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활동보조인을 구할 수가 없어 등하교와 야학에서의 활동보조 모두를 부모님이 맡아 주십니다. 3시부터 11시까지 엄마는 저 때문에 아무 것도 하실 수가 없습니다”
복지부, 활동보조 필요 장애인 75만 명
▲ 이승연 씨 |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215만 명의 장애인이 있고, 이들 중 35%에 해당되는 75만 명이 일상생활에서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75만 명의 장애인 중 34만 명은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 추정하고 있다.
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더라도 활동보조인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 수가 80만 명에 육박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의 예산지원으로 활동보조인을 이용하는 장애인은 서울에서만 100명 남짓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중증장애인들의 활동보조는 정수연 씨의 경우처럼 온전히 가족의 몫으로 돌아온다.
그나마 가족이 있고,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야 모르겠지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에서 장애인을 둔 가정은 모든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지난 12일 서울에서는 할아버지가 장애아동을 키우는 아들부부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며 4살 난 손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보다 앞선 8일 전북 남원에서는 교통사고로 거동을 할 수 없던 지체장애 1급 아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어머니가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두 사건은 현재의 중증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또 장애인을 둔 가족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장애인 날 행사에 2억 들인 서울시, “돈 없다”
▲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가 박경석 노들야학 교장의 머리를 잘라주고 있다 |
그는 “서울시가 15일 시청 앞에서 가수들을 불러 개최한 장애인의 날 행사 하루 동안 쓴 돈이 2억인데, 작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활동보조인서비스 시범사업에 투입된 돈이 2억 4천만 원”이라며 “서울시는 보여주기 식 행사에 쓸 돈은 있어도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는 예산이 없어서 못하겠다고 한다”고 서울시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는 현재 장애인단체의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요구에 대해 예산상의 문제를 들어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장연 활보투위는 현재 정부와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 △활동보조인을 필요로 하는 중증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 △활동보조인서비스 제공 기준 마련 △시급히 활동보조 필요로 하는 중증장애인에 대해 즉각적인 활동보조인 파견 △활동보조인서비스 권리인정과 제도적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삭발 아닌 더한 투쟁도 감수하겠다”
▲ 문애린 씨 |
문애린 씨는 “우리가 이렇게까지 투쟁 하는 이유는 더 이상 시설에 쳐박혀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삭발이 아닌 더한 투쟁도 감수할 것”이라고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한편, 이날 삭발한 장애인 39명은 서울시에 항의의 의미로 잘려진 머리카락을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경찰은 서울시청에서 시청 별관으로 향하는 장애인들의 이동을 저지해 장애인들이 서울시청 광장 안에 갇혀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장애인 및 연대단체 회원들은 이동 보장을 요구하며 격렬히 항의했고, 40여 분간 심한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