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선은 어디서 시작되었나

['줄넘기' 이후] 조직의 담당자와 결정 무시.. 별도 조직과 투쟁

'장투노동자 눈물 흘리게 하지마'를 기사로 쓰며 많은 고민을 하였다. 17차 민주노총 중앙집행위 정회 이후에 짧게 오간 말로 기사를 쓰는 게 부담도 되었다. 하지만 뒤에서 떠돌고,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서 떠돌며 소문만 부풀리는 것보다는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좋다는 판단이 섰다.

이와 관련해서 다양한 비판과 주장, 그리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갈등을 부추켜 분열을 만드는 자리가 아닌 민주노조운동의 진일보를 바란다. 장투노동자의 눈물을 닦아 줄 솔로몬의 지혜를 기다린다. 곪은 상처는 터뜨리고, 새 살이 돋기를 바란다.


지난 14일에 실린 ‘장투노동자 눈물 흘리게 하지마’ 기사와 관련하여 많은 의견을 받았다. 16일 밤에는 한통의 문자가 왔다. 민주노총 비정규 장투사업장 승리를 위한 3차 집중투쟁과 관련한 회의에 결합했던 모 연맹의 간부다.

개인적인 만남이었다. 오고간 이야기도 솔직한 개인의 목소리였다. ‘줄넘기’ 발언이 기사의 전체내용이 아니었음에도 중요하게 부각되었고, 앞뒤 상황에 대한 취재가 없었던 것에 대해 아쉬워했다.

[출처: 참세상자료사진]

조준호 민주노총 집행부가 들어서서 비정규 장기투쟁사업장에 대해 여느 때보다 우선시 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민주노총 사무총국의 부족한 역량에도 불구하고 2명의 간부를 전담 배치하여 문제 해결에 앞장서왔다.

부족하지만 우선하여

조준호 위원장도 모든 사업에 우선해 비정규 장투사업장 문제해결에 집중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이 장투사업장 투쟁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인식도 있다. 조직쟁의실에 모든 투쟁사업이 집중되기 때문에 하중이 집중이 되어있다. 단 몇 사람이 커버하고 있는 현실도 공유해 주었으면 한다”며 장기투쟁사업장문제를 민주노총이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번 동아일보 옥상점거 투쟁과 관련하여 한 간부의 말만을 가지고 비판을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한다.

“장투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을 무시하거나 비아냥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장투노동자 문제를 소홀히 대하는 간부는 없다”는 전제 아래, “민주노총 2박3일 투쟁과 관련해서 전술기획회의와 사업장확대연석회의도 있었다. 사무처 간부가 연맹의 담당자가 엄연히 있는데, 연맹의 조직체계를 무시하고, 외부에서 별도로 조직하고 개입한 것은 조직운영과 사업의 질서 체계를 위반하여 혼란을 조장하였다”고 한다.

논의할 자리는 있다

2박3일 집중투쟁기간에 운영한 회의가 있는데, 민주노총과 주요 연맹의 책임자도 모르는 별도의 전술회의를 진행하였다. 집중투쟁 전술기획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이 있는 데도 이 결정과 무관하게 별도의 회의에서 결정된 투쟁을 전개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출처: 참세상자료사진]

“동아일보에 한 비정규사업장 조합원들이 올라갔는데, 그 지회의 지회장도 몰랐다고 한다. 조합원도 어디에 가는 지도 모르고 광화문역에 모여, 단지 지회의 재정담당하는 간부의 지시에 따랐다고 한다.”

연맹에 소속된 간부가 조직에서 결정된 투쟁보다는 별도의 회의체계에 결합하여 공유되지 않은 별도의 투쟁을 전개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

책임 있는 간부의 역할은

민주노총 비정규 장투사업장 투쟁과 관련하여 14차에 걸친 대책회의가 있었다. 민주노총과 연맹의 책임자들이 참가한 회의다. 6월 27일 13차 회의에는 7개 장투사업장에서 참관을 하였고, 7월 4일 14차 회의에는 2개의 장투사업장이 참가했다.

또한 2박3일 집중투쟁을 앞두고는 6월 21일과 7월 6일 각 연맹 장투사업장들이 참가한 확대연석회의가 열렸다.

7월 10일부터 진행된 2박3일 집중투쟁은 신라호텔 앞에서 투쟁선포와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노동부 민원투쟁과 장관 면담요구 농성, 검찰청 앞 투쟁문화제를 전개하였다. 11일에는 아침선전전을 시작으로 검찰청 앞 기자회견, 열린우리당사 앞 집회를 갖고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2박 3일의 투쟁

12일에는 광화문에서 선전전을 시작으로 FTA반대 집회에 결합하기로 했다. 하지만 11일 투쟁문화제 진행 중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집회 대오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12일 선전전에는 일부 사업장 노동자만이 참여했다. 잠시 뒤 동아일보 점거농성 소식을 들었다.

