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07년, 좌파 정치세력은 어디로

[좌담] 진보운동의 전망 모색과 07년 대선(2) - 정치운동

  이정원 기자

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분열과 재결집을 반복하면서 새판짜기에 여념이 없다. 운동진영의 물밑 정치도 한창이다. 바야흐로 모든 ‘길’은 대선으로 통하는 대선정국, 제도정치는 물론 재내외야의 사회운동까지 정치역학적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은 별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좌파 혹은 사회주의변혁세력에게도 예외 없이 대선 바람은 불어왔다. 그러나 민주노총 선거 및 각종 선거에서의 패배, 한국진보연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운동진영 재편과정 등 그들의 공간은 협소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이미 지난 2월 15일 첫 번째 좌담 ‘사회운동의 전망 모색과 07년 대선’에서 사회운동의 총체적 위기와 좌파운동의 위기감은 감지된 바다.

이어진 정치운동조직을 중심으로 한 좌담 ‘진보운동의 전망 모색과 07년 대선’에서도 좌파정치조직의 위기감은 드러난다. 정치권의 ‘부유’로 인해 정치적 길을 잃은 대중을 획득하기 위한 주류정치와 운동 일각의 움직임은 분주한 반면 한미FTA의 맥을 잇는 반신자유주의 대중투쟁의 활로와 이를 위한 혹은 이에 따른 정치적 전망은 좌파세력의 손으로 일궈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선 국면에서 공세적 계기를 얻기도 하고 기회를 만들기도 하지만) 이번 좌담에서 좌파정치세력들은 주체들에 의해 갖가지 언어로 ‘결집’의 중요성을 역설했지만,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해법과 상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민중언론참세상 연속좌담2 ‘진보운동의 전망 모색과 07년 대선’은 이 차이를 공유하고 확인하면서 27일 참세상 회의실에서 유영주 민중언론참세상 편집국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좌담자로는 최광은 한국사회당 대변인, 김광수 노동해방실천연대(준)(해방연대) 기관지위원장, 김형탁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준)(전진) 기관지위원장, 김인식 다함께 주간맞불 발행인, 박준선 노동해방당건설투쟁단(당건투) 활동가, 김태정 노동자의힘(노힘) 중앙집행위원 등 총 6인이 참석했다.

좌담질문은 총 6가지로, 정세 진단으로 말문을 열며 노무현 대통령에 의한 개헌발의 등 현실정치를 우회하고 운동질서 재편을 계기로 요구되는 좌파의 진보운동 전체에 대한 중장기적 전망의 중요여부를 판단하면서 좌파 정치운동의 대안을 모색해본다는 취지로 진행되었다.

07년 주요 이슈와 쟁점으로 꼽을 수 있는 내용들은 모두 나왔다. 07년 주요 쟁점과 이슈로 나올 것은 다 나왔지만, 각 단위에서 무게를 두는 톤을 다르게 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07년을 가르는 핵심 쟁점과 이슈로 대체적으로 반신자유주의 운동을 꼽았다. 이와 다른 맥으로 당건투, 해방연대 등 현장을 기반으로 한 정치운동세력은 신자유주의 반대를 넘어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공격이 진행되어야 한다며 현장의 움직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건투, 노힘, 다함께, 전진, 해방연대 등 개헌논의 참여에 부정적
사회당, 논의의 장 열린 것 긍정적 평가 “진보적 개헌에 대한 답 가지고 있어야”


  김인식 다함께 주간맞불 발행인/이정원 기자
최광은 사회당 대변인은 정세진단에서 노무현의 개헌발의와 4.25재보궐 선거, 대선 등을 주요 이슈로 꼽으면서 현실정치 개입 여지를 열어두었다. 이는 적극적인 현실정치 개입을 통한 좌파의 포지션을 구축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을 보인다. 짧게 언급했지만, 진보의 포지션에 대한 위기의식을 표출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실정치에 대한 각 조직의 정세판단 및 대응여부, 대응의 결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현실정치에서의 정치적 이슈들은 터져 나오고 이에 따른 정당 및 운동진영의 재편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진보논쟁 등에 대한 각 단위들의 대응여부와 이에 대한 진단은 현실정치에 대한 개입 혹은 고민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현실정치 공간 내에 위치한 한국사회당으로서는 “개헌논의의 장이 열렸다는 점”에서 노무현의 정략적 의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진보적 개헌을 위한 당 내 적극적 행보를 언급하는가 하면, 진보진영이 이 공간을 활용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당건투, 해방연대, 전진, 다함께와 노힘은 노무현의 정략적 개헌발의라는 것에 동의하며 무시나 참여하지 말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렇지만 참여여부를 떠나 그 함의를 추적하며 노무현의 개헌발의를 활용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 추가되었다.

