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빈곤, 희망의 연대’를 시작하며

[2006 여름빈활 참가기](1) - 2006 여름 빈민현장활동 첫 날 풍경

빈곤해결을위한사회연대가 주관하고,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민중복지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빈민연합 등이 공동주최하는 2006년 여름 빈민현장활동이 7월 1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이번 빈민현장활동은 '절망의 빈곤, 희망의 연대'라는 표어아래 일주일 동안 미아동을 중심으로 한 뉴타운 개발의 문제, 삼각수하동·동대문풍물시장과 청계천 개발, 장지동 비닐하우스촌을 통해 돌아 본 최저주거기준, 노숙인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참가학생 및 사회단체 회원들은 이번 활동을 통해 빈민당사자들의 목소리와 그들의 삶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직접 경험하고, 한국사회 다양한 빈곤문제를 알려낼 예정이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빈민현장활동에 함께하고 있는 참가자들이 직접 전하는 참가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절망의 빈곤, 희망의 연대’ 2006년 여름 빈민현장활동이 1일부터 시작되었다. 프로그램은 오리엔테이션으로, 일주일간 현장활동을 하기 위한 기본 상식과 고민을 갖추기 위한 시간이었다. 모든 프로그램은 감리교 신학대학에서 진행했으며, 빈곤의 실상에 관한 영상을 보고, 빈곤에 대해 토론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우리가 원하는 사회 공공성을 상상했다. 그리고 공동체놀이를 통해 마음의 벽을 부수었다.

오리엔테이션의 시작에는 생활수칙을 설명하고, 빈곤에 대한 영상을 상영했다. 생활고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명이 자살을 하고, 수백 명이 자살을 시도하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빈곤의 심각함과 해결해야한다는 결의를 말하며, 동시에 신자유주의적 개방으로 경제성장을 이룰 것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많은 철거민과 노숙인들의 가슴 아픈 상황들이 영상에 담겼다. 슬픈 감정이 한창 고조되었을 무렵 영상은 끝났다.

가벼운 몸 풀기 놀이를 마치고 인권운동사랑방의 도움을 받아 빈곤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이 사람이 빈곤한가? 여섯 개의 영화와, 여섯 개의 주인공의 사례가 제시되었다. 자기 일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 파이란과 가난하지만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는 집으로의 할머니, 형 대신 감옥에 들어간 오아시스의 종두, 비정규직 치고는 많은 돈을 받고 사는 효주, 사진관을 물려받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정원, 그리고 모델이 되겠다고 주장하지만 가족들이 곱게 보지 않은 태환의 사례가 제시되었다. 이중 빈곤한 상태에 있는 사람과, 빈곤하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과제였다.

많은 질문들이 제시되었다. 자급자족을 하고 나름대로 자기 삶의 틀을 만들어가는 시골의 할머니는 돈을 거의 못 벌지만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지 않는다. 그럼, 최저임금만큼 돈을 못 버니 빈곤인가? 아닌 거 같은데, 이 경우는 자급자족으로 먹고 사니 빈곤하지 않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닐까? 아니지, 아프거나 해도 시골구석에 있으니 도와줄 사람이 없는 걸? 극단적인 상황에 빠질 수 있잖아. 그럼 빈곤한건가? 글쎄? 종두는 어떨까? 형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로 30만원 먹고 사는데? 왜 자기가 자기 삶을 개척하지 않는 걸 사회의 탓으로 돌리며 그를 빈곤하다고 봐야 할까? 아냐, 그는 가족들과 관계의 단절로 그런 상황에 처했으니, 관계의 빈곤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치열한 논의가 계속되었고, 함께 토론한 우리 조원들은 누구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과물을 만들고, 다른 조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모두는 알게 되었다. 빈곤과 빈곤하지 않음의 선을 나누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사람들의 생각이 다른 것처럼, 그 기준도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은 비정규직의 확산으로 일하면서 빈곤하고, 교육비가 높아져서 빈곤이 되물림 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두 번째 시간에 의논한 이야기는 사회 공공성 이야기였다. 민중복지연대에서 토론하고 이야기할 과제를 준비해 주었다. 과제는 한 가지 사례가 제시되고, 주거, 교육, 의료의 문제를 가진 사례가 추가로 제시되어 만들어졌다. 이 제시된 사례를 적절하게 연결해서 어떤 에피소드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우리 조는 대학시험은 합격하지만 돈이 없어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고,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다가 살던 곳이 철거되어 노숙자가 되고, 그러다 큰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회 보장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었으면 이 사람이 이런 나락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을 지 이야기했다. 대학 등록금의 현실화나 무상 교육, 생활보호자에 대한 의료비 전액 지원 이런 보장 시스템을 상상했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 시스템은 겉으로 보기엔 잘 만들어져 있지만, 그 안에 모순이 많다는 걸, 정책 카드를 보고 하나하나 이 사람의 사례와 대조해 보면서 깨달았다. 가난하고 아프다고 다 혜택 받는 것도 아니고, 혜택 받더라도 충분히 받고 있지는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 보면서 배워 나갔다.

밤에는 나무막대기를 친구와 함께 신체 부위를 이용해 지탱하며 버티는 게임을 했다. 손이나 얼굴을 이용해서 나무 막대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친구와 함께 노력했지만, 호흡이 잘 맞지 않았고. 음악에 맞춰 움직이다 보면 쉽게 떨어트렸다. 이 공동체 놀이는 쉬운 듯 하면서도 참 어려웠다. 앞으로 일주일간, 호흡을 맞추어야 일을 더 잘 해나갈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다른 학교와 지역에 온 학생들이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고 7월 1일 프로그램을 마쳤다. 재미있는 하루였다. 단순히 피상적으로 쪽방과 포크레인의 이미지만 상상하던 빈곤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간의 긴 여정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시간들이기도 했다.
덧붙이는 말

이정준 학생은 전남대 도시빈민연구회('청사') 소속으로 빈민현장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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