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길이 가로막힌 한 노동자가 정문 앞에서 항의하고 있는 모습 |
양산에 위치한 삼성 SDI는 올해 5월 부산에 PDP 공장 준공을 앞두고 브라운관을 만드는 사내기업인 영성전자, 명운전자, 세경테크, 대현 PDC 등 4개 업체에 오는 2월 15일자로 계약만료를 통보, 이들 업체에서 일하던 300여명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사태에 직면해 있다.
이들 업체에 대한 계약해지 사유는 브라운관이 사양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사내기업인 그린전자(주) 7라인에 정규직 노동자를 투입하면서 이곳에서 일하던 6명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퇴직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에 일부 노동자들이 부산 PDP 공장으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지난달 20일부터 사내 식당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삼성 SDI측은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1월 27일부터 6명의 노동자들에 대해 출근을 저지하고 있어 이들은 공장 정문과 남문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 회사측이 출입을 통제하자 1인시위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 |
삼성 SDI 송수근 해고노동자는 "회사측은 지난 98년 소사장제를 도입해 '정규직보다 임금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선전하며, 당시 2,500여명의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전환시켰는데 이제와서 위로금 몇푼 쥐어주고 집에 보내려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준공 예정인 부산 PDP 공장에는 신규인원을 채용할 계획이면서 언양 공장 노동자들은 정리해고하려는 건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비정규법안을 피해가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5일로 계약만료를 통보받은 이들은 일부가 위로금을 받고 사직서를 쓰기도 했으나, 일부 노동자들은 이후 대책위를 구성해 '고용승계'를 위해 투쟁할 계획이다.
아울러 "삼성 SDI 회사측이 사내기업과 맺은 도급계약서에는 정년을 55세로 약속했다"며 "계약해지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삼성 SDI 회사측에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계약해지한 삼성 SDI 회사측은 같은 공정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문제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잘리는것도 서러운데 위로금도 차별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한편 삼성 SDI는 계약해지를 통보한 이후 해당 노동자들의 집단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위로금을 제시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그런데 위로금 또한 지난 1998년 구조조정 당시 삼성 SDI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한 노동자와 업체로 입사한 노동자들, 그리고 여성, 남성간의 차이가 극심해 형평성에 대한 반발을 사고 있다.
송수근 해고노동자에 따르면 "회사측은 사내기업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는 대략 300만원 정도의 위로금을 제시했으나 액수가 적다고 반발하자, 800만원 정도로 액수를 상향 조정했으며,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환한 남성 노동자들에게는 8,500만원을 제시한 반면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1,500만원 정도의 위로금을 제시했다"고 한다.
회사측은 남.여간 차별적인 위로금 지급에 대해 '근무연수, 부양가족' 등을 고려해 책정한 금액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남자들 또한 부양가족수가 다 틀리지 않느냐'며 차별적인 위로금 지급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여성 노동자들은 위로금 차별 지급에 반발해 국가인권위, 노동부 등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정기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