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저지 국민운동본부(범국본)은 지난 4일, 29일 2차 범국민대회 당시 경찰이 행한 불법적 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 했다. 범국본은 6일로 예정된 ‘한미FTA 협상 저지 3차 범국민총궐기’ 대회의 긴급 구제를 요청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5일 긴급 상임위원회를 열고 ‘경찰의 금지 통고를 철회할 것’을 이택순 경찰청장에게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집회의 자유가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한 불가결한 요소로, 헌법의 기본권 중에서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본질적 권리”라고 강조하며 ‘평화적 집회 개최’를 조건으로 ‘금지 통고’를 철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평화 집회 개최’의 방식으로 "범국본과 경찰이 양해 각서를 맺거나 공동 기자회견 등"의 방식을 조건으로 명시했다.
범국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우선 “국가인권위의 발표는 경찰의 범국본 집회에 대한 원천봉쇄 방침이 위법한 조치임을 확인한 셈”이라고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서울역 집회는 범국본이 신고한 집회가 아니라 통일연대가 자기 계획에 따라 신고한 것"임을 확인하며, "이를 범국본 집회 장소로 예시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범국본은 "지난 4일의 기자회견을 통해, 6일에 개최될 3차 범국민총궐기대회를 평화적으로 진행할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고 강조하며, “이제, 경찰이 범국본 집회에 대한 금지통보를 철회하는 일만 남은 셈”이라고 경찰의 입장 발표를 촉구했다.
또한 "자유롭고 평화적인 집회자유 보장은 경찰의 마음에 들면 허락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허하는 그런 자의적인 경찰력 작용의 영역이 아님"을 역설했다.
인권위는 집회,시위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의 무조건적인 철회
체포와 감금과 같은 행위를 중단할 것을 경찰 당국에 강력히 권고 해야
인권위의 조건부 권고에 대해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을 옹호한다는 자신의 목적과 존립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범국본은 긴급구제를 요청하면서 11월 29일 제2차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총궐기대회를 저지하는 경찰의 월권행위를 적시하고, 12월 6일의 제3차 총궐기대회도 위와 같은 인권침해가 일어날 것이 예상되므로 이를 막아달라는 요청했다.
또한 집회의 전면적인 금지통보 철회만이 아니라 전국 1,252곳에서 검문검색을 하고 심지어는 가택연금, 무조건적인 체포 등의 인권침해가 다시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으므로 이를 중단시켜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이런 요청에 대한 답변은 전혀 없었던 것.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이런 경찰의 행위는 집회시위의 자유만이 아니라 거주이전의 자유, 신체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인권침해가 명백한 것”이라며, “이와 같은 불법,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입장을 밝힐 것을 회피하고, 위와 같이 반인권적인 결정을 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범국본의 구제신청을 통일연대의 구제신청으로 해석하는 것도 경찰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고, 양해각서의 방식도 평소 경찰이 주장해오던 것”이라며 “어떻게 헌법에서 보장된 기본권이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해 이런저런 조건을 갖다 붙여 제한할 수 있단 말인가”를 반문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인권위에 "집회,시위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의 무조건적인 철회와 체포와 감금과 같은 행위를 중단할 것을 경찰 당국에 강력히 권고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6일 오전 11시 서대문 경찰서 앞에서 ‘집회 자유 말살하는 경찰 규탄 기자회견 : 정권과 민중사이엔 경찰 폭력밖에 없다’는 주제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까지 경찰은 범국본이 신고한 종묘공원 집회와 광화문까지의 행진을 금지 통보했다. 범국본은 종묘 공원에서 오후 4시 ‘노동기본권쟁취, 사회양극화 해소, 광우병 쇠고기 수입중단, 한미FTA 저지 제3차 범국민 총궐기대회'를 계획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경찰도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3차 범국민대회 집회가 원천 봉쇄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