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식음료유통본부 기자회견/이정원 기자 |
과도한 판매목표 → 가짜판매 덤핑판매 → 가압류/형사고발
경쟁업체들 간의 과당경쟁 속에서 자사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음료회사들이 강요한 부당영업행위들은 실제로는 판매되지 않은 물건을 판매된 것처럼 전산 조작하는 가짜판매, 정상 판매가보다 싸게 물건을 판매하는 덤핑판매 등으로, 이 과정에서 발생한 차액을 고스란히 영업사원들이 부담해 왔다. 회사측이 제시하는 판매 목표량이 지나치게 과도해 많게는 절반 가량을 이같은 '가짜판매'로 공공연하게 처리해 왔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회사측은 이같은 부당행위들을 강요한 것도 모자라 영업사원들이 미수금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공금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의 죄를 씌워 민형사상 책임을 제기하고, 재산을 가압류하는 등 가혹행위를 해왔다. 입사시 '신원보증인'을 세우게 돼 있는 회사측의 방침상 대부분 가족이 보증인인 영업사원들은 대출을 받거나 집을 팔고 전세보증금을 빼는 식으로 부족금을 충당해 오다 결국 가압류를 당하는 지경에 처했다.
이로 인해 전국 지점의 영업사원들은 대개 몇천만 원씩의 빚을 지고 있으며 회사를 다니면 다닐수록 그 빚은 눈덩이처럼 늘어나 허덕이고 있는 현실이다. 김정일 식음료유통본부 위원장은 "차액금이 1억 원에 육박하는 사람도 있으며 회사의 압박에 시달려 자살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우리가 오죽하면 노조를 만들었겠나"라고 말했다.
음료회사들의 불법 영업행위는 사법부에서도 일정부분 인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롯데칠성이 영업사원을 상대로 제기한 1억2천만 원의 판매대금 횡령 사건에 대해, 지난 2월 8일 "판매 목표량 달성을 위해 부득이 할인판매한 점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사측으로부터 고소당한 다른 조합원들도 속속 무죄판결을 받고 있다.
▲ 이정원 기자 |
노조 창립총회 막으려 억지 회식, 납치감금
이들 음료 3사 영업사원들이 이같은 불법적 관행에 못이겨 지난 3월 노동조합을 결성했으나 결성 과정과 그 이후에는 더 기막힌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영업사원들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노동조합을 설립하기로 하고 지난 3월 11일 창립총회를 개최하려 하자 직원들의 참석을 막기 위한 회사측의 다양한 '전술'이 구사됐다. 회사측은 전국 영업점에 수백만 원씩의 회식비를 긴급히 내려보내 창립총회 당일이 일요일이었는데도 회식할 것을 지시하는 한편, 야유회 체육대회 화투판 등을 억지로 배치해 밤새 붙잡아 둠으로써 참석을 막았다.
심지어 창립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가고 있는 조합원을 고속도로에서 차량으로 추적해 붙잡고, 차에 태워 데리고 가는 등 사실상 납치와 감금의 방식까지 써가며 창립총회 방해에 열성을 보였다. 창립총회장에도 수십 명의 관리자들을 보내 참석자 여부를 체크하는 등 감시하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노동조합이 설립됐으나 이후의 탄압은 더 심각했다. 롯데칠성의 경우 김정일 위원장의 근무처인 서광주지점을 다른 지점과 통폐합하고, 소속 영업사원들을 거리가 먼 지점으로 뿔뿔이 전보발령했다. 해태음료도 순천지점을 폐쇄하고 다른 지역들로 발령냈다.
창립총회 참석자 수가 많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노조'라고 선전하는 한편 노조 탈퇴를 강요하는 개인 면담과 가족 회유 등의 부당노동행위도 발생했다. '횡령 및 업무상 배임'의 책임을 물어 영업사원을 해고하거나 권고 퇴사시키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 항의서한 전달을 가로막는 직원에게 항의하자 한 직원이 여성노동자를 거칠게 밀쳐내고 있다./이정원 기자 |
▲ 용역직원들과 경찰에 가로막혀 결국 항의서한 전달에는 실패했다./이정원 기자 |
서비스연맹, 롯데칠성 등 불매운동 검토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음료회사들의 이같은 불법 탈법적 영업과 부당노동행위를 폭로하기 위해 전국 지점에서 40여 명의 식음료유통본부 조합원들이 모인 소공동 롯데백화점 주변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롯데 직원들과 용역경비들 6,70명이 모여 긴장감을 조성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과 김정일 식음료유통본부장이 롯데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이동했으나 용역 경비들과 경찰이 출입문을 막아서는 바람에 항의서한을 전달하지 못했으며, 40여 분간 조합원들과 용역 간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식음료유통본부는 △가짜판매 덤핑판매 폐지 △해고자 복직 △보증인제도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에 회사가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민간서비스연맹은 롯데칠성의 모회사인 롯데그룹이 사태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면서 "롯데그룹이 이를 외면하고 방관한다면 불매운동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