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조건부 철군 법안 통과

미 반전 운동 찬반 논쟁 가열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 하원은 지난 23일 찬성 218 반대 212로 '내년 9월 1일까지 이라크 내 미군을 철군시키는 조건으로 1240달러의 전비를 지원'하는 일명 펠로시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소속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번 법안의 승인으로 미군들을 귀환시키는 역사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상원에서도 내년 3월 말까지 미군철수를 조건으로 1220억 달러 전비를 지원하는 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상원에서도 이 법안이 통과되면 상하원이 절충해 법안을 마련하게 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미군 철수를 핵심공약으로 내고 승리한 민주당은 그 동안 미군 철수와 관련된 이렇다 할 계획을 내 놓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으나, 펠로시 법안의 하원 통과로 민주당은 “면피”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전운동 및 시민운동진영에서도 민주당과의 긴장관계 속에서 이를 둘러싸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무브온, “만족스럽지 않지만, 구체적인 첫 걸음”

지난 1월 집회 및 3월 반전 집회에 주도적으로 참가했고, 전국적으로 320만 회원을 가진 반전단체인 무브온(MoveOn)은 20일 회원 중 84.6%가 펠소시 법안으로 알려진 ‘조건부 철군법안’을 지지하다고 발표해 이 논쟁을 더욱 촉발시켰다. 무브온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고 밝히면서도 “전쟁을 끝날 수 있는 구체적인 첫 걸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투표 결과를 해석했다.

“무브온 여론 조사가 민주당에 활용당해”

이에 대해 미디어 활동가인 존 스타우버는 이 메일을 통해 조사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은 “메일을 열어보지도 않았다”며, 이 발표와 결과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 나섰다. 존 스타우버는 겨우 4%인 “12만6천명”이 투표에 참가했을 뿐이며, 조사에 참가하지 않은 “96%의 무브온 회원들은 펠로시 법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존 스타우버는 이 투표결과는 결국 “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활용”되었다고 비난했다.

“유혈 전쟁시간표를 늘려준 꼴”

미국 내 진보적 학자인 하워드 진도 이 논쟁에 합류했다. 하워드 진은 진보적 성향의 프로그레시브에 기고한 “우리는 정치인인가, 시민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우리들은 정치인이 아니다. 우리는 시민들이다. 정치인들이 무엇을 하건, 부끄럽게도 겁먹은 의회에서 이길만한 게 뭔가가 아니라 올바른 것이 뭔지를 말하는 시민의 힘을 느끼도록 해 줘야 한다”며 무브온의 발표를 비난했다. “아이러니 하면서 충격적인 것은 이 법안이 전쟁을 위해 1240억을 더 지원하는 것을 승인하고 있다”며 철군을 조건으로 전비를 더 지원하는 펠로시 법안이 본질적으로 전쟁을 반대하고 철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 년 또는 그 이상 유혈전쟁을 하도록 시간표”를 마련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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