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오전에 진행된 북의 핵실험으로 1994년 핵위기 이후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도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북은 핵실험이 자위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남한 민중의 입장에서 북의 핵실험은 남한 민중의 이해와 상반된 행위임을 북은 직시해야 한다. 남한 민중 대다수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핵보유를 통한 한반도 긴장고조는 남한 민중의 이해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민중의 뜻에도 반하는 일이다. 때문에 이번 북의 핵실험은 남한 민중에 대한 자주권과 생명권의 중대 침해행위이며, 한반도 전체 민중의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 행위이다.
어떤 이유로도 북의 핵무기 보유는 정당화될 수 없다. 미제국주의에 의한 대북 경제봉쇄는 반인도적 행위로서 규탄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핵위협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북의 태도도 용납될 수 없다.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되지 못하며, 한반도를 전쟁의 포화속으로 몰아넣는 길이기 때문이다. 경제봉쇄를 풀고 인민의 경제난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선군정치와 같은 무력을 통한 해결이 유일한 길이 아니다. 수십년동안 미국에 의한 경제봉쇄 속에서도 인민의 지혜로운 의지로 이를 해결해 나간 쿠바가 존재하며, 남미와 중동,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미국에 맞서 자주적인 길을 걷고 있다. 그럼에도 ‘힘에는 힘’의 원칙만을 강조하며 한반도 전체를 공멸의 위기에 빠뜨리는 핵무기 보유전략은 결코 대안이 아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미국의 대북제재와 경제봉쇄에 있는만큼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유엔 안보리를 통한 사태해결은 파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현재의 유엔 안보리는 미국의 대북제재 정책을 막는 것이 아니라 확산시키는 도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문제유발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유엔안보리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에 다름 아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대다수가 핵을 보유한 나라라는 점에서 이들은 북의 핵실험에 대해 뭐라 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게다가 현재 상황은 미국의 대북제재 -> 북의 미사일 발사 -> 유엔안보리 제재 -> 북 핵실험 등 사태는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확대는 무력을 통한 파국이라는 예정된 결말에 이르는 썩은 동앗줄일뿐이다.
이제 이 민감한 국면에서 그 동안 허수아비에 불과했던 노무현 정부의 입장과 태도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주장하듯이 북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유엔 안보리를 통해 확대된 대북제재에 동참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청와대는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며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며 특히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즉각 논의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혀 한반도 평화와는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지금의 상황에서 대북제재에 동참하거나 더 이상 북을 압박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해서는 안된다. 그와 달리 이제라도 노무현 정부는 이 문제의 유발주체인 미국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따질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조차 제대로 이야기 못한 이 문제를 이 파국적인 상황에서 그 입장을 밝힐 때가 되었다. 즉, 북을 상대로 한 북핵문제의 해결에서 미국 압박을 통한 해결이라는 전술적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이는 북을 돕기 위한 민족공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북미간의 긴장과 대립 속에서 위협받고 있는 한반도 민중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권적 차원에서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노무현 정부의 태도야 말로 북의 핵무기 보유전략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도 효과적인 강제 수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