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학교에서 쾌적한 교육환경의 만들기 위해 직업에 대한 편견과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면서도 한가족의 가장으로 당당히 희망을 가꾸며 살아가는 중년의 여성노동자들. 그러나 이들은 항상 6월이 되면, 아니 이미 4월부터 올해는 또 어떻게 넘어가나 하는 한숨과 불안에 떨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전형을 보여준다.
![]() |
청주대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2003년 법정 최저임금인 52만 원도 안되는 40만 원의 임금을 받고, 이마저도 3개월 이상 체불되고, 4대보험은 물론 연월차, 생리휴가조차도 없는, 극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20여 명의 적은 조합원이지만 똘똘 뭉쳐 투쟁을 전개한 바 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그동안 못 받았던 최저임금 위반 임금과 각종 수당 등을, 그것도 도망간 용역 사장에게서가 아니라 원청인 청주대를 통해서 받아내며 승리를 맛보았다.
비록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극악한 최저임금에 시달리는 전형적인 여성비정규노동자들의 전형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삶의 희열을 맛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도 잠시 항시 원청이 청주대와 용역회사간의 계약기간 만료일인 6월 말이 가까워지면 항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직면하곤 했다. 올해도 역시 용역계약기간이 만료되면서 조합원들은 혹시라도 계약에 문제가 생겨 해고되는 사태가 발생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평균 나이 50대 중반으로, 30명의 조합원 중 절반이 가구의 경제를 책임져야 할 가장의 위치에 있으며, 평균 근속이 7-8년이나 된다. 이들은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까지 용역이 뭔지도 모르고, 간접고용이 뭔지도 모르는, 그저 청주대 직원인줄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용역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건물 청소 이외에 운동장 풀 뽑기, 입시 준비 강의실 청소 및 재정비, 심지어 외국인 교수의 사외주택 청소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생기고 원청의 사용자성이 대두되자 청주대에서는 일절 직접지시를 중단하고 용역회사 사장을 통한 업무지시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매일 오전 8시 출근해서 학생과 직원, 교수 등 구성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복도와 화장실 청소를 마쳐야 한다. 근근히 청소를 마치면 빈 강의실을 찾아 학생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며 하루를 보낸다. 평균 조합원 1인당 5-6개의 화장실과 7-800여 평의 강의실을 청소해야 한다. 50대 중반의 여성노동자들에게는 무리한 중노동임에 틀림이 없다.
올해 신축 강의동이 생겼다고 한다. 그럼에도 인력을 충원해 주지 않아 담당 조합원들이 죽을 듯 살 듯 일을 해야만 했다. 충원이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일을 하면 되지만 책임감 때문에 탈진할 지경까지 일을 해야만 했다. 이 지경이 되어도 용역회사는 '용역단가'를 내세우며 사정을 하고, 원청인 청주대는 '전혀 상관없다'며 외면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결국 용역회사에서 반일근무를 제안하여 어느 정도 업무를 줄여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청주대 직원버스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언감생심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해 텅빈 직원버스 이지만 이들에게는 이마저 이용할 권리가 없다. 충남 대천에 청주대 수련원이 있어 교직원과 학생들이 여름방학만 되면 맘껏 이용할 수가 있다고 한다. 이 역시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적용 제외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차별이 존재한다. 가장 힘들고 남들이 외면하는 일을 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이 단지 원청에 의해 씌어진 비정규직이란 이유만으로 수많은 차별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받는 임금은 본봉이 월 최저임금 796,920원보다 35,370원이 많은 832,290원에 교통비와 식대 75,000원을 받으며, 4대보험료를 제외하면 830,152원을 실수령한다.
막내딸과 함께 살고 있는 가장인 한 조합원의 경우 장가 가는 아들을 위해 2,000만원을 대출받았고, 매달 원금과 이자만 65만 원이 지출되어야 한다고 한다. 전화, 전기, 수도요금으로 6-7만 원을 내고, 각종보험으로 10여만 원을 지출하고, 겨울의 경우 난방비로 20여만 원을 지출한다고 한다. 다행히 망자가 남긴 연금이 있어 대출금을 상계하여 그나마 근근히 생계를 이어나간다고 한다.
남편이 대리석 관련 건설 일을 하신다는 한 분의 경우 남편의 일거리가 장마철과 겨울철 4개월을 제외하고, 비 오는 날을 제외하면 실수입이 생활비로 쓰일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자녀가 고1, 중1, 초2학년에 다녀 자녀 보육에만 40여만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사글세를 살아 월 20만 원이 나가고, 남편과 본인의 핸드폰 요금과 수도, 전기, 전화요금 등 제세공과금이 50여만 원이 고정적으로 나가 도저히 살림을 이어 나갈 수가 없어, 일이 끝난 후 횟집에서 5시간동안 설거지를 하며 60만 원의 추가 수입으로 근근히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 한다.
한 조합원의 경우 이런 박봉에도 불구하고, 야간 부업까지, 한겨울 보일러도 돌리지 않고 자녀 3명을 대학까지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 식료품 이외네 옷, 외식, 문화생활은 꿈에도 꾸지 못했고, 삶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돈독한 기독교 신앙이었다고 회상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동일한 조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회복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들 양육비와 주거비, 그나마도 병이 없으면 다행이지, 가족 중에 병이라도 걸리면 당장 가계가 파탄에 이르는 상황 속에서 근근히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바램은 단 하나다. "눈치 보이고, 비참하지만, 한여름 막일 끝내고 씻을 샤워실 하나 없지만, 이 청주대에서 고용불안 느끼지 않고, 월급 제 때 제 때 받았으면" 하는 것뿐이다.
노동조합, 원청인 청주대학교에 고용승계 확약 요구
민주노총 충북본부와 공공서비스노조 충북본부는 5월 17일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청주대학교의 반노동자 행위에 맞서 충북지역 노동자의 연대투쟁을 조직할 것이며 1인시위를 비롯하여 교내외 집회와 대시민 선전활동을 전개, 더 나아가 필요하다면 이 모든 사태의 근본원인을 만들어 낸 청주대 최고책임자의 책임을 묻는 직접적이고 강력한 투쟁을 벌여 나갈 것임을 밝혔으며 원청인 청주대학교가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에 나서 고용승계를 확약할 것을 요구하였다.
한편 같은 날 소집된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표자회의에서는 청주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역사회의 주요사안으로 부각시키는 것과 함께 민주노총 충북본부 차원의 총력투쟁을 결의하였으며, 청주대학교 개교 6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6월 5일을 기점으로 주요집회를 청주대학교에서 개최하는 등 투쟁계획을 확정하였다.
최근 울산과학대학교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원청으로부터 고용승계를 확약 받았듯이 청주대학교가 고용승계를 약속할지 지역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10여 년을 묵묵히 일해온 여성노동자들의 한 맺힌 투쟁은 더욱 격렬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