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근 조합원 회복불가능, 경찰 방패에 의한 것"

뇌사상태 빠진 하중근 조합원 사고원인 진상조사 보고서 공개

지난 7월 16일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머리를 다쳐 뇌사 상태에 빠진 하중근 포항지역건설노조 조합원과 관련해, 사건 경위를 조사해 온 진상조사단이 28일 오전 10시 30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진상조사에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지난 해 두 명의 농민이 숨지고 경찰이 재발방지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노동자를 때려서 사망에 이르게 하고 있다"면서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엄청난 사건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찰, 머리와 얼굴 부위 집중 공격

이날 발표된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중근 조합원이 중상을 입은 사건 당일인 7월 16일은 별다른 준비 없는 평화적인 집회였으며, 경찰이 아무런 경고 방송 없이 급작스럽게 집회 대오를 침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의 무차별적인 공격은 이날 발생한 부상자 16명 가운데 단 한 명만을 제외한 15명이 머리, 입 주변, 눈 주위 등 얼굴과 머리 부위에 부상을 입은 것을 보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대오 앞쪽에 서 있던 하중근 조합원도 경찰의 급작스런 침탈에 미처 피하지 못하고 방패 모서리에 후두부를 가격당해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머리에 선혈이 낭자한 채 쓰러져 있던 하중근 조합원이 발견돼 포항 동국대병원으로 후송, 2차에 걸쳐 두개골 수술을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았고 현재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사실상의 뇌사 상태다. 이날 공개된 포항 동국대병원 주치의 김진욱 신경외과 교수가 작성한 소견서에 의하면 , 하중근 조합원은 '두피열상, 우측 후두부, 일직선 모양으로 약 5센티미터'의 외상이며 '출혈성 뇌좌상, 우측 전두엽, 뇌부종'등으로 적시돼 있다.

이같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하중근 조합원은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방패로 머리 우측 뒷부분을 가격당했고, 이로 인한 충격으로 뇌 우측 앞부분에 '대측손상'을 입어 사실상 뇌사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 진상조사단의 판단이다.

현장 목격자, "경찰이 이렇게나 무서운 줄 몰랐다"

  사고 당일 현장에 있었던 이영철 포항지역건설노조 전 수석부위원장이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당일 사고 현장에 있었던 이영철 포항지역건설노조 전 수석부위원장도 이 자리에 참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이영철 전 수석부위원장은 "건설노동자로 25년을 살아오는 동안 경찰이 이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다"는 말로 증언을 시작했다.

이영철 전 수석부위원장에 따르면, 집회 당일 하중근 조합원과 자신이 대오 앞에서 네 번째 쯤에 있다가 사회자가 "오늘은 평화적으로 집회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하자마자 하중근 조합원이 맨 앞쪽으로 나갔고, 거의 동시에 경찰이 소화기를 분사하며 진압을 시작했다는 것.

조합원들은 방패로 가격하며 달려드는 경찰을 피해 아수라장이 된 채 도망치기 시작했으며, 이 와중에 누군가 "사람이 쓰러졌다"고 소리쳤고 하중근 조합원이 동국대병원으로 후송됐다. 병원까지 동행한 이영철 전 수석부위원장은 "당시 의사가 '이 상처는 분명 방패에 찍힌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하중근 조합원은 고무 제거된 방패에 가격당한 것"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당시 경찰이 경고방송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과 방어용인 방패를 공격에 사용한 것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며 "하중근 조합원의 경우 돌아서서 도망치는 사람을 뒤에서 내리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에 참여한 권영국 변호사는 "우려되는 위험 상황을 발견했다. 경찰의 방패 모서리에 있는 고무 테두리를 진압 직전에 벗겨내고 아스팔트에 가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하중근 조합원의 상처도 고무가 씌워진 둔탁한 것에 맞은 것이 아니라 예리한 것에 의해 찢어졌다. 고무를 벗긴 상태에서 그대로 가격한 것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진상조사단은 "지난 해 두 농민이 목숨을 잃은 이래 또다시 노동자가 뇌사상태에 빠진 심각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면서 언론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날 1차 조사결과 발표에 이어 추가 조사를 진행중인 진상조사단은 향후 후속 조사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