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종이팩 생산기업 테트라팩, '먹튀' 물의

테트라팩노조, 공장폐쇄 철회 요구하며 투쟁중

한국에 진출해 수 년간 막대한 이익을 낸 후 어느날 갑자기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외국기업들의 '먹고 튀는' 행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기업이 '먹튀'를 감행해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앉게 됐다.

문제의 기업은 식음료 종이팩을 생산하는 '테트라팩'으로 스웨덴에 본사를 두었으며 롯데음료, 매일유업, 남양유업, 서울우유, 정식품 등 국내 유수의 음료업체에 우유곽과 종이 주스용기 등을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스웨덴에서는 '존경받는 10대 기업'에 2위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 유명한 기업이기도 하다.

  테트라팩노조 조합원 20여 명은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테트라팩코리아 서울사무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존경받는 기업' 테트라팩, 연 1200억 원 흑자에 갑작스런 철수?

여주에 공장을 둔 테트라팩 코리아는 1988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21년간 흑자를 내오다 지난 3월 급작스럽게 공장 폐쇄를 통보해왔다. 일방적인 회사측의 공장 폐쇄 통보에 대다수 노동자들이 사직할 수밖에 없었지만 남아있는 테트라팩노동조합 조합원 20여 명은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테트라팩코리아 본사 앞으로 상경해 20여 일째 투쟁을 벌이고 있다.

회사측은 조합원들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기계에 손이 말려들어가 손가락 4개가 짓이겨져 병원에 누워있는 조합원까지 찾아가 보상은커녕 해고통지서를 내미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협박에 못이겨 퇴사한 다른 노동자들도 아직까지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신세다.

해고 통보를 받은 조합원 20여 명은 그동안 스웨덴 대사관과 서울 사무소에서 1인시위를 전개하고 항의면담을 요구했지만 회사측에서는 이렇다 할 입장이 없는 상태다. 지난 4월 30일에는 여주 공장에서 기계를 반출하려는 시도가 발견돼 조합원들이 이를 막고 공장에서 감시 태세에 들어가 있기도 하다.

김장식 테트라팩노조 조직부장은 "보통 제조업 매출의 10-20%가 임금으로 들어가는데, 우리 회사는 임금이 3.5%다"라며 "12년차 기본급이 백만 원 정도이고 이것저것 떼면 항상 마이너스다"라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이 테트라팩에서 생산하는 종이팩들을 이용해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사정이 이러한데, 일부 보수언론들은 테트라팩의 공장 철수에 대해 "강성노조가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를 해 외국자본들이 철수하고 있다"고 보도해 조합원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정장훈 테트라팩노조 위원장은 "아파도 쉬지 못하고 연간 1200억 원의 흑자를 내면서 일해 왔는데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공장 폐쇄를 통보했는데, 조선일보가 '강성노조' 운운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이런 부도덕하고 먹고 튀는 악질자본에 대해 10년이고 20년이고 싸울 작정이다"라고 말했다.

노동자 착취해 이윤내고 내빼는 다국적 기업

외국자본들의 이같은 '먹튀' 행태가 이어지는 데는 한국 정부의 책임도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테트라팩의 경우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대다수 노동자들의 장기근속으로 임금부담이 늘어나자 영업망만 남겨두는 방식으로 이윤을 취하겠다는 속셈이라는 지적이다. 오랜기간 숙련된 노동으로 이윤창출에 공헌해 온 한국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아랑곳없다는 처사다.

김장식 조직부장은 "외국자본이 한국에 들어와서 10-20년 정도 있으면 영업망이 확실히 굳어지고, 그러면 공장을 철수시키고 영업망만 남겨놓게 된다"며 "한국에서는 종이팩 판매만 하고 고용창출은 없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장식 조직부장은 "'먹튀'기업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며 정부가 나서서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먹튀기업' 테트라팩의 부당함을 폭로하는 차량 선전전

전국 37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도 지난 4일 테트라팩코리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상임활동가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실컷 부려먹고 어느날 갑자기 떠나는 일이 많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라며 "아프리카 구호활동을 하고 스웨덴에선 존경받는다는 기업인 테트라팩이 행하는 한국에서의 처사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정부의 무관심이 '먹튀' 자초한다"

나현필 활동가에 따르면, 법적인 강제사항은 아닐지라도 OECD가이드라인과 ILO비준 등 국제적으로 지켜져야 할 다양한 기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미권에 비해 그나마 이를 잘 지킨다고 알려진 유럽 기업이 '먹고 튀는' 것은 한국 정부의 책임 방기가 큰 이유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국제적 기준들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외국 기업이 단체협약을 존중하고 고용에 영향을 주는 생산시설 이전을 금할 것을 준수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의무가 있다.

나현필 활동가는 "분명히 의무사항을 알고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얼마나 외국 기업의 한국 노동자 무시를 방기했길래 테트라팩이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나올 수 있겠는가"라며 "왜 한국에서는 다국적 기업들이 마음껏 노동자들의 인권을 무시할 수 있는지 정부는 돌아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국제민주연대는 아시아 각국이 모이는 노동인권 회의에서 테트라팩의 실상을 알려내고 연대를 요청할 예정이다.


해고 예정일을 이틀 앞둔 테트라팩노조 조합원들은 현재도 서울 한남동 테트라팩코리아 사무소 앞에서 공장 재가동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전개하고 있으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스웨덴 원정투쟁이나 불매운동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상급단체인 전국민주화학섬유연맹은 8일 오후 3시 이 장소에서 '테트라팩 자본철수 규탄, 공장재가동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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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진

    테트라팩 측에서 경인일보였던가? 여하튼 역겹게도 저 투쟁하는 노동자분들을 지들이 끝까지 배려하고 그랬던것처럼 광고를 한면전체에 냈더군요...긴급한 연대가 필요할 듯 합니다 저들이 자본의 힘으로 그런 광고로 여론을 분산시키려하니 말입니다

  • 또 지랄

    테트라팩이 또 신문사에 돈 먹여서 지랄했군요. 짜증나는 기업이네요
    글구 테트라팩 다니던 사람아 그냥 가던길 가세요 와서 헛소리 하는거 보니
    너도 그 신문사랑 같이 돈 먹었나보네...많이 먹어서 배부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