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일 하이닉스매그나칩 본사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였다./이정원 기자 |
지난 5월 23일부터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하이닉스매그나칩 본사 우의제 사장실에서 농성을 벌이던 38명의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2일 새벽 모두 연행된 것과 관련, 오후 3시부터 민주노총이 하이닉스매그나칩 본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금속연맹과 금속노조 각 지역지부를 비롯해 덤프연대, 서비스연맹, KTX승무원 등 노동자들이 참여해 천여 명의 대오를 이뤘다. 하이닉스매그나칩 본사 앞은 용역 경비들이 전면에, 경찰 병력이 후면에 배치되 이중 삼중으로 철저히 경계 태세를 갖춘 모습이었다.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은 "하루 일당 20만원을 받는 저 용역들과, 자본만을 보호하는 경찰들에 분통이 터진다"며 "사장실을 점거한 38명의 요구는 교섭 한 번 해보자, 잘리지 않고 인간답게 살게 해달라는 과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결의대회가 예정돼 있는 날 새벽에 저들이 준동한 것은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후 분풀이를 했거나, 한나라당에게 축포를 터뜨려 준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
▲ 박순호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이정원 기자 |
박순호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은 "1년 6개월 동안 너무나 힘들어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당해 온 착취와 탄압을 생각하면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온갖 불법으로 노동자를 탄압하는 자본은 내버려두고,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사장을 기다리며 주린 배를 참고 밤잠 설쳐 농성한 우리 동지들을 연행하는 공권력 앞에 너무 비참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이상 참을 수도 없고 이대로 앉아서 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자본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할 생각이 없다면 우리도 끝장을 보는 새로운 투쟁을 준비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결의를 밝혔다.
결의대회를 마친 후인 4시 30분경 전재환 금속연맹 위원장, 김창한 금속노조 위원장 등이 대표단을 구성해 하이닉스매그나칩 사측을 면담하려 했으나 용역 경비들 뒤에 배치돼 있던 경찰 병력이 전면에 나서 면담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막아 40여 분간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 |
▲ 면담을 요구하는 노동자에게 방패를 휘두르고 있는 경찰/이정원 기자 |
![]() |
▲ 김성봉 민주노총 충북본부 조직부장이 경찰의 방패에 맞아 큰 부상을 입었다./이정원 기자 |
참가자들은 한때 하이닉스매그나칩 본사 앞 전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하며 물병을 던지는 등 항의했으나 방패로 내리치는 경찰 앞에 맨 몸으로 저항하다 크고 작은 부상자들이 발생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의 김성봉 조직부장은 경찰의 방패에 머리가 크게 찢어져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기도 했다.
면담 요구가 수포로 돌아간 후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악질 기업주를 고발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포스터와 각 지부에서 준비해온 하이닉스매그나칩 규탄 플래카드를 건물 곳곳에 부착하는 상징의식을 갖고 해산했다. 이날 결의대회 사회를 본 최용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이제 노동자들의 모든 역량이 하이닉스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 |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의사 등이 부상자를 옮기고 있다./이정원 기자 |
![]() |
▲ 경찰과의 대치 상태가 마무리될 즈음 바닥에는 노동자들이 흘린 피가 흥건히 고였다./이정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