[출처: 참세상자료사진]

“장마로 폭우가 쏟아지고, 경찰의 강압적인 대응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어려운 일정을 소화해 냈다. 참가 대오들이 들쑥날쑥해 진행에 어려움도 많았다. 9박 10일 투쟁요구가 있었지만 주체적인 역량을 고려해 2박 3일 투쟁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한 불만도 알고 있다.”

문제는 장투사업장 노동자들이 별도의 투쟁을 전개한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과 연맹에 간부로, 책임 있게 조직과 투쟁을 이끌어야 할 책임자가 회의에서 결정된 투쟁을 제쳐두고 별도의 투쟁에 무게의 중심을 둔 것이다.

“민주노총이나 각 연맹이 장투노동자의 투쟁을 만족하게 이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임 있는 간부가 별도의 체계로 혼선을 일으킨 것은 지적하고 바꾸어야 한다.”

혼선은 어디서 왔나

또한 장투사업장의 어려움이 민주노총으로 집중되고 있는데, 각 연맹에서 그 원인과 배경을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한다.

전후가 어찌하였던지 장투노동자가 상처를 받게 한 말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는 게 맞지 않냐고 물었다. “몰라서 그래. 사과한다고 해결되지 않을 거야”하며 고개를 흔든다.

한 장투사업장 노동자의 말이 떠오른다. “노동자의 저력이 어디서 옵니까? 함께 가는 거잖아요. 건의도 할 수 있고, 비판도 할 수 있고, 잘못된 것은 지적하며 함께 가는 거잖아요. 서로 나누려고 하지 말고 함께 갔으면 좋겠어요. 뒤에서 욕하지 않고, 앞에서 잘못을 이야기 할 수 있잖아요. 민주노총이 있어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민주노총과 함께 싸울 거예요.”

“줄넘기” 민주노조운동을 돌아보고 한 발 앞으로 뛰어넘는 줄넘기를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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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노동자

    장투사업장 동지들이
    얼마나 절박하게 밑바닥에서 싸우는지
    진심으로 알기나 하는겁니까?
    오죽 절박했으면 그렇게 장투사업장 조합원들끼리
    스스로 나서서.... 지역과 업종을 넘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투쟁을 전개했겠습니까! 일단 그 동지들을 안고 감싸줘야 할 것이
    총연맹인것이지.. 외부 라는 표현은 정말 너무하십니다!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고 정말 장투 동지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수 있는 총연맹이 되길 바랍니다. 이런식의 변명 일색은
    실망만 안겨줍니다.

  • 연대

    조직의 공식 체계라는 게 도대체 뭔가요. 허가받은 투쟁만 해야하나요? '투쟁 허가제'를 도입해야하는 건가요?
    밑으로부터 투쟁이 조직되는 건 운동의 원리고, 희망입니다.
    그것을 '질서', '체계' 운운하며 순화하려 하는 건, 자본의 논리지요.
    반성합시다.

  • 비정규직

    형식과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하시어 평택에서 포항에서 엄정조처한다는 정부나 형식과 절차를 외면하니 문제라는 민주노총이나 너무나 닮아 있다면 과장일까?

    형식과 절차를 위해 노력했으나 그 형식과 절차로 현장의 투쟁이 비정규 장기 사업장들의 절박한 투쟁이 외면당하는 과정이야 말로 형식과 절차를 앞세워 실질과 내용을 잃어 버리거나 아예 버려버리는 것임을 성찰하는 민주노총의 모습은 불가능한가.

    언제부터 투쟁은 음모요 현장은 외부가 되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 투쟁하는 현장보다 중요한 민주노총이 되었다. 이렇게 관철되는 관료화의 철의 법칙이 슬프다.

    오도엽 기자의 이번 기사는 맥없다. 일종의 물타기다. 슬프다.

  • 공동투쟁

    조직의 담당자와 결정이 무시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조직의 담당자가 어떤 역할을 합니까? 조직 단위 투쟁을 챙기고 결의를 높이고 집행을 책임지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역할이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과 맞물리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져야 합니다. 장투 동지들이 의도적으로 조직의 담당자와 결정을 무시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또한 민주노총 간부의 '줄넘기' 발언만을 문제삼는 것도 아닐 겁니다. 그 발언에 관통되는 철저한 관료의식과 피해의식 - 의견이 다르면 다 반집행부라고 생각하는 - 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자신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면 참 편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게 다가 아닙니다. 조직 담당자 동지의 고민은 알겠지만 사실과 진실에 대한 충분한 반박 논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조직 담당자와 결정 무시가 왜 생겼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