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새울에 들어간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을 쫓아가는 군병력 |
5월 4일 밤, 내일 12시부터 2시 반 사이 경찰이 침투한다. 전경 5,000명 용역 1,200명, 공병 500명. 뒤에 보니 이보다 훨씬 많은 수였다. 이 문건을 보고 잠을 청했다. 잠이 오지 않는다. 5월이다. 80년 5월이 떠오른다. 새벽 4시에 서성이다가 신변처리를 눈에 띄지 않게 하였다. 물론 세수도 할 수가 없었다.
2006년 5월 5일 (금요일)
새벽 6시 대추초등학교 지붕에 올라갔다. 7시 넘어 경찰의 경고방송이 시작된다. 동시에 헬기가 철조망을 달고 7-8대가 저공으로 운반한다. 헬기는 종횡무진이다. 주변은 동서남북 경찰병력이 까마귀 떼처럼 둘러쌓다. 경찰의 헬기가 요란하게 떠다닌다. 때때로 정지 비행을 하며 밑을 내려다본다. 위압이다. 거기다가 여러분은 업무방해를 하고 있다고. 즉시 해산하라고. 초조와 긴장! 그걸 어떻게 표현할까.
헬기에서 또 경고방송이 내려온다. 9시 작전개시다. 6.25때 중공군의 인해전술이 재현되었다. 분말기가 분사된다. 밀고 들어온다. 방패로 찍고 넘어지면 다음 놈이 발길로 차고, 일어서지 못한다. 누군가 부추긴다. 피가 낭자하다. 부추기는 사람이 또 당한다. 얼른 세어도 20여명의 부상자를 들것에 싫어 보건소로 데려간다. 이 참상! 대추초등하교는 삽시간에 점거된다. 도두리 주민이 연행되고 부상자도 생겼다는 소식이 들어온다. 부상자가 눈에 띤다. 소리 없이 하염없는 눈물이 난다. 한편 군경 지도부는 얼마나 통쾌했을까를 생각하면 분한 마음이 터지는 듯하다.
그 사이 하루 품팔이로 팔려온 파란 모자를 쓴 용역들은 운동장에 걸려있는 펼침막, 걸게를 무자비하게 모조리 뜯어낸다. 생각도 없는 냉혈을 본다. 하얀 화이버를 쓴 사람들은 누구인가? 경찰인 듯하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들이 평화마을을 조성하기 위하여 정성스럽게 쳤던 천막도 무자비하게 뜯어낸다. 611일째 촛불문화제를 하던 비닐하우스가 뜯기는 장면은 참아 눈을 뜯고 볼 수 없다. “oo일 째 촛불 문화제를 시작하겠습니다.” “oo일째 촛불 문화제를 마치겠습니다.” 그리고 “야~”하며 함성을 지르던 자리가 저렇게 힘없이 뜯긴다니. 아~ 참담하다. 겨울을 나던 석유난로, 엠프, 스피커가 내 동댕이쳐진다. 50만원드려 깐 비닐장판도 함부로 걷어낸다. 앞으로 촛불행사는 어디서 할까?
1010, 1012, 1073, 1076, 1050, 1051, 1053, 1023, 1075, 1078, 1803, 1306, 부대명을 헤아릴 수 없다. 번호 없는 방패도 많다. 9시 40분 화공, 물대포를 배치하면서 연속 경고방송을 한다. 엠블런스, 경기소방서 119, 경찰 호송차, 고를 수 없이 엉켜있다. 10시 여경들이 등장한다. 여성을 배려하는 듯하지만 급하면 소용없는 경찰들이다.
10시 18분 전경이 학교 운동장에서 물러난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제단은 몇 가지 지침을 마련했다. 경찰의 만행!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폭력으로 규정한다. 용납할 수 없다는 침울하면서 단호한 결단이다. 모든 것을 빼앗겼다. 그러나! 마음조차 빼앗긴 것은 아니다. 우리를 바라보며 코웃음치겠지만 두고보자! 무기력한 것도 사실이지만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게 중요하다. 산 증인이기 때문이다.
어느 사이 굴착기가 운동장에 들어왔다. 또 한대 두 대가 운동장가 수십년된 나무를, 가지를 긁어 부러뜨리고 뿌리 채 뽑아버린다. 내 팔을, 내 목을 자르는 것 같다. 지붕과 아주 가까운 나무를 또 그렇게 자른다.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어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산 것을 이렇게 함부로 하다니, 두렵지도 안느냐? 해를 당할 것이다.” 저주라기 보다 평생 들어오던 소리를 되뇌일 뿐이다. 고함을 치는데 바로 옆에 지키고 있던 젊은 신부 둘이 내 팔을 붙들고 끌어낸다. 이 분통! 우리가 쉬던 그늘인데. 무엇이 급해서 이럴까? 알고 보니 학교를 때려부수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상상도 하지않던 일이다. 급하면 일을 저지르는 법이다. 참새가 날아간다. 너희는 어디가서 쉴래.
경찰차가 학교 운동장으로 들랑달랑, 아무래도 경찰 중 높은 사람들이 들어온 성싶다. “미군기지 확장반대!” “ 오는 미군 막아내고 있는 미군 몰아내자!” “폭력경찰 물러가라!”라고 사제들 10명은 목이 터져라 외쳐댄다. 매트리스가 수십 개가 학교 지붕 밑에 깔린다. 차에서 아주 긴 사다리가 올라온다. 특별 사다리로 특공대가 올라와 우리를 둘러싼다. 무서운 얼굴들이지만 불쌍한 생각이다. 서글펐다. 아~ 이제 끌려내려 가는구나! 그렇지, 젊은 학생들이 부상당하고 끌려간 동지들 곁에 가는 것 아닌가!
사제들은 더러운 손에 끌려나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연행된 동지들이 걱정되어 쉽게 내려올 수 없다. 잠시 생각했다. 단호한 결단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단은 다시 확인하고 내려왔다. 웬 일인가! 긴박한 상황에서는 항상 아쉬움이 남는 것, 꽝꽝 소리가 들린다. 현장을 볼 수 없지만 학교를 때려부수는 소리임에 틀림없다. 일년 넘게 살던 학교가 무너진다. 가슴이 조인다. 그래 마음은 빼앗기지 않았으니 그만이다. 이렇게 위로했다. 오늘은 왜 이렇게 긴지. 가장 긴 날이다.
611일 째 촛불 문화제, 시작부터 눈물이다. 눈물 바다다. 사회자 자신이 말을 잇지 못한다. 마침내 통곡한다. 눈물은 태평양처럼 번진다. 처절한 하루를 되새긴다. 씻지도 못하고 잠들었다. 이른 아침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어느덧 군 세상이 되었다. 지휘관인 듯 지프차가 서있다. 주민들이 막아선다. 사람이 몰려온다. 이 광경을 영상에 담았다.(2006-05-06 09:21:49 문정현 신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