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행정법원, 고등법원이 모두 인정한 현대중공업의 원청 사용자성
그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비롯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용역 노동자들은 실제 근무조건 등을 결정하는 원청이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근로조건에 대한 개선 요구는 물론이며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노조결정의 권리도 주장할 수 없었다.
얼마 전 알몸시위를 벌이며 저항했던 광주시청과 울산과학대의 청소용역 노동자들도 모두 이에 속한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경우 노조를 결성하자 원청인 현대중공업은 하청 업체 자체를 폐업시키는 방식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 해왔다. 이 과정에서 박일수 열사는 몸에 불을 붙이며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에서는 류기혁 열사가 같은 이유로 분신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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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수 열사는 현대중공업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요구하며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박일수 열사 3주기 집회에서/울산노동뉴스 |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2006년 5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한 것으로 서울행정법원은 원청의 사용자성에 대해 “위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해 고용사업주인 사내 협력업체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의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 회사는 그 한도 내에서 노조법 81조 4호에서 정하는 지배, 개입의 주체로서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이는 또한 중앙노동위원회가 2005년 3월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현실적인 근로계약의 당사자인가 여부로서 사용자 개념의 기준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상의 제 이익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 내지 지배력을 가질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인지로 결정해야 한다”라며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노조의 임원들의 출입을 막은 것에 대해 “노동조합 활동의 위축으로 사내하청노조는 근로조건 등에 관해 현대중공업에 단체교섭 또는 실력행사를 사실상 할 수 없게 되었다”라며 현대중공업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바 있다.
4년의 시간, 두 명의 열사... 하지만 변하지 않은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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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웅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지회장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까지 이끌어 내는 데는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에 대해 조성웅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여러 판결이 났지만 사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며 “작년에 사내하청 3개 사가 공동으로 단체협약을 요구했지만 원청에서는 폐업 협박만 할 뿐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조성웅 지회장은 “지금까지 조합원임을 공개하는 것은 해고를 각오하는 것이었다”라며 “고등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현장에서 좀 더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조로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이후 계획을 밝혔다.
사건을 맡아왔던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최성호 변호사는 “그간 법률적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하청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면 원청은 하청과 계약을 파기하거나, 폐업을 시키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해 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판결에 대해 “원청회사도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상의 제반 이익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이 있다면 노조법상 사용자이므로 부당노동행위의 주체 뿐 만 아니라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로서 지위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노조법상 사용자의 의미를 확장해 해석하는 것은 학설의 일반적인 태도와 동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고법도 건설노동자들 원청 사용자성 인정
원청 사용자성 인정의 문제는 사내하청 뿐 아니라 작년 포항에서, 대구에서 대규모 파업을 벌였던 건설노동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건설노동자들은 노조활동을 위해 원청과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려 했지만 이는 원청에 대한 공갈, 협박으로 인정되어 고발되거나 구속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난 5일, 대구고등법원은 원청 사용자성 인정은 물론이며 전임자 임금 인정과 단체협약 작성 과정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대구고등법원은 “대구, 경북지역에서 건설일용근로자들과 형식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아니한 원청업체들도 일용근로자들과 사이에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를 맺고 있는 당사자로서 전문건설업체 등 하수급업체와 중심적으로 사용자로서의 지위에 있다고 인정”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 노조 활성화에 큰 역할 해야”
이런 잇따른 법원의 판결은 다양한 형태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의헌 전국일반노조협의회 의장은 “기업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을 확대하거나, 특수고용직으로 고용하면서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사실상 무력화 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서비스 영역의 용역고용은 점점 확대되고 있는데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모두 계약해지 되고 있다”라며 “이번 판결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조활동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