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기자회견 중인 베네수엘라 외교부장관 [출처: venezuelanalysis.com] |
루이스 포사다의 활동 무대였던 남미 국가들은 일제히 이런 미국의 결정을 일제히 비난하고, 포사다를 소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쿠바 외교부 장관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포사다의 석방을 명령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남미의 악명높은 CIA 테러공작원
포사다 카릴레스는 누구인가?
포사다 카릴레스는 초기 쿠바 망명자 출신으로 1961년부터 40여 년간 미 CIA 공작원으로 일 해왔다. 포사다는 1998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CIA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들은 폭발물에 대해서 가르쳐 주었고, 살인과 폭탄테러, 사보타지를 조직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며” CIA 공작원으로서 자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포사다는 1961년 쿠바에서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한 픽스만 작전에도 개입했으며, 73명이 사망한 1976년 쿠바 민간비행기 폭파사건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폭파사건으로 한 때 베네수엘라 첩보기관과 함께 일하기도 했던 포사다는 즉시 체포되어 베네수엘라 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포사다 카릴레스는 베네수엘라를 탈출해 엘 살바도르로 가서 니카라과의 악명 높은 콘트라 전쟁을 직접 지원하기도 했다. 1980년대 초 시작된 콘트라 전쟁은 미 CIA가 로널드 레이건 정부의 승인 아래 산디니스타 혁명정부를 전복하고 내전을 유도하기 위해 콘트라 반군을 지원한 비밀공작이다.
1995년에는 거의 1주일에 한 번 꼴로 1년 동안 41차례의 폭탄테러를 가한 혐의로 온두라스에서 강제출국 당했고, 한 명의 이탈리아 인이 사망한 1998년 하바나 호텔 폭탄 테러에 대해서도 용병을 엘살바도르에서 자신이 파견했다는 점을 뉴욕타임즈 기자들에게 시인한 바 있다.
“테러와의 전쟁”은 위선
미국은 우익 테러리스트의 피난처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9일 “그(포사다 카릴레스)는 살인자이자, 테러리스트이며, 고문기술자이다. 그리고 그는 미국에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이것이 미 정부가 말하는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다.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은 거짓말이다”라며 부시 행정부를 비난했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쿠바 외교부 장관인 펠리페 페레즈 로퀘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건은 미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이 가진 이중 잣대와 위선을 드러내는 명백한 증거라고 비난하고, 즉각 포사다 카릴레스를 송환하라고 요구했다. 니카라과 정부도 10일 성명을 통해 포사다 카릴레스의 석방결정을 비난하며 니카라과로 포사다를 송환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미 민주당 의원들도 포사다 카릴레스를 테러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할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미 국내외의 압력에 직면해 부시 행정부는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 2001년 911테러이후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테러범을 숨겨주는 국가 또한 테러국가”라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포사다를 송환하지 않고, 비호하는 미국도 테러국가인 셈이다.
미국이 우익 테러범들의 비호한 것은 비단 포사다 카릴레스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포사다와 카릴레스와 함께 쿠바를 비롯한 여러 CIA 공작에 가담했던 올란도 보쉬도 1990년 사면되어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는 2004년 2월 TV에서 쿠바 민간여객기 폭탄테러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했고, 그 전 10년간 쿠바에 대한 11차례의 무장공격, 칠레, 니카라과, 스페인 등 쿠바의 카스트로에 대한 세 차례 암살기도에서 자신이 역할을 했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발표하기도 했다. 멕시코에서 쿠바 외교관을 살해한 가스파르 히메네스 역시 1976년 마이애미에서 잎어난 차량폭탄테러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기소가 취하되었다. 2002년 차베스 정부를 전복하려 했던 베네수엘라 전 육군대위 에두아르도 가르시아도 미국에서 거주하며 플로리다 에번글레이즈에서 함께 군사작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와 베네수엘라, “포사다를 송환하라”
미, “고문우려 때문에 안 돼”
이상한 점은 포사다 카릴레스가 테러혐의가 아닌 불법입국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아왔다는 점이다. 포사다는 지난 4월 19일 보석으로 석방되었으며, 5월 8일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포사다 카릴레스는 현재 불법입국으로 출국명령서를 받아놓은 상태이며, 베네수엘라와 쿠바가 아닌 국가에서 그의 추방을 승인하면 미국을 떠나게 된다. 현재까지 쿠바와 베네수엘라가 송환을 요청하고 있으나 미국은 “고문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송환요청을 거절하고 있다.
쿠바와 베네수엘라 외에는 니카라과가 가능성을 제시한 상태이다. 그러나 유달리 우익 테러리스트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미국에서 거주를 보장해 왔던 전례를 보았을 때, 미 행정부가 남미 국가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