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평화의 섬’에서 ‘전쟁의 섬’으로 가나

제주해군기지, 5월말 결정 임박

정부와 도, 여론조사 방식으로 해군기지 건설 기정사실화

미국과 일본이 스텔스 기능을 갖춘 최신예 전투기인 F22를 일본에 배치할 것이라는 계획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동북아가 군비경쟁의 최대 각축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F22가 배치될 경우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이 작전범위로 가능해짐에 따라 중국은 벌써부터 대만해협의 군사적 균형이 깨질 것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평화의 섬’ 제주역시 군사기지 문제로 들끓고 있다.

지난 13일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제주에 내려와 해군기지 건설 방침을 재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공군탐색부대 설치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또한 김태환 지사는 5월 내에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하여 지난 5년간 끌어왔던 해군기지 문제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김태환 지사는 지난 10일 해군기지 유치 여부는 무작위로 선정한 불특정 도민 1,500명의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고, 후보지 결정은 위미와 안덕지역 주민 5%에 대한 여론조사 후 찬성이 많이 나오는 지역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해당지역 주민들은 “왜 지역 주민의 생존권이 지역 주민이 아닌 그 외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따라야 하느냐”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대책위는 “그동안 문제해결을 위해 만들어졌던 다자간협의체와 도의회 군사특위까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며 “로드맵에 따라 유치방침이 결정될 경우 주민소환제를 통해 도지사 퇴진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히고, 대규모 반대집회와 평화행동 ‘백배실천’ 등 투쟁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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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역시 도 당국의 일방적 여론조사 방식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조사’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한편 서귀포시 강정동 마을회가 26일 일부 주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비공개 마을총회에서 박수로 기지 유치를 결정하였다. 강정동 마을회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FTA 등으로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하고자 이같은 마을의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하고 정부와 해군에 강정동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결정해달라고 주문하였다. 이에 따라 강정마을은 화순과 위미에 이어 또 다른 논란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놓이게 되었으며, 해군기지 문제는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일제하 중국침략의 전진기지, 본토사수의 ‘옥쇄’지역

제주도 군사기지 문제는 일제 식민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공군탐색부대를 배치하겠다고 한 알뜨르 비행장은 일본이 중일전쟁을 수행하면서 상해 등 중국본토를 폭격할 목적으로 대정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알뜨르 평야를 몰수하고 주민들을 강제동원하여 군사기지와 비행장을 만들고 해군항공대를 주둔시킨 곳이다.

1926년 처음 계획된 비행장 건설은 1930년대 중반까지 1차로 이루어졌고, 1937년 확장계획을 통해 기존 20만 평에서 1945년까지 80만 평으로 확장해 해군항공대 2,500여 명과 전투기 25대를 배치하였다. 또한 자살특공대인 가미가제 조종사들이 이곳에서 훈련을 받기도 하였다.

태평양전쟁 막바지인 1945년 일본은 <결7호작전>이라는 군사작전으로 제주도를 일본 본토사수의 최후 보루로 삼고 대대적인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관동군 등 일본군 정예병력 6-7만명을 제주도에 주둔시켰다. 일본은 미군의 일본공격을 1945년 9월 10일로 예상하고 본토공격을 지연시키고 해안으로 상륙하는 미 해군을 막기 위해 해군기지 유치예정지인 화순항과 송악산 등 곳곳에 인공동굴과 해안특공기지를 설치해 자살특공대와 어뢰정 등 병력과 장비를 은닉시키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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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1945년 8월 15일 태평양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면 제주는 제국주의 전쟁의 참화속에 죽음과 공포로 물들었을 것이다. 지금도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에는 지역 주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제가 중국침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본토사수를 위한 ‘옥쇄’ 지역으로 삼았던 전쟁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그후 한국전쟁 당시에는 육군제1훈련소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1989년에는 송악산 공군기지건설계획이 대정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백지화 되기도 하였다.

대책위, ‘전쟁’이 아닌 ‘평화지대’로

제주해군기지는 해군저널 3,4월호 등에 따르면 ‘1개 기동전단 및 2개 잠수함전대(6척 이상 잠수함), 육상지원전대 수용이 가능한 12만 평 규모’로 건설할 예정이다.

정부는 제주도가 우리 나라 남방해역을 보호, 관리하는데 있어서 지리적, 국가전략적으로 최적의 위치이며, 남방해역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제주해군기지는 국가안보와 국가이익 보호를 위해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제주해군지기는 ‘세계 평화의 섬’과 충분히 양립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일부에서 제기하는 미 MD체계와는 전혀 관계가 없고, 참여할 능력도 없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전진기지화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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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책위는 남방해역 보호 목적 자체가 잠재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며, 이미 진해 기지에 7천톤급 미국 핵추진 전략잠수함 라졸라와 핵추진 구축함 쿠싱 등이 빈번히 기항하고 있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훈련에는 핵항공모함인 칼빈스호 등이 참가한 사례가 있는 것만 봐도 일본을 거점으로 하는 미군의 기항지, 전초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현행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언제든지 미국이 한국에 기지제공을 요구할 수 있으며, 관례상 한국정부가 거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해군이 추진하는 해군력 증강의 배경에는 ‘동맹 및 우방과의 효율적인 군사작전과 상호협력’이 주요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미 MD체계나 미군 활용 가능성이 없다는 해군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제주도가 ‘전략적유연성’으로 불리는 미 군사전략에 따라 대중국 전초기지 역할과 이에 따른 동북아 군비경쟁과 분쟁의 중심지역이 아닌, ‘세계 평화의 섬’으로서 한반도 평화정착과 동북아 평화체제에 기여하기 위한 ‘평화지대’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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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국 신화사는 지난 3월 17일 “전략기동함대의 배치를 위해 한국 해군이 제주도 남단에 해군기지 건설을 이미 결정하였으며, 20여척의 함정과 7,500명의 상주 해군병사를 수용할 수 있다”고 하고, “제주도는 중국대륙과 한반도, 일본열대의 삼각지대의 중심지로서, 제주도를 중심으로 전투기는 두 시간 내에 동경을 포함하여 인구 500만 명을 초과하는 도시 18개에 도착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신화사는 “한국의 ‘전략기동함대’ 건설 소식은 주변 각국의 우려 섞인 관심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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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29

    제목봐라! 전쟁의 섬이란다.

    해군기지가 전쟁을 일으킬 목적으로 짓는거냐? 전쟁을 억지할려고, 평화를 지킬려고 하는 것이지...

    그리고, 중국이 긴장할 정도면 정말 요충지다. 그런 요충지에 해군 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 이제

    이제 미제국주의뿐 아니라
    남한 정권의 안보, 안보주의와 직접적으로 싸울때가 오는구나
    무섭다

  • a

    또 선량한 시민 꼬득여서 반대 외치고 있구먼... 에라이~

  • 11

    이것도 신문이라고...
    북한가서 살거라 아니면 중국이나 일본놈들의 성노리개가 되어서 살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