전진의 경우 성명을 발표해 제헌적 수준의 개헌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하기도 했다. 김인식 발행인은 “노무현발 개헌제안이 정치 양극화로 인한 정치위기를 원인으로 한바, 이를 진보진영이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정치적 양극화의 여러 특징인 신자유주의 문제와 전쟁 문제를 주요한 의제를 무기로 활용해 현 정권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정 중앙집행위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 지배블록 안에 알력 다툼이나 대립이 있지만, 결국 궁극적으로 귀결되는 것은 지배연합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는 것”이라며 “개헌 그 자체를 가지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이 내용을 추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체로 한국진보연대가 가져올 성과에 대해서 회의적
민주노총 등 선거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향방 “보수화”, “복합적, 학생운동 등의 바깥 정치를 통해 극복해야”


  김형탁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준)(전진) 기관지 위원장/이정원 기자
한국진보연대(준) 출범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선거 결과에 따른 민주노조운동의 향방에 대한 진단도 다른 결을 보였다. 대체로 한국진보연대(준)이 가져올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진보연대(준) 출범 당시 독단적 의사결정구조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음에도 대선을 맞아 현실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공동의 우려는 감지된다. 이와 함께 이에 대당하거나 한국진보연대(준)과 결을 달리하는 새로운 운동방식에 대한 좌파세력들의 전망과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김태정 중앙집행위원장은 “전선을 실종시키고, 대중운동의 질서를 파괴하는 이 조직(한국진보연대)의 말로는 아무리 좋게 봐도 안 될 것 같다”며 “각 영역들을 중심으로 방식과 양식, 역사는 다르지만 서로의 운동을 재구성하는 것이 전체 노동자민중운동이 돌파해야 할 자기 과제, 특히 자본주의의 근본적 폐절로 나가기 위한 실천 속에서 담보할 수 있다면 한국사회운동 전체가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향후 고민을 모으는 자리를 제안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형탁 위원장은 “아무리 좌파단체가 들어가지 않아서 의미를 축소시키려고 해도 현실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한 좌파의 대응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광은 대변인은 “한국진보연대로 운동구조 상에서 전선-당-산별, 이 삼각체제가 그 틀을 어느 정도 완성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좌파진보운동이 전망을 찾기 위해서는 그런 장기적 전망과 대당 하는 혹은 다른 질을 가진 정치적, 조직적 과제를 합의하고 실천해내지 못하면 계속 좌파는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역시 좌파의 공동 전망을 위한 공동의 실천을 강조했다.

민주노총, 금속선거 등 선거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향방과 관련해서는 현장 조합원들의 조건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당건투, 해방연대로부터 제기되었다. 반면 김인식 발행인은 “노조 운동이 보수화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조합적인 노동자 운동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의 강조, 조합 바깥의 선거나 전쟁, 제국주의를 다루는 한편 전통적인 학생운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 유입 및 연대를 지적했다.

전진 “당원직선제”
해방연대 “경선방식 변화해도 당의 본질적 문제 해소 안돼”
다함께 “특정 기준을 갖춘 선거연합 제안”


  최광은 한국사회당 대변인/이정원 기자
민주노동당 경선방식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이는 대선대응의 고민으로 이어짐과 동시에 각 정치세력이 고민하고 있는 좌파세력의 결집 내용과 성격이 달라지는 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경선방식과 관련해서는 민주노동당 내 의견그룹으로 분류되는 전진, 다함께, 해방연대에서 그 차이가 뚜렷하다.

김형탁 위원장은 “지난 당 중앙위원회에서 일단 당원이 아닌 사람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열어두자고 한 것은 합의가 없이 먼저 열어놓고 하자는 것으로 상당히 후퇴하는 것 이었다”며 당원들만 경선에 참여하는 당원직선제를 주장했다. 김광수 위원장은 “당이 경선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당이 처하고 있는 당의 본질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며 “현실적으로 말해 올해 대선 후보는 민주노동당 후보일 수밖에 없다”고 선거연합을 통해 민중경선을 치룬다고 할지라도 민주노동당 후보로 대선을 치루게 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인식 발행인은 “민주노동당이 자체 후보를 뽑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특정한 기준을 갖춘 선거연합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김인식 발행인은 “열린우리당 등 주류정치세력의 분열로 정치적 부동층이 형성되었다”며 “선거연합을 구성함으로써 부유하는 개혁층을 획득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현재의 당원직선제는 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의 경선방식에 입장에서 선거연합으로 이어지는 다함께의 제안에 대해 박준선 활동가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박준선 활동가는 “사회연대전략이 대선에서 전면적으로 득표를 위한 방식으로 활용된다면 그 대선에서 민주노동당과 같이 할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선거연합 제안에 대해 김태정 중앙집행위원은 노동자의힘 내부 분위기를 전하며 “현실정치에서 이 큰 그림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민주노동당의 자기역학구조나, 그동안의 성과들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것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고 선거연합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다소 희망적이지 않은 진단을 내놓았다. 이어 “현안투쟁,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큰 틀에서 주체들이 모인다면 민중경선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건투, 해방연대 등 사회주의세력 결집 중요하다,
사회당 독자적 대응 방침
노힘 “‘계급적 변혁적’ 입장을 가지고 모여야”


