분할 후 인수자가 분할된 2개 회사 또는 그 중 한 회사의 주식 전부 또는 과반수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경우 그 양도대상 회사에 관한 한 인수자가 위 합의서상 갖는 일체의 권리와 의무는 그 양도 시점에 양수인에게 자동적으로 승계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서는 휴지 조각이 됐다.
새로운 주인인 매틀린패터슨(MP)는 5월 들어서 오리온OLED를 분할하고, CRT사업부를 오션링크사에 양도하면서 6월 회사정리 종결을 선언했다. 이어 2005년 10월 31일 오리온전기는 2명이 모여 임시주총을 열어 CRT 청산을 결의했다.
매틀린패터슨(MP)는 오리온전기 매각을 추진하면서 OLED와 PDP만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오리온전기CRV가 일괄매각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편법을 이용해 일괄매각 후 분할매각, 분할매각 한 후 청산이라는 절차를 밟은 것이다. 즉 인수와 동시에 분할과 청산을 추진한 것이다.
물론 오리온전기 회사측은 ‘디스플레이업종의 사양화와 원가구조 때문에 문을 닫는다’고 주장하나 해외법인인 베트남(OHPT)과 멕시코(DOMEX)공장에 대해 국내에서 납품되는 모든 자재를 해외에서 직수입 할 수 있도록 추진해 온 사실을 볼 때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투기자본’ 매틀린패터슨이 ‘사기행각’을 한 것
결론적으로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 청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경영상황을 빌미로 투자자금의 회수는 물론 공장설비의 중국수출로 발생되는 차익을 챙기려는 속셈이라는 해석이 절대적이다.
오리온전기 지회는 “매틀린패터슨(MP)는 자신의 의도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관철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합의서를 만들고 안심시키는 속임수까지 썼다. 이는 분명한 사기행각이다. 해외투기자본의 전형적 기업사냥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금속노조와 오리온전기지회는 일방적인 청산추진을 결사 저지하고 공장을 정상화하기로 투쟁 방향을 정하고 △오리온전기 청산저지, 공장정상화 △고용보장 합의이행 △사기매각 진상조사, 책임자처벌 △해외투기자본에 대한 감시와 규제 강화책 마련 촉구 등의 요구안을 정하고 현재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 사회단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미국계 투기자본인 매틀린패터슨(MP)의 이같은 횡포가 '제조업을 인수한 외국 자본들의 기업에서 공통으로 나타고 있는 현상' 이란 점이다.
해외투기자본은 국내 기업을 인수하면서 공장정상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보다는 오로지 기업의 재처리를 통한 이윤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음이 오리온전기, 하나로텔레콤, 위니아 만도 등 수많은 사업장에서 공통적으로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오히려 규제는 커녕 ‘투기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이들의 횡포를 묵인, 방조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 필요성을 역설하며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