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꼭대기 향한 경쟁 아닌, 들판에서 어울리는 교육을”

[공공연대 연속 인터뷰](1) - 장혜옥 전교조 위원장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함께 7월 총력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이 함께 하는 공공부문노조연대회의(공공연대)는 ‘사회공공성강화, 한미FTA저지, 공공부문 노동3권 쟁취’를 공동의 목표로 설정하고 6월 말 7월 초에 걸쳐 총력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공공연대 참가 노조 위원장을 연속으로 만나 각 노조의 현안에 대한 입장과 투쟁계획,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이 갖는 의미 등을 들어본다. 첫 번째로 장혜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났다.



장혜옥 위원장은 지난 9일부터 △성과급 차등 지급 반대 △최대 개념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방과후학교 즉각 중단 △교장선출보직제 도입 △사학법 재개정 반대 등 5대 교육현안 해결을 촉구하며 교육부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전교조는 5대 교육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6월말까지 교육부 앞에서 지부장과 지회장이 참여하는 중앙 집중 릴레이 농성과 학교 현장 투쟁을 진행하고, 7월 8일 예정되어 있는 공공연대 총력투쟁까지 집중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교육차별 방치하는 정부, 사사 건건 개입하고 전면적 투쟁할 수 밖에“

  이정원 기자

노숙 농성장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장혜옥 위원장은 차분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전교조가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밝혔다. 장혜옥 위원장은 “지금 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육자체를 시장에다 맡기겠다는 것이며 교육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전부 돈벌이로 내몰고 있다”며 “돈에 따라 형성되고 있는 차별적 교육조건을 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교조는 사사 건건 개입하고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현재의 조건에 대해 밝혔다.

전교조는 교육사안 뿐 아니라 이리 저리서 튀어나오고 있는 악선동 때문에 더욱 힘들어하고 있다. 얼마 전 전교조 조합원이기도 했던 김진경 前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비서관이 전교조에 대해 “이익집단”, “전무 아니면 전부식의 투쟁” 등의 말을 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혜옥 위원장은 “지금 정부의 교육정책들은 아이들을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마치 희망이 있을 것처럼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전교조는 들판에 나가 함께 어울리고 서로 다른 것을 통해 자기 가치를 받는 교육을 해보자는 것”이라며 “지향이 다른데 어떻게 전부 반대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공공연대 투쟁, 사라진 공공성을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제기하는 것“

7월에 앞두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총력투쟁에 대해서 장혜옥 위원장은 “한국에서는 공공성이라는 말자체가 사라진 것 같다”라며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 사회의 공공성을 더욱더 확대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기하기 위함이며, 흩어져있던 투쟁의 요구를 모아 거대 산별의 개념으로 대정부 교섭을 진행하자는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개방화, 시장화를 기조로 하고 있어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신자유주의를 기조로 교육자체를 시장에다 맡기겠다는 것이 그 중심이다. 공공 영역으로서의 교육이 가져야 할 인권교육, 의무교육, 무상교육 등의 가치는 사라진 채로 재정능력에 따라 벌어지고 있는 교육차별을 점점 더 가속화 시키고 있다. 현재 공교육비가 20조 수준인데, 사교육 30조 규모다. 이 중 영어교육에만 10조정도가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교육이라는 중요한 가치가 전부 돈벌이 영역으로 포함되어 버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서 정부는 공교육 자체에 사교육을 넣으려고 하는 ‘방과후학교’ 것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교육, 의무교육이라는 공교육을 지키려고 하는 전교조는 그야말로 사사건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대 교육현안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살펴보자. 첫째로 성과급 차등지급을 반대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후 교사 구조조정으로까지 연결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떠한가

  이정원 기자

비정규직이 엄청나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직 사회에도 등급별로 성과급을 차등지급해 노동조건을 불안정하게 만들려 하는 것이 바로 성과급 차등지급이이다. 성과급 차등지급은 지난 2001년 전교조가 전면적으로 성과급 반납투쟁을 전개해 10%로 정리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때의 약속을 깨고 차등지급되는 성과급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입장이다. 성과급이라고 하면 보너스라고 알고 있는데, 교사는 총액임금제이기 때문에 보너스가 아니라 임금을 고정시켜놓고 이 사람 것 빼서 이 사람한테 주면서 차등지급 하겠다는 것이다.

차등지급을 하려면 등급을 나누기 위한 평가가 필요할 것이며 평가의 기준은 성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교사와 학생 그리고 교육과정 자체가 성적이라는 잣대로 경쟁하게 되고 서열을 정하게 될 것이다. 이는 바로 교원평가의 도입과 연결되는 것이다. 교육의 권한이라는 것은 교사로서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을 인정하는 것인데 성적을 잣대로 진행되는 평가는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를 파탄 낼 것이다. 교육은 오로지 성적만 남고 기본적인 인성교육 등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또한 이러한 평가는 교사들의 노동조건을 당연히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며 학교에도 비정규직 교사가 넘치게 하는 수순이다.

