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농가의 붕괴는 지역경제 초토화 연쇄 도미노 될 것

[인터뷰](2) 임기환 제주도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참세상 특별취재팀이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항은 많은 이용자들과 사전에 배치된 경찰 그리고 항의 피켓팅과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협상단의 도착소식과 더불어 공항 내 활주로에 배치된 미니 밴의 이동차량과 경찰차량들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한미FTA저지제주도민운동본부는 순간 순간 대응 전술을 택 해야 했다.

혹 김종훈 수석대표가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는 ‘도착 출구’로 나올 경우 항의 서한 전달 및 그의 도착을 환영할 수 없는 제주도민운동부의 입장을 밝혀야 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정보 탐색과 판단,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공항 도로에서는 피켓팅이 진행됐다. 그 바쁜 상황에서도 특히 더 바빴던 임기환 제주도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우리에게 익숙한 ‘제주도’는 지난 7월 1일부터 ‘제주특별자치도’로 공식 명칭이 바뀌었다. 지난 해 10월 14일 정부기본계획안 확정 이후 11월 4일 입법예고가 됐을 만큼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교육, 의료 영리법인화 까지 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시장화의 테스트 판’ 이라며 지역에서 반대 싸움이 진행된 전례가 있다. 그리고 21일 제주도민운동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임기환 집행위원장은 “사실상 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하기 위한 사전 시험대로 제주도를 택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감귤 산업 붕괴, 지역 경제 초토화의 도미노 몰고 올 것

  임기환 집행위원장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제조업이 3%로, 1차 산업이 20-30%로 규모로 사실상 감귤농업, 축산 농업 등 1차 산업이 지역 경제의 골간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1차 산업과 연관된 가공, 유통 서비스 산업이 다수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그 외는 관광 서비스업이지만, 이 관광 산업의 소유주들이 대부분 타 지역 사람들(외지인)인 경우가 대다수 이기 때문에 도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1차 산업만큼 크지 않다.

감귤은 제주 전체농가의 86%의 규모로 농업조수입의 52.5%를 차지하는 제주도의 기간작물이다. 그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90년대 오렌지 수입이 본격화되면서 많은 농가들이 폐원됐던 경험이 있다. 정부 국책연구원인 한국농촌경제원은 한미FTA 타결 돼 관세를 완전히 철폐할 경우 향후 10년간 감귤 조수입은 최대 2조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감귤 산업이 도민들의 생명산업인 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지형에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 또한 모두가 알고 있다.

임기환 집행위원장은 “지역 특성상 1차 산업 무너지면 지역경제 붕괴되는 것을 불 보듯 뻔하다는 사실을 도민들도 대부분 자각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정부는 민감품목으로 지정하면 대책이 생기는 듯, 보호되는 것인냥 선전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우선 '쌀' 처럼 협상 예외 품목으로 지정해 달라는 지역의 요구가 있으나 이 또한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설령 민감 품목으로 지정된다 하더라도 10년 관세 철폐시 1조 1천억, 15년 장기 철폐 시 7천 500억 정도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민감품목 지정된다고 해도 한미FTA 가 체결된다면 감귤 산업 붕괴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결국 도민의 민심을 잡기 위한 '감귤 산업 민감품목 지정'도 요원하고, 나아가 위기감을 느끼는 도민들의 FTA 협상 반대 여론을 묶어 놓으려는 의도로 '민감품목 지정'이라는 속임수를 쓰는 셈이다.

오죽했으면 ‘한미FTA 협상 체결 찬성’이라는 당 공식 발언을 했던 한나라당의 제주도당이 20일 "특정 지역의 역사.문화.산업에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감귤산업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있어서는 안된다"며 ‘반대’에 준하는 논평을 냈을까.

사실 1차 산업의 두 번째 규모인 축산업 및 밭작물 들도 한미FTA 피해를 입게 될 것은 마찬가지. 임기환 집행위원장은 전국적으로 한미FTA 반대 여론이 50%를 밑돌던 상황에서도 제주도민들은 80~90%에 이르는 반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음을 지적한다. 정부의 '시험대'인 제주특별자치도민들은 그만큼 절박하게 한미FTA를 반대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1차 산업이 지역경제의 원동력이 됐고, 고용 문제를 해결해 왔는데 한미FTA는 그 순환 고리를 깨고, 바탕부터 뒤 흔들어 부숴버리는 역할을 할 거라는 게 너무 뻔하다는 겁니다. 오렌지 수입 한 이후 감귤 농가들이 폐원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 정도와는 비교도 안 될 거라는거죠. 결국 1차 산업의 붕괴는 지역의 실업률로 이어질 것이고 실업률의 증가는 제주도민들의 빈민화를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라는 점입니다”

곳곳에 펄럭이는 노란 깃발, 한미FTA 반대 도민들의 의지를 보여준다

공항에서 제주도민운동본부 사무실로 이동하는 길에 내내 노란색 깃발이 안 걸린 곳이 없다. 경찰의 사전 조사, 대내외적인 압박과, 지역의 ‘폭도’에 가까운 여론 선동에도 불구하고 읍면단위로 10여개의 지역대책위들이 구성, 각종 ‘한미FTA 반대’ 선전물들을 설치한 상황이다.

심지어 김종훈 수석대표와 협상단이 공항에 도착하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공항 주변에는 ‘한미FTA 반대 선전물’들이 여전히 걸려 있었다. 지역 여론이 있으니 선전물을 강제철거하는 경찰의 도발행위 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 외부에서 경찰 1만 명을 파병받아야 할 만큼, 원정투쟁 규모도 적지 않지만 그와 더불어 지역의 반대 여론과 저항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임기환 집행위원장은 “협상이 가까워지면서 농기계 주인 조사, 농협 지원 중단, 집회 참가자 명단 파악 등 경찰의 탄압이 상상 초월하고 있는 상황”임을 설명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 조직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주 지역에서 전례없는 도민들의 집중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내 1만 여명이 운집한 집회는 사실상 전례가 없다는 것. 23일 협상 개시일에 맞춰 협상장 근처인 중문단지 주변을 거점으로 각종 집회 및 기자회견이 끊이지 않을 예정이고, 이 중 제주도민운동본부가 주최하는 자체 집회도 준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제주지역의 50여개 농업, 노동 사회단체들이 ‘한미FTA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를 결성, 지금까지의 활동해 왔습니다. 한미FTA 협상 결과가 몰고올 파장이 고려했을 때 반대해야 할 이유도 분명하지만 지역에서 바라봤을 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인거죠. 말로 했다면 국민들 여론이 이 정도인 상황에 정부가 이처럼 협상을 강행하지 않겠죠. 싸움이 아닌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열심히 싸워서 협상을 중단시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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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 한미FTA , 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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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ladudrb

    내작은아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