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씨가 조립부로 배치될 때도 당일 명령을 받아 동료들과 인사도 나누지 못했었다. 조립부에서 요통을 얻었지만 참고 일해온 김진욱 씨에게, 허리를 집중적으로 혹사시키는 차체부로의 일방적인 이동 명령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즉시 업체 관리자 문 모씨에게 달려가 허리를 다치게 된 경위와 현재 몸 상태를 말하며 호소했지만 관리자는 "아픈 건 네 사정이지 회사가 일일이 그런 사정까지 봐줘야 하냐. 몸 아프면 알아서 회사를 그만둬야지"라고 말했다.
다음날 김진욱 씨는 의사소견서를 들고 관리자 문 씨를 찾아가 "허리통증을 치료 중이니 당분간만 이대로 근무하게 해 달라"고 말했지만 "그렇게 아프면 휴직계를 내라. 하지만 휴직계 내면 다시 못 들어오는 것 알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2월 3일까지 며칠 동안 매일 십여 차례나 문 씨를 찾아가 호소했지만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라는 관리자의 대답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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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행당한 후 입원한 김진욱(가명) 씨 [출처: 지엠대우부평공장 비정규직 제공] |
맞아서 입원했는데 '무단결근'으로 해고
12월 4일도 김진욱 씨는 문 씨를 찾아가 사정했다. 그리고 작업장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던 중 문 씨가 욕을 하며 김 씨를 뒤따라왔다. 김진욱 씨의 멱살을 잡고 공장 사무실로 끌고 간 문 씨는 김 씨의 목 뒤를 잡아끌고 사무실 안으로 내동댕이쳤다. 허리 환자인 김씨는 사무실 기물과 바닥에 허리를 부딪히면서 일어나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를 본 동료들이 항의하며 말리려 하자 문 씨는 "얘 지금 쇼하는 거다, 빨리 작업장으로 가라"며 이들을 쫓아냈다. 김진욱 씨는 결국 주위 노동자들에 의해 구급차에 실려 성심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입원한 지 사흘만에 업체 소장이 찾아왔다. "일하다 다친 것 아니니까 산재 아닌 것 알지? 병원비는 한 푼도 못 줘. 퇴원할 때 네가 계산해. 그만 퇴원하고 출근하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무단결근 3일 했는데 어떻게 되는지 알지? 내일 출근 안하면 자동 해고야. 인생 선배의 충고니까 고맙게 생각해"
김진욱 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퇴원했다. 정규직노조가 업체 소장을 만나 부당한 처사를 항의하고 시정 약속을 받아냈다고 했지만, 사측은 막무가내였다. '스피드파워월드'는 피해자인 김진욱 씨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12월 15일에 해고통보하고 연이어 '엄중징계' 경고장과 '징계통지서'를 수 차례 보내왔다. 1월 22일, 김진욱 씨는 '인사명령 거부, 작업지시 불이행, 작업장 이탈, 결근, 회사명예 손상' 등의 죄목(?)으로 결국 해고됐다. 폭행한 문 씨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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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가 김진욱(가명) 씨에게 보낸 해고통지서 [출처: 지엠대우부평공장 비정규직 제공] |
"허리가 아파서 어차피 차체로 가도 한 시간도 못버티고 그만둘 수밖에 없습니다. 일하다 다친 것도 억울하고 폭행당해 다친 것도 억울합니다. 가해자는 멀쩡한 채 저만 징계를 받는 것은 더 그렇습니다. 가해자한테 사과는커녕 계속 모욕과 협박당하는 것은 그래도 참을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해서 화장실에서 자주 토하기도 하고 밥도 잘 못먹지만 참으라면 참겠습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으면 집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차피 짤릴 거, 죽기살기로 싸워보기로 했습니다"
더 기가막힌 일은 같은 업체에서 며칠 사이에 또 폭행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스피드파워월드 소속 김민석 씨(가명)는 지난 1월 8일 "보급차량 일일점검일지에 당장 사인하라"는 조장의 지시에 즉시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엄청난 폭행을 당했다. 김민석 씨는 코뼈 함몰과 안면골절로 수술까지 해야 했다.
김민석 씨가 입원해 있을 때 업체 소장이 "인사위원회가 열린다"는 전화를 걸어 왔다. "참석 못한다는 거 알고 있고, 통보하려고 전화한 것"이라는 말만 들었다. 인사위원회가 열린 1월 19일, 가해자인 조장은 "결근자가 많아 일해야겠다"는 지시에 손가락을 깁스한 채로 작업을 했다. 퇴근할 때 받은 소장의 전화, "수고했다, 퇴사처리됐다"는 말에 두 사람은 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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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폭행 후 해고당한 김민석(가명)씨. 안면골절로 수술을 받았다. [출처: 지엠대우부평공장 비정규직 제공] |
어차피 짤릴 거, 지금 짤리나 한두 달 후에 짤리나 똑같은 거 아닙니까, 우리는 우리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죽기살기로 끝까지 싸우기로 했습니다. 설사 우리가 지더라도 절대로 우리만 죽지는 않을 것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울 것입니다"
잇단 폭행사건과 관련해 분노를 참지 못한 스피드파워월드 소속 노동자들이 책임자 처벌과 피해보상,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며 연서명한 요구안을 전달하려 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절했다. '스피드파워월드'는 이들의 작업거부에 임시직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한편, 1월 31일에는 노동자 9명에게 인사위원회 출석요구서를 발송해 "작업방해 책임을 물어 관련자 전원 해고는 물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노동자들은 김진욱 씨가 해고된 1월 22일부터 잔업거부, 중식 선전물 배포 등 힘겹지만 굳세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