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도네시아 원전 수출 발걸음 빨라져
지난 12월 노무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유도요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선언’을 하고, 12월 4일 양국 대통령이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에 곤한 양해각서에 서명한 이후, 한국의 인도네시아 원전 수출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오는 3월 5일부터 4일 간 인도네시아 연구기술부 쿠스마얀토 카디만 장관을 초청, 양국간 원자력 공동위원회 구성 및 원전 건설 분야 등에서의 기술협력 방안을 논의한다고 2일 발표한 바 있다. 또,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쿠스마얀토 카디만 장관은 영광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하여 대규모 발전소 설비를 제작하는 두산중공업 및 삼성전자 등을 방문한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부는 이번 방문을 통해 국내 원자력 기술이 인도네시아로 진출 할 수 있는 구체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원자력발전소 계약자에 한국이 유력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0년을 원자력 발전소 착공 시한으로 잡고, 2025년까지 전국에 모두 4천 메가와트의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 일정에 따라 2008년도에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약자 선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IESR(핵심서비스개혁연구소) 파비 투와미 연구원은 인도네시아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약에“한국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이 인도네시아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약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미 2004년에 한국수력원원자력발전이 인도네시아원자력청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도록 지원한바 있으며, 2005년도에 한전, 한수원, 인도네시아국영전력공사 간에 원전 건설협력에 관한 양해각서가 체결되었고, 2006년 6월 인도네시아 원자력청의 공무원 및 국회의원들이 한전과 한수원의 지원으로 한국을 방문한바 있기 때문이다.
▲ 파비 투와비 연구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
“주민들은 경제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
인도네시아 정부, 원자력 발전 바로알기 캠페인 중
파비 투와미는 아직 경제성 및 타당성 연구가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2006년부터 원자력발전 바로알기 캠페인, 세미나, 신문 광고 등을 활용해 원전 후보지로 예정되어 있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무리아 반도에 세 곳의 후보지를 선정하고 타당성을 조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아 반도는 이미 1990년대 초중반에도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의 한 가운데 있었지만, 당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경제위기로 중단되면서 한숨을 돌린 곳이다. 이곳에 다시 인도네시아 원자력청이 “비용을 대고 찬성하는 주민들의 그룹을 만들고, 마을 촌장 회의 등에 관여하고 있다”고 이슬람 종교단체 대표 누르다 아민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 이슬람 단체 대표가 조사단에게 주민들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누르다 아민은 “찬성하는 쪽에서 주민들에게 더 많은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고, 반대하는 쪽은 의견을 알리기 어려워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원전을 통해 경제적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긍정적 의견을 갖고 있다. 파이를 넓혀 함께 나누어 먹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싸우고 싶어도 어떻게 반대할지 몰라 걱정”
그러나 반대하는 주민도 있다.
닐리는 원전 후보지 중 가장 유력한 곳으로 지목되고 있는 곳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능라 아방 지역 바롱 마을로 조사단을 안내했다. .
▲ '바롱'이라는 마을 간판이 보인다 |
바롱 마을의 렛 나디는 “방사능이 유출될 수도 있고, 폭발 위험도 있어 원자력 발전소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렛 나디 씨는 2주전 주바라 도지사 선거 이야기를 하면서 “3명의 후보가 입후보를 했다. 세 명 모두가 원전을 찬성했다. 우리 마을의 유권자는 약 500여명 인데, 350명 정도가 투표하지 않았다. 원전을 지지하는 후보들에 대한 반감을 표현한 것이다”라고 주민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렛 나디는 “지난 9, 10월 경 정부 관료가 지역 유지들을 모아 발전소 건설 계획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러나 나는 참가 대상이 아니어서 내용은 모른다. 최근 동네에 원자력청 사무실이 생겼고, 건물에서 매달 1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며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비밀리에 지역 유지들과의 합의로만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 좌절했다고 전했다.
▲ 바롱 마을의 원자력청 사무실. 누가 왔다갔다 하는지 주민들은 모른다 |
렛 나디의 부인은 “원전에 반대하지만 어떻게 반대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요구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걱정도 된다. 함께 싸우는 사람이 없으면 정부의 압력과 위협이 가해질 것”이라며, 이후에 어떻게 싸움을 해야 할지 걱정을 털어 놓았다.
▲ 바롱 마을의 렛 나디씨와 그의 부인 |
닐리는 능라 아방 지역이 가장 유력한 곳으로 지목된 가장 큰 이유는 원전 후보지 대상 중 주민의 토지 비율이 매우 낮고, 대부분이 인도네시아 산림공사 소유여서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쉽다는 점을 꼽았다. 1991년 당시 원전 후보 제1후보지였던 우중와투 지역은 원전 예정지에 주민토지 비율이 높아 저항이 거셌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90년대에는 일본의 활동가들과 같이 싸워,
이제는 한국의 활동가들과 함께 싸우고 싶어”
무라이 지역의 인권단체이자 90년대 초중반 원전 반대 활동에 앞장섰던 ‘진실을 찾는 사람들’ 활동가인 닐리는 “1996, 97년도 당시 수하르토 정권에서도 원전 계획이 있어서 일본에서 많은 활동가들이 방문했다. 그 때 시위를 해서 몇 몇 활동가들이 강제송환을 당하기도 했다”며 조사단에게 반가움을 표시했다. 닐리는 일본의 활동가들이 와서 “원전의 문제점을 설명해줘서 원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했다.
함께 조사 작업을 진행한 NINDJA 활동가 사이키는 “90년대에는 일본이 자원과 기술의 원조 가능성이 높아서, 일본과 인도네시아의 활동가들이 함께 움직였지만, 지금은 한국이 원전 개발에 참가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에 한국까지 포함한 3국의 협력구조를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고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이 인도네시아로의 원자력 발전 수출에 주목해 줄 것을 주문했다.
닐리는 한국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싸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민중언론 참세상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