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하중근 열사가 경찰의 방패에 찍히고, 소화기에 뒷덜미를 얻어맞아 사망한지 10일이 지났음에도 경찰과 검찰은 부검결과에 대해 공식발표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진상규명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항에서는 경찰의 막무가내 폭력진압이 이어지고 있다. 9일, 포항에서 열린 노동자대회에서는 또 다시 경찰이 밤 10시가 넘은 심야까지 집회 참가자들은 물론이며 지나가던 시민에게도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 9일, 경찰은 또다시 폭력을 자행했다. 방패로 집회참가자의 허리를 찍는 경찰과 경찰의 진압봉에 맞아 두 동강이 난 김용욱 참세상 기자의 카메라/ 참세상 자료사진 |
이 과정에서 경찰이 휘두른 곤봉과 방패에 본지 김용욱 기자의 카메라 렌즈가 두 동강이 났으며, 안창영 영상기자는 머리 뒷부분이 3센티 가량 찢어지는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다.
어제(9일) 상황에 대해 민주노총은 “지난 4일과 9일 포항집회에서 하중근 조합원이 사망한 바로 그 자리에서 경찰은 맨몸의 노동자들에게 또 다시 물대포를 쏘아 두개골 골절, 각막손상으로 인한 실명위기, 늑골 골절 등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병원에 실려 가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으며, 도로변에 있던 일반 시민들까지 진압봉 등으로 때려 시민 수십 명이 다쳤다”며 “포스코와 정부여당이 살인적 폭력으로 계속 압살하려는 행위에 대해 전국적 체계로 전환하고 강력한 투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기자회견 장소에는 열사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설치되었다./ 이정원 기자 |
"대추리에서, 한미FTA 반대 시위에서, 포항에서 국가의 살인극은 이어졌다“
▲ 기자회견에는 포항건설노조 서울상경투쟁단이 함께 했다./ 이정원 기자 |
한편, 10일 경찰청 앞에서는 인권사회단체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하중근 조합원을 살해한 경찰 책임자를 구속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장진범 사회진보연대 활동가는 “작년 겨울 전용철 열사의 죽음에 대해 경찰청장이 사퇴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했지만 우리는 살인극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라며 “대추리에서, 한미FTA 반대 시위에서, 포항에서 경찰과 정권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호, 이용석, 하중근 모두 노무현 정권이 죽인 노동자들이다”라며 “우리에게 남은 것은 깡패를 몰아내는 일 밖에 남아있지 않다. 노무현 정권 퇴진시키자”라고 목소리 높였다.
지난 8일부터 3차 서울상경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김진배 포항건설노조 서울상경투쟁단 단장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바꿔내고 인간답게 살겠다고 울부짖는 노동자들을 죽이는 이 세상에 인권은 존재하는가”라고 묻고, “죽음의 진실을 알려내려고 하는 노동자들에게 경찰의 폭력은 또 다른 죽음을 예고 하고 있다”며 “하중근 열사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기자회견을 마무리한 참가자들은 하중근 열사를 기리는 분향을 진행했다./ 이정원 기자 |
"공권력을 빙자해 사람 죽이는 국가권력“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광란의 대국민 살육 작전에 동원된 부대는 서울경찰청 소속 특수기동대 1077, 1078 중대였다. 이들은 지난 5월 4일 평택 대추초등학교를 피바다로 물들인 장본인들이다”라며 “경찰은 조합원들의 포스코 본사 농성이 자진 해산되고 하중근 씨가 숨을 거둔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포스코 주면에서 노동자들의 어떤 집회나 시위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포스코는 포항 건설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입마저 틀어막으려 하고 있다”고 경찰과 정부의 폭력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어 “포항건설노조 하중근 씨를 죽음으로 몰아놓은 건 우리사회에서 돈과 권력을 틀어쥔 자들의 이익을 위해 힘없고 차별받는 다수 국민들의 인권과 생명을 ‘공권력’을 빙자해 마음대로 유린하고 반성할 줄 모르는 국가폭력 때문이다”라고 지적하고 △하중근 열사 죽음 진상규명, 관련자 처벌 △경찰기동대 포함한 전경부대 해체 △노무현 대통령 사과, 유족 보상 △불법 노조탄압 포스코 엄중 처벌 △건설 일용직 노동자 노동3권 보장 △집회, 시위 자유 탄압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 날 모인 인권사회단체들은 11일부터 무기한으로 경찰폭력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경찰청 앞에서 무기한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포항건설노조 서울상경투쟁단과 함께 하중근 열사를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매일 8시 광화문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 이정원 기자 |
▲ 경찰에게 맞아 죽은 전용철 열사, 홍덕표 열사, 하중근 열사가 경찰청 앞에 섰다./ 이정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