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씨가 자신의 사진과 그간의 사정을 알리는 글을 통해 네티즌에게 신원보증운동을 펼친 후, 3주 남짓한 기간 동안 김성민 씨를 알고 있는 40여 명의 네티즌이 김성민 씨의 신원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또 김성민 씨는 사진과 최소한의 양식을 적고 신원을 확인한다는 서명용지를 만들어 시의원, 구의원, 정당인, 노조간부, 인권활동가 등 10여 명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았다.
2월 28일, 김성민 씨는 다시 시청에 찾아가 여권발급신청서와 사진 1장, 그리고 ‘제 신분을 확인해 주실 분들을 찾습니다’라는 글과 댓글들, 장석대 변호사의 법률 검토 의견서, 신분을 확인한 서명지 등을 구비하여 여권발급을 신청했다. 이에 시청관계자는 외교통상부에 “지문날인거부로 인해 신분증이 없는 경우, 공인 등을 통해 신분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한가”를 문의한 후 김성민 씨가 제출한 서류를 접수했다.
지난 2일 외교통상부는 “신청인과 여권 명의인이 동일인임을 확인하는 방법은 주민등록전산망 사진과 신분증의 대조가 가장 확실하고 보편적인 방법이나, 문의한 경우와 같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거주지 읍,면,동장의 신원확인서 등으로 보충될 수도 있다고 판단됩니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동사무소 신원확인서 양식에 동장의 확인만 받으면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정건 울산시청 민원실 차석은 “김성민 시민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에 관련법을 검토한 결과, 여권발급에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신분증이 없더라도 관공기관을 통해 신원이 확실한 시민이라는 사실이 증명되면 여권발급이 가능할 것이다”며 “외교통상부에 질의한 결과, 동사무소가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으로 교체하기 전의 주민등록증이나 주민등록등본에 기재된 정보를 토대로 면접조사를 진행하여 신원을 보증한다면 여권을 발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일이 시민의 불편을 덜어주는 모범선례가 될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김성민 씨는 “‘실명 댓글과 같은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연대의 힘’을 바탕으로 ‘국가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지 않은 공인’을 인정받으면 그것이 제 신분증”이라며 이번 일을 “아래로부터 모아지는 힘을 통해 국가기관의 일방적 신분확인제도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투쟁”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를 계기로 자발적 연대운동과 불복종 저항운동의 흐름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오는 3월 28일에 ‘기본권과 불복종 저항운동’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민 씨는 조만간 동사무소에서 신원확인을 마치고 여권을 발급받을 예정이다. 이번 사례는 외교통상부가 지문날인을 하지 않고도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최초 사례로, 지문날인 거부 운동의 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