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의 목숨을 건 100일이 넘는 단식,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에도 대법원은 결국 도롱뇽들의 목소리를 저버렸다. 2일, 대법원은 3년 동안 진행되었던 천성산에 살고 있는 도롱뇽들이 낸 소송인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원효터널)의 공사착공금지 가처분신청’을 결국 기각했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환경이 파괴되더라도 국책사업을 막을 수 없다는 의견을 담은 것으로 새만금에서의 결정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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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대법원 3부는 2일 결정문을 통해 “터널공사가 천성산의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했다”며 “지질적 특성이 설계 및 공법에 반영된 만큼 현재로서는 터널공사로 신청인들의 환경이익이 침해될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의 이유를 밝혔다.
또한 이번 재판에서 쟁점이 되었던 ‘도롱뇽의 소송 자격’ 관련해서 재판부는 “신청인들은 자연물인 도롱뇽 또는 그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가 소송의 당사자로서 이 사건을 신청했다고 주장하지만 도롱뇽이라는 자연물이나 자연 자체는 이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전 재판에서의 결정을 유지했다.
대법원의 최종 결정으로 인해 철도공단은 2010년까지 천성산 13.2km 구간을 포함한 경부고속철도를 완공할 계획이다.
천성산연석회의, “생태계가 인간의 생존 허용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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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천성산을 지켜 주세요(http://www.cheonsung.com)] |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개발’ 쪽에 손을 들어주자 천성산을 위한 시민종교단체 연석회의(천성산연석회의)는 논평을 내고 이번 결정을 강력히 규탄했다. 천성산연석회의는 “대법원 판결의 주요 근거로 고려되어야 할 ‘민관환경영향 공동조사’ 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 우리사회 주요 결정과정에서 환경보다 개발이 우위에 있는 현실”을 우려했다.
‘민관환경영향 공동조사’는 지율스님이 100일이 넘는 단식을 통해 얻어냈던 소중한 결과이다. 공동조사에서는 사업자 측에서 단독으로 진행했던 환경영향평가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지하수 유출과 고층습지 훼손 우려가 제기된 바 있으며, 터널의 단층대 통과로 인한 안정성 문제도 지적되었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런 부분이 이번 판결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천성산연석회의는 “우리는 생명의 가치가 무시되면 생태계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가치와 생존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가치가 존중되고 생태계의 순환이 이뤄질 때만이 이 사회는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