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삼성에스원 측에서 이 노동자들을 해고한 이유가 경찰청 모 경위의 개인 '의견서'에 불과한 질의회시문에 의한 것이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삼성에스원은 경찰청 질의회시 내용에 따라 "위탁계약 형태로 고용돼 있는 영업전문직 계약이 법률상 문제가 있어 처벌받을 수 있다더라"며 전국 영업전문직 노동자 1천7백 명에게 계약해지 신청서를 스스로 작성하게 하는 방법으로 계약종료를 통보했다.
지난 8월 8일 예고없는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후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를 조직해 복직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은 문제의 경찰청 문서에 대해 "문서는 경찰청 모 경위 한 개인에 의해 작성된 것임이 확인됐고, 의견서에 불과한 서류에 근거해 예고없이 계약해지 한 것에 대해 의혹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는 "누가 경찰청에 질의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으나 질의 내용이 영업전문직을 해고하기 위해 일부러 만든 내용처럼 전문적이고, 매우 유도하여 질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두 달 여 간 삼성본관 앞, 이건희 회장 집 앞, 삼성에스원 본사 등에서 1인시위 및 집회를 하면서 부당해고 철회와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들이 당한 대량해고나 투쟁은 언론에 제대로 보도조차 되지 않고 있다.
미행, 감시, 회유, 협박... 삼성식 노동탄압
이들이 복직투쟁에 나선 이후 드러난 사측의 방해공작 또한 심각하다.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조합원에 대한 감시와 미행 뿐만 아니라 자택에 무단 침입해 몇 시간씩 머물다 가고, 조합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수많은 인신공격과 협박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탑골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던 도중 이들에게 적발된 회사 직원에게서 '회유가능 대상자 명단'과 집회 발언 내용이 적혀 있는 수첩, 집회를 촬영한 캠코더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9월 26일에는 노조사무실 주변을 서성이던 수상한 차량을 발견하고 확인하려 접근한 조합원을 이 차량이 치고 달아난 사건도 있었다. 뺑소니 차량으로 신고해 차량번호를 조회해 본 결과 삼성에스원 본사 인사과 업무차량으로 밝혀졌다. 차에 치인 조합원은 다리와 허리를 다쳐 전치 3주의 부상을 입고 입원치료 중이나, 사측 간부는 '뺑소니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특수폭행죄와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고 권력 삼성이 처벌을 염려한다?"
억울한 처지에 놓여있는 해고된 노동자들은 19일 오전 11시에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갖고 이같은 사실들을 폭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엑스파일 사건만 봐도 알수 있듯이 법조계, 정치계, 언론 등 이 나라 권력자들 위에 군림해 온 삼성이 경찰청 질의회시문 한 장으로 처벌받을 것이 염려되어 계약해지했다는 것은 정말로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노동자의 생존권에 관심없는 삼성은 그저 자신들의 회사 이미지 훼손만이 걱정되어 우리 요구는 철저히 외면한 채 미행감시, 회유협박 등 삼성식 노동탄압만 계속해 오고 있다"며 "왜 삼성이 갑작스럽게 1700명이나 되는 대량해고를 자행했는지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