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이 낸 모든 집회신고는 '금지'통보를 받거나, 다른 단체가 이미 신고한 곳이기 때문에 '불허'된다는 답변 뿐이었다. 결국 우회적으로 집회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경찰들이 '이중 집회신고'를 접수한 것이 드러났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범국본의 집회이기 때문에 신고를 접수하지 않았던 정부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 |
▲ 김진일 활동가가 집회신고서를 보여주며 정황을 설명하고 있다. |
범국본에 족쇄를 채우려는
범국본은 6월 23일 13시 경 중부경찰서에 집회신고를 내려고 경찰서를 찾았다. 그러나, 중부경찰서는 신라호텔 측에서 지난 6월 13일 협상기간 내내 주변 일대 행진 신고를 냈기 때문에 범국본의 집회신고를 받아 줄 수가 없다고 답했다.
신라호텔 측은 '환경정화 및 교육질서 캠페인'을 10일 부터 14일 간 일출부터 일몰까지 호텔정문 앞에서 행사를 시작해, 장충체육관 앞, 종이나라, 태극당 앞을 지나 행진을 한고, 호텔 정문 앞에 집결해 해산한다고 신고했다.
당연히 행사는 범국본의 집회신고를 막기 위한 신라호텔 측의 조치였다. 이에 범국본은 5일 신라호텔 앞에서 ‘신라호텔’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러나 범국본이 집회신고를 하러갔을 때는 신라호텔에서 신고를 먼저 냈기 때문에 받아줄 수 없다고 했던 중부경찰서는 같은 날(6월 23일) 13시 40분 경 서울일반노동조합에게 7월 1일부터 22일까지 ‘종이나라 앞’ 인도에 집회를 할 수 있도록 신고를 접수했다.
‘종이나라’ 앞 인도는 신라호텔이 신고한 행진 코스의 일부이기 때문에, 다른 단체가 집회 신고를 할 수 없는 곳이다. 결국 중부경찰서는 이중으로 집회 신고를 접수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중부경찰서는 “서울지역 일반노조 집회 인원이 50명으로 얼마 되지 않아 해주었다”며 집회 목적이 호텔 측과 상충되지 않았기에 신고를 접수 했다“고 답했다.
김진일 범국본 선전홍보팀 활동가는 “신라호텔 측에서는 ‘환경정화 및 교육질서’를 위해 캠페인을 하는데 한미 FTA 반대와는 상충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반박하며 “경찰측의 해명은 신라호텔 측이 범국본의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냈음을 확인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중집회신고’를 확인한 범국본은 다시 중부경찰서에 10일부터 14일까지 ‘신라호텔앞, 장충체육관앞, 태극당앞, 장충단 공원, 장충교회 앞’ 이렇게 다섯 곳에 집회신고를 했다. 그러나 중부경찰서는 ‘신라호텔이 먼져 집회신고를 했기 때문에 안된다’고 반복된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중부경찰서 담당자는 서울일반노동조합에 '행정적 실수로 집회신고가 됐으니 서울일반노조가 신고한 내용을 연기 내지는 취하해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서울지역일반노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에 김진일 활동가는 “현재 한미FTA 반대 여론이 급증하고 있고, 국민 여론이 범국본에 집중되어 있다. 평화적인 집회, 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집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강조하며 “아무 근거 없이 폭력 시위를 거론하고 있고, 담화문 내면서 '폭력집회'할거라고 여론 조성하고, 평화 집회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음에도 각서를 쓰라는 식으로 족쇄를 채우려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