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김근태-천정배, 비정규입법 사과하면 연대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진보대연합, 민중경선제 등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성현 대표가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과 천정배 민생정치모임 의원과의 조건부 연대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된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문성현 대표는 22일 CBS전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진보대연합 차원에서 김근태 전 의장 및 천정배 의원 측과 조건부 대선 연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문 대표가 제시한 연대의 조건은 김 전 의장과 천 의원의 ‘비정규입법 참여에 대한 사과’다.

문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김근태 전 의장과 천정배 의원이 한미 FTA에 반대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에 찬성한다는 점에서 연대의 필요조건이 갖춰진 셈”이라며 “비정규입법에 참여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면, 민주노동당은 이들과 대선에서 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어 “한미FTA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그리고 비정규법안 반대, 이렇게 세 가지 사안에서 같은 뜻을 갖고 있는 시민단체와 세력, 인물과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정치권과 연대, 당 내부에서도 별 호응 없어

진보대연합을 두고 현재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진보대연합 자체에 대한 찬반부터, 연합의 범위와 기준 등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제출되고 있다. 그러나 당 대표가 직접 나서 구여권의 특정 인물을 연합 파트너로 지목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문 대표가 이에 대해 당 내부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진보대연합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당내에서도 각 세력들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노동당 내부 정서상 진보대연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세력이더라도 열린우리당 등 기존 정치권과의 연대 주장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지난 17일 열린 한 토론회에서 진보대연합의 범위를 ‘좌로는 사회당, 노동자의힘부터 우로는 비(非)열린우리당 개혁정치세력’으로 규정한 바 있는 정종권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도 열린우리당 등 기존 정치권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종권 위원장은 직접적으로 김근태 전 의장과의 연대와 관련해 “과거를 불문하고 합의할 수 있는 권한은 우리가 아니라 대중에게 있다”며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과거와 단절하고 연합하는 것은 대중에게 설득력을 얻어낼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당, “반한나라당 전선에 합류, 2007년판 비판적지지”

이처럼 문 대표가 김 전 의장과 천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제로 이 구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민주노동당 내부의 반대 여론도 문제지만, 민주노동당이 추진하는 진보대연합의 또 다른 축인 진보진영이 이에 동조할 리 만무해 보인다.

당장 한국사회당은 문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이들(김근태 전 의장과 천정배 의원)과의 연대를 모색한다는 것은 반한나라당 전선에의 합류를 의미한다”며 “비판적 지지의 2007년 판”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광은 한국사회당 대변인은 이어 “무엇무엇에 반대한다는 몇 가지 표피적 공통점을 확인하는 것으로 정치적 연대를 꾀하려 한다는 점에서 퇴행적”이라며 “눈앞의 표계산이 아닌 원칙과 비전에 대한 정치적 합의와 이를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정치적 연대를 이루는 것이 합당하다”고 지적했다.

김근태, “문 대표, 한나라당에 정권 넘어갈 수 있다는 걱정 차원”

한편, 진보진영 내부의 반발을 차치하더라도 문 대표의 제안은 그가 지목한 연합 파트너들에게도 그다지 호소력 있게 다가가지 않는 듯 하다. 실제로 김근태 전 의장도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를 ‘반한나라당 전선 확대’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김 전 의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성현 대표의 연대 시사 발언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 냉전 수구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걱정차원에서 연대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받아들인다”고 짧게 답했다.

문 대표의 바람과 달리 민주노동당이 당 외곽의 좌우를 아우르기에는 이들의 간극이 너무 넓어 보인다. 민주노동당이 어느 한쪽을 포기하는 게 보다 실현가능한 진보대연합의 그림으로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