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저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활동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한미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지적재산권대책위)가 11일 공식 출범함으로써, 한미FTA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공공의약센터, 문화연대,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이 참여한 지적재산권대책위는 온라인을 통해 출범을 알리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앞으로 한미FTA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협정이 야기할 폐해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한미FTA의 체결에 반대하는 전 국민적 운동에 함께 한다"고 밝혔다.
지적재산권대책위는 "문화, 인권, 생명을 위협하는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한다"는 이름의 출범선언문을 통해, "과도한 지적재산권 강화는 한국의 문화를 질식시키고 인권과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며 우려와 경고를 표명했다. 또한 농산물, 방송 영화, 의료, 교육 등 개방으로 사회 전분야에 부정적인 파급을 미칠 한미FTA가 추진될 시 지적재산권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분석하고 "한미FTA로 지적재산권을 지나치게 강화할 경우 거대 자본의 독점권이 커짐에 따라 공정한 경쟁이 저해될 뿐 아니라, 민중의 문화적 권리와 건강권 등 인권 침해도 명약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적재산권대책위는 정부의 협상 태도를 비판하는 가운데, 미 무역대표부가 미국 의회에 보낸 요구와 주한미상공회의소2005 정책보고서 등의 내용을 토대로, 지적재산권이 한미FTA에서 주요 이슈로 다뤄질 것이 분명하다고 짚었다.
지적재산권은 산업상 이용가능한 발명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특허권, 문화 예술 창작물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저작권을 비롯하여 상표권, 영업비밀 등 다양한 독점권을 포함한다. 그런데 독점배타적 권리 부여를 기본 원리로 하는 지적재산권의 특성상 지나친 권리의 강화는 오히려 지식과 문화에 대한 접근과 유통을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문화적 권리와 같은 인권과 공공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지적재산권대책위의 주장이다.
특히 "특허로 인한 의약품 독점과 같이 인간의 생명과 건강권에 대한 위협이 되기도 한다. 대다수의 지적재산권이 실제 창작자가 아니라 초국적자본의 소유와 통제 하에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지적재산권은 사실상 창작자들의 이익보다는 초국적자본의 독점을 강화하는데 이용되고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표명했다.
지적재산권대책위는 현재 협상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과거 미국이 체결한 FTA나 미국 기업의 요구를 토대로 논의될 의제를 가늠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저작자 사후 50년으로 되어 있는 저작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연장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미국의 요구는 소수 문화 자본의 독점적 이익을 위해 민중들의 정보 접근권과 문화적 권리의 희생이 뒤따르게 된다. 특허와 관련해서도 "미국은 특허 범위의 확대, 강제실시의 요건 강화, 특허와 의약품 승인의 연계 등 특허권자, 특히 미국의 제약 자본의 독점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를 요구"하는데, 이는 "의약품의 개발, 생산, 유통에 있어서 초국적 제약자본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시키는 반면, 민중의 통제권은 전반적으로 약화시킴으로써 민중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적재산권대책위는 "한국의 지적재산권 제도가 미국의 일방적인 통상 압력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고려할 때, 또한 한국 정부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태도 역시 자본 편향적이었음을 볼 때, 한미자유무역협정의 지적재산권 협상이 민중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하고, 한미FTA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지적재산권대책위에 참여중인 김정우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지적재산권대책위의 향후 활동에 대해 "범국본에 참여하여 한미FTA 저지를 위한 타 부문분야공대위의 실천과 보조를 맞추는 한편, 공개토론회와 온라인활동 등을 통해 한미FTA에서 지적재산권 협상이 갖는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