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땅 하면 달려라!”

구미경찰서에서 벌어진 코오롱 집회신고 100m 달리기 현장

  코오롱조합원과 회사측 용역이 구미경찰서 바리케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바리케이트 앞에 선 두사람 가운데 왼쪽이 조합원 오른쪽 하얀 점퍼가 회사측 용역이다. [출처: 코오롱노동조합]

“이제 장애인은 집회 신고도 못하겠네....”

3월 13일 밤 11시 30분, 구미경찰서 입구에서 집회신고를 내겠다는 코오롱 회사 측과 정리해고 노동자들 사이에서 경찰이 선택한 것은 달리기 대표 한 명씩 나와서 문을 열 테니 달리라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노동자는 "달리기를 못하는 장애인은 집회신고를 어떻게 해야 되냐?"라며 한탄했다. 그러면서 차마 못 볼 것을 보는 양 표정이 씁쓸해졌다.

코오롱 정리해고 노동자들은 매일 같이 밤12시에 집회 신고를 하기 위해 저녁부터 구미경찰서를 들린다. 지금까지 수 개월간 별다른 마찰이나 어려움 없이 집회신고를 내왔던 코오롱 노동자들이 이런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꼴을 당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코오롱 창사 50주년 앞두고 벌어진 집회 신고 달리기

코오롱은 올 4월 11일과 12일 창사50주년을 맞아 구미공장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연다고 한다. 이날 코오롱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는 “해고자 복직 없는 창사50주년은 기만”이라며 대대적인 투쟁을 진작부터 예고했다. 이에 회사는 정리해고 노동자의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허위집회신고를 내기 위해 온 것이다. 그런데 코오롱에서 대동한 자들은 용역이라 불리는 폭력배들이었다.

이날 상황은 이랬다. 전날 밤12시(3월 13일 0시), 노동자들과 회사는 집회신고를 먼저 하기 위해 경찰서 안에서 격렬한 실랑이를 벌였다. 그 와중에 양측이 똑같이 집회신고 서류를 제출했는데 회사는 날짜를 잘못 적어와 4월 12일자 신고서류를 제출했던 것이다. 그날은 4월 11일 집회신고 접수가 가능한 날이다. 이렇게 해서 노동자들의 집회신고가 접수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사측은 하루 종일 경찰서 안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물론 코오롱노동자들이 먼저였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서 정보과장은 “일몰 지나면 다 밀어내겠다. 0시에 문을 열면 먼저 들어오는 쪽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노동자들은 “세상에 그런 법에 어디 있냐?”고 항의했다. 그러나 경찰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3월 14일 0시를 앞두고 경찰서 정문 앞 자바라를 중심으로 노동자들과 용역들이 제2차전을 벌이게 되었던 것이다.

“너는 해고자잖아! 코오롱하고 상관없는 놈이 집회는 무슨 집회야! 여기는 왜 왔어.”

코오롱과 전혀 상관없는 용역들은 노동자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욕도 서슴지 않았다.

하나, 둘, 셋! 바리 케이트가 열린다! 달려라!

자정이 다가오자 구미경찰서 정문을 원천봉쇄한 경찰은 회사 측과 노동자 측의 대표 주자를 불렀다. 0시에 바리 케이트를 열 테니까 달려들어서 상황실에 접수하라는 것이었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용역이 몸을 풀면서 나오자 노동자들은 즉각 “어떻게 용역깡패가 나올 수 있냐”며 항의했지만 그들의 항의는 아무도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회사 측 용역들이 노동자들에게 입을 닥치라며 큰소리를 쳐댔다.

어쨌든 경찰은 하나, 둘, 셋 하며 바리 케이트를 열었고, 똘똘 말은 집회신고서를 마치 바통 인양 쥐고 있던 양측 주자들은 구미경찰서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양아치는 역시 그들의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회사 측 용역이 출발 신호와 함께 노동자 측 대표의 옆구리를 치면서 달려간 것이다. 노동자 대표는 넘어졌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옆구리의 고통을 참고 달렸으나 늦은 출발을 만회할 수는 없었다.
  회사측 용역에 떠밀려 코오롱 조합원이 넘어지고 있다. [출처: 코오롱노동조합]

  구미경찰서 상황실을 향해 코오롱회사측 용역이 뛰어들어 가고있다.
[출처: 코오롱노동조합]

노동자 측이 부당함을 제기했으나, 결국 초유의 달리기 집회신고는 회사 측과 용역들의 승리로 돌아갔다. 회사 측은 무슨 대단한 승리를 거둔 양 환호하며 돌아갔지만, 집회신고의 권리를 강탈당한 노동자들의 분위기는 오히려 여유로워 보였다.