표준수업시수 법제화는 전교조가 오랜 기간 요구한 것인데

전교조는 적정수업시수를 일주일에 초등 20시간, 중등 18시간, 고등 16시간으로 제안한 바 있으며 이를 위한 교사 충원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교사수는 법적정원의 83%밖에 안 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수업과 행정업무, 담임업무 등으로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는 교원 충원은커녕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평균수업시수를 도입해 충원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미 2번의 단체협상을 통해 합의 된 것인데 정부는 이를 추진하지 않고 있어서 이를 법으로 만들라는 것이 전교조의 요구다.

교장선출 방식을 두고 2기 교육혁신위가 파탄이 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교조는 ‘교장선출보직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 내용은 어떠한가

2기 교육혁신위는 교원의 승진제도를 개선하겠다며 나섰다. 그러나 우리는 개념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교사는 교사로서 다 자기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데 ‘승진’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도입될 수 있는가. 교육부는 승진의 욕구가 생겨야 교사들이 긴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오판이다. 중요한 것은 학교 내 모든 주체들이 평등하게 권력을 나눠가져야 하는 것이다. 교장이 인사권, 예결산권, 채용권, 퇴출권 등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은 그대로 둔 채 누구나 교장이 될 수 있다고 열어 놓는 것은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권력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층층이 올라가려는 경쟁만 심해지고, 무한 경쟁에서 오히려 권력을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전교조는 ‘교장선출보직제’와 동시에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모임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어떻게 자신의 권력을 조금 더 넣을까를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나눠가짐으로서 민주주의를 확장시켜야 할 것이다.

‘방과 후 학교’를 둘러싸고 김진경 씨가 “소외된 지역의 우수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고민인데, 입시교육으로 가니 안 된다고 하는 전교조의 반대논리는 전부 아니면 전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해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전교조에서는 즉각 중단을 외치고 있는데 어떠한가

  이정원 기자

아마 김진경 씨가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노무현 정권도 힘을 실어준 것이 ‘방과 후 학교’였던 것 같다. 일단 개념부터 잘못된 것이다. 방과 후 인데 학교는 무슨 학교나 ‘방과 후 활동’이 맞는 것이다. 전교조는 ‘방과 후 활동’에 대해서는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과 함께 입법발의까지 해놓았다.

우리가 얘기하는 ‘방과 후 활동’은 보육의 개념이다. 저소득층 자녀, 맞벌이 자녀 같이 어려운 아이들 모아서 돌보자는 것이다. 원래는 사회 인프라가 구축이 돼서 학교가 아닌 도서관, 문화회관, 스포츠 센터 등에서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방과 후 학교’는 뜬금없게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학원에서 10만원 주고 하는 거 2만원 주고 학교에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냥 싸구려 사교육을 학교로 들여오겠다는 것이고 더 좋은 사교육을 들여오려니까 오히려 점점 더 비싸지고 있고, 이를 채우기 위해 교사 용역회사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 공부 잘하는 애들만 모아서 교육시키는 황제교육이 되거나 일방적으로 전원에게 보충수업을 강요하기도 한다. 주객이 전도되어서 입시위주의 교육을 방과 후에도 학교에서 하는 것이 지금의 ‘방과 후 학교’ 이다. 이런 방과 후 학교는 100% 실패한다. 현장의 감각으로 알 수 있다.

이런 요구를 가지고 공공부문 노동자들과 함께 공동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함께 싸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정원 기자

교사, 공무원,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요구는 모두 공공성의 문제와 만날 수 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IMF 이후 공공성이라는 말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한국의 공공성을 확장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이 먼저 나서자는 것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 사회의 공공성을 더욱더 확대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기하기 위함이며, 흩어져있던 투쟁의 요구를 모아 거대 산별의 개념으로 대정부 교섭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전교조는 이 속에서 5대 교육현안과 더불어 교육시장화, 개방화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은 외국교육기관특별법 등 자발적 조치들로 개방화, 시장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한미FTA로 인해 이는 더 가속화 되고 있다. 우리가 싸워서 이기면 공공의 영역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이는 사적영역까지 넓혀지면서 더욱 안정된 노동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전교조는 이런 투쟁을 통해 내부를 정비하고 국민적 여론을 형성해 하반기 교원평가 반대 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다.
태그

전교조 , 공공연대 , 장혜옥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이꽃맘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힘내세요

    교육이 바로 섭니다. 교육시장화 정책을 뒤엎고 함께 어울려 공존하고, 민중이 스스로 자기교육하고 상호 교육할 수 있는 민중교육권 쟁취 한길 뿐입니다. 위원장님 건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