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열심히 발길질을 했다. 하지만 스크럼을 짠 상태로 그 많은 전경과 너댓 명씩 떼어내려고 달라붙는 여경을 당해낼 수 없었다. 비명소리, 우는 소리, 여경들의 달래는 소리...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절대 울지 않을거라 다짐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정의롭게 살겠다고 울부짖어도 집단이기주의다, 돈 많이 받아처먹으려고 한다, 거저 공사 정규직 얻어내려고 한다는 차가운 시선만이 우릴 짓눌렀다. 그 멸시가 억울해 내발로 못나가니 끌어내려면 얼마든지 끌어내보라고 있는 힘껏 저항했다.
개 끌어내듯 나를 잡아끄는 여경과 몸싸움을 했다. 하지만 억울했다. 억울해서 미치겠다. 난 포기하는 게 싫었다.(...) "내가 잘못한 게 뭐야! 우리가 잘못한 게 뭐야!"
- KTX승무원 문집 <그대들을 희망의 이름으로 기억하리라> 중 박경미 씨의 글 발췌
▲ <그대들을 희망의 이름으로 기억하리라>,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지음/노동만화네트워크 그림/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엮음 |
'민족문화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가 엮고 '노동만화네트워크'가 삽화를 넣은 이 문집은 KTX승무원들이 파업투쟁 과정에서 일어난 일을 시, 수필, 편지글 형식으로 기록한 글들이 담겨 있다.
'스트라이크 다이어리', '어두운 터널을 우리들은 걸어왔다', '기다림만큼 완벽한 것은 없다'는 부제가 붙은 1부에서 3부까지는 KTX승무원들이 파업 도중 연행되어 유치장에 갔던 일, 부모님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나 한명숙 총리에게 보내는 글, 동료들과 동지애를 느껴가는 과정, 파업투쟁의 정당성을 느끼고 다시 의지를 다지는 글 등을 기록해, 마치 육성을 듣듯 생생히 서술돼 있다.
제4부인 '저 별빛'에는 백무산 씨 등 문인들이 KTX승무원들의 투쟁을 소재로 시와 수필 등을 집필해 실었다.
KTX지부는 "이 책은 백 일 넘도록 파업을 통해 국민의 권리와 인간의 권리를, 노동자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으려 몸부림치고 있는 KTX승무원들의 생생한 삶의 애환이 담긴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