  박준선 노동해방당건설투쟁단(당건투) 활동가/이정원 기자
좌파정치운동의 공동의 전망과 07년-08년으로 이어지는 대선 총선 시기 좌파운동은 무엇을 할 것인가로 이어진 마지막 질문에서도 김인식 발행인은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시기 선거연합을 통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전쟁, 신자유주의, 주류정치 등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큰 틀에서 모이고,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무엇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선거연합에서 논의해야 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절충과 타협이 수반되겠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진보의 거대한 진보를 이번 기회에 얻을 수 있다면, 그 정도의 타협은 치를만한 가치가 있지 않냐 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사회당는 부정적이다. 최광은 대변인은 “좌파가 독자적인 정치적, 조직적 전망을 스스로 열지 못하면,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없고, 스스로의 전망을 창출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기본적으로 민주노동당과 민족주의 진영과는 구분되는 독자적인 대응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박준선 활동가는 사회당과 다른 맥락에서 다함께의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좌파에 대한 용어 정리와 함께 사회주의세력의 결집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의제 중심의 결집을 반대하는 것. 박준선 활동가는 “노선들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상태에서 사회주의 노선을 가지는 세력들이 어떻게 결집하냐가 중요하다”며 “이 문제에 있어서는 강령의 문제가 중요하고, 당건투는 이 강령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김광수 위원장도 선거연합이 진보정치세력의 정세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당건투와 같은 입장을 취했다. 김광수 위원장은 “사회주의자들의 공동활동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제안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정 중앙집행위원장은 “신자유주의 지배연합에 맞서는 투쟁전선을 대선을 계기로 선거연합을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형태의 투쟁전선을 구축할 수 있겠다”며 “이 전선을 제대로 치기 위해서 소위 좌파, 혹은 사회주의자, 혹은 내 표현대로 ‘계급적 변혁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단체든, 활동가들이 뭘 할 것인지 이 얘기를 먼저 하지 않으면, 올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당건투, 해방연대와는 차이를 보이면서 다함께의 선거연합과는 결을 달리하는 의견을 내놨다.

“새로운 대중정당 필요”
“현안 중심의 공동의 실천이 먼저”
“민노당은 그대로 두고 새로운 정당 나올 수도”


  김광수 노동해방실천연대(준)(해방연대) 기관지 위원장/이정원 기자
한편 민주노동당과 구별되는 사회주의적 새로운 대중정당에 대한 고민과 관련하여 기존의 좌담과 맥을 같이하며 의견차를 보였다. 김광수 위원장은 “대중투쟁의 요구와 사회모순의 격화와 함께 민중들의 급진적 변화의 징후가 나타난다면, 그런 정당의 출현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했고, 박준선 활동가 역시 “현장의 많은 활동가들이 민주노동당이 아닌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동지들이 많음에도 이런 작업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새로운 대중정당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최광은 대변인은 “2002년 공투본 전술이 실패해 실제 좌파라고 불리는 세력들이 대중들로부터 정치적으로 심판받을 기회를 잃었다”며 “보다 큰 판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판을 개척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 이런다면 정말로 전망 없다는 것이고, 덩어리는 작지만, 적극적으로 운동을 전개해야만 좌파운동의 활로가 개척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역시 새로운 정당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확인했다.

그러나 김태정 중앙집행위원은 개인적 의견임을 밝히며 “변혁적 계급적 전망을 지향하는 단위들이 있다면, 대선투쟁이든, 대중투쟁이든 주요현안과 공동실천을 통해서 당 운동을 포함한 공동의 자기 전망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선후 맥락에서 현안 중심의 공동의 실천을 먼저 언급했다.

반면 김인식 발행인은 “민주노동당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사회주의정당이다라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자본주의 하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혁명이냐 개량이냐의 종류의 물음에 답변하는 당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두 가지 수준의 정당이 모두 필요하다”고 민주노동당이라는 유리한 틀은 틀대로 유지하면서 단계적 정당 건설이 아닌 적극적인 정당 건설의 전망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