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금융허브와 동북아물류기지를 건설하라?

[언론의재구성](67) - 한겨레 18주년 특별호, 노무현 정권 환상에 힘실어주기

한겨레는 지난 16일 창간 18주년을 맞이해 특별호를 발행 했다. 한겨레는 특별호 중 ‘도약하자! 한국경제’라는 특별 섹션을 만들어 보도했는데, 이는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담고 있어 문제가 있었다.

한겨레의 이번 특별섹션은 7개의 기사를 실었다. 섹션의 기조는 한국의 자본주의가 ‘성장의 한계’에 봉착했으니 금융허브와 동북아 물류중심지로 거듭나서 지금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내용이었다. 한겨레의 경제면은 그동안에도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어 많은 지적을 받았다. 이번 섹션은 이를 한층더 노골화 하고 있다.

한겨레 18주년 특집, 무비판적인 경제보도 결정판 내

제목만 보더라도 보도방향을 알 수 있다. 제목을 살펴보면 1면에 ‘금융, 제조, 서비스 삼두마차로 성장의 한계 돌파’, 이어서 ‘대형화, 특화해야 금융 근육 튼튼’, ‘고부가가치 선박 독식 남다른 비법 있었네’, ‘변신하라, 차세대 교역의 병참기지’로 이다. 제목만 살펴봐도 금융허브 건설과 동북아 물류기지 형성에 대해 일관되게 긍정하는 방식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기조를 보여주는 권태호 기자의 ‘금융, 제조, 서비스 삼두마차로 성장의 한계 돌파’라는 기사를 살펴보면, “한국 경제는 물량 위주, 제조업 분야에 치우쳐 성장의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키워낼 수 있는 토양을 만든다는 자본시장통합법이 2008년 첫걸음을 뗀다”며 “이런 금융토대 위에서 세계적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긍정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금융의 토대라고 제시하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은 투기적 자본의 이익 실현 극대화를 위한 내용만 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법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은 노무현 정부가 금융허브를 육성한다는 구상 하에 줄기차게 주장했던 법으로 금융시장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이 법의 핵심은 몇몇 거대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금융시장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많은 중소금융회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인수 합병을 시도하게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대량해고는 불 보듯 뻔 한 상황이다. 그러나 한겨레는 이런 부분에 대한 지적 없이 다음 기사에서 ‘대형화, 특화해야 금융 근육 튼튼’이라는 제목을 뽑으며 오히려 이런 구조조정이 꼭 필요한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겨레의 이번 특별 섹션에서는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금융정책과 물류정책에 대해 일관되게 긍정하고 있으면서 이로 인해 1차적으로 해고 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이야기 등 그 피해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수민 기자의 ‘고부가가치 선박 독식 남다른 비법 있었네’라는 기사에서는 한국의 조선업은 세계를 평정했다며 그 요소로 창의력과 혁신을 꼽았다. 그리고 “조선업 정규직은 평균 연봉 5천만원대에 우수한 복지혜택을 자랑한다”고 보도했다.

조선회사들은 산재가 많기로 유명하고, 노조탄압에도 앞장섰었다. 불과 3년 전인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 등은 사측의 노조탄압과 손배가압류를 못 견뎌 스스로 몸을 던진 바 있다. 이런 현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겨레는 “고객 존중 못지않게 종업원 존중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는 사측의 말까지 인용하며 ‘남다른 비법’을 소개하고 있다. 노동자의 죽음의 댓가인 자본주의의 ‘남다른 비법’에 대해 비판없이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 국익론과 성장주의에 기댄 경제보도

또한 이번 보도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끊임없는 ‘국익론’과 ‘성장주의’의 강조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할 수 있다. 일어나라 코리아”라는 구호를 끊임없이 외치면서, 국익과 성장주의 속에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저 있을 수 밖에 없는 피해에 그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성장에 대한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한겨레는 “오늘의 한국을 만든 그 열정으로 대한민군은 또 한 번의 도약과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오로지 열정에 기대 힘만 내라고 강요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환상을 앵무새처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겨레의 보도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 말기 레임덕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층 더 가속화 하고 있는 개방화 정책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그리고 성장주의에 대한 환상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출범초기부터 금융허브와 물류중심지를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맥락으로 각종 경제특구 설치와 신항 개항, 그리고 각종 개방협정체결 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노무현 정권의 전략을 한겨레가 친절한 해설까지 덧붙여 가며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신자유주의가 던지는 환상에 대한 정확한 현실과 그로 인한 폐해를 정확히 지적하는 언론이 절실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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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18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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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

    신자유주의의 첨병.
    기회주의자. 타락한 자유주의자.
    바이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