“우리가 집회신고 못했다고 투쟁 못하냐?”

“오늘의 희한한 사태를 연출한 경찰이 땅을 치며 후회하게 하겠어!”

노동자들은 집회를 방해하려고 용역깡패를 동원하더니 성공했다며 히히거리는 회사 측과 그들의 어처구니없는 행위에 동조하며 별난 풍경을 연출한 경찰의 모습에 오히려 여유롭게 웃고 떠든다.

“너희들 꼭 집회해라 알겠제”

코오롱 정리해고자들은 800여일을 투쟁해 왔다. 그들이 투쟁해 오기까지는 제3자가 상상할 수 없는 온갖 수모와 역경이 있었을 것이다.

“너희들 꼭 집회해라 알겠제!”

“그렇게 돈 버니 좋냐?”

“우리 다시 서울로 가자! 내일도 투쟁해야지.”

코오롱 정리해고 노동자들은 오리온전기, 한국합섬, 코오롱. 이렇게 3사의 노동자들이 공동투쟁을 벌이고 있는 서울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노동자를 탄압한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울까? 코오롱에 장장 700여 일 동안 용역으로 일하는 하루 일당이 15만원에 이르는 깡패들의 환호소리가 그들이 떠난 자리에 마치 유령처럼 떠돌아 다녔다. 노무비가 많다며 가족이라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창립파티를 열겠다는 자본의 썩은 내가 가시지 않았다.

그곳이 바로 구미경찰서 정문 풍경이었다.
덧붙이는 말

서병욱 현장기자는 화섬노조 한국합섬HK지회 사무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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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신고 , 코오롱 , 구미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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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를 읽으면서 서러움이 북받쳐오다가 "회사 측은 무슨 대단한 승리를 거둔 양 환호하며 돌아갔지만, 집회신고의 권리를 강탈당한 노동자들의 분위기는 오히려 여유로워 보였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웃어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 참세상 영상에서 본 하이텍 동지들의 미소(6년간의 싸움으로 다져진)를 보면서도 그랬었지요... 동지들의 여유가, 미소가... 투쟁의 자신감으로, 투쟁의 불씨로 살아나도록!!! 투쟁!!!

  • 아나 웃겨서

    기자님 그 자리에 있으셨어요 ??

    듣다보니 웃기네요 용역깡패라구요 ?? 님은 폭력배 직접 본적 있어요??

    왜 이렇게 웃기고 앉았냐.. 그날 경찰서 앞에서의 폭력배가 누구였는데요 ㅋㅋㅋ

    너는 해고자잖아 코오롱과 상관도 없는놈이 왜왔어 이소리 들은적 있으세요?

    노조쪽에서 용역세끼들이 왜 집해신고를 해 회삿사람이 해야지

    그러길래 내가 우리 회사 일용직 직원 허가 받았고 대한민국 국민이면

    집회신고 다 할수 있다 그렇게 따지면 니들도 회사직원 아니잖냐 근데

    왜 집회신고 할라고 그러냐? 그렇게 말한거다 ㅋㅋ

    그리고 지금 달리기 위해 서있는 노조측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가?

    해병대 출신에 핼스를 하루도 빠지 않는 철인노조원이다

    본인이 발걸라고 하다가 자빠지지만 않았어도 이겼을태고

    힘 또한 장난이 아니였다 보지도 않고 본것마냥 글 쓰지 마라 ㅎㅎ

    그자리에 있기나 하셨는것마냥 글 쓰는 모습이 열라 웃기시네요

  • 웃긴다?

    우리쪽에서 입닥쳐라는 소리를 했다면 내 입을 자르겠다 ㅋㅋ 기자야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았으면서 사실과는 무관한 그런 기사 쓰지 마라

    쓰래기같다 ㅋㅋㅋ 물론 회삿측에서 잘못되긴 했어도

    물론 노조들이 불쌍하기는 해도 사실과는 무관한 기사를 쓰면 쓰냐?

    그것도 기자가? 너는 기자가 아니라 사기꾼인거다

  • ㅋㅋ

    서병욱 기자계의 스훼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