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자들은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과 노동자대중이 대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의견 일치를 이뤘지만, 해결 방안으로는 각각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민주노동당 우경화” 한목소리...활용 여부에는 온도차
성두현 해방연대(준) 대표는 토론회에 앞서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후보의 선거운동과 진보진영의 선거운동이 과연 얼마나 다른가”라고 반문하며 “몇 단계, 몇 박자 같은 용어로 포장을 많이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진솔한 지적이 없다”고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들을 꼬집었다.
▲ 성두현 해방연대(준) 대표. |
권영길 의원의 ‘진보적 성장론’에 대해서는 “자본주의 하에서 성장론은 어쩔 수 없이 자본의 성장론”이라며 “나라가 성장하고 경제 덩치를 확대하면 나에게도 뭔가 오지 않을까 하는 대중의 기대와 환상에 대해 틀렸다고 분명히 지적해야지, 우리도 성장 전략이 없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면 이미 지배세력에 굴복하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해관 민주노동자연대 회원은 “민중을 주체로 하는 정치투쟁의 장이 아니라 후보 중심의 선거이벤트로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며 “투쟁과 멀어질수록 후보들이 진보이미지를 덧칠하기 바빠서 ‘정책 모드’로 선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에 맞서는 ‘전투적 후보’를 내세우기 이전에 토대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며 투쟁하는 민중을 주체로 세우기 위해 민중참여경선제(민중경선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해관 민주노동자연대 회원. |
이경수 노동전선 대표는 “민주노동당 같은 의회주의 정당을 통해 사회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진보정당이 급진적 요구를 제시하지 못해서 성공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라며 “보수적 성향이 강해지고 ‘성공 신화’에 빠져 있는 노동자계급들을 급진화하기 위해 선전 선동을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경수 대표는 “민주노동당 후보들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관심은 내가 좋아하는 얘기를 하는지 확인하는 수준 밖에 안 되는데, 주체적으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결집해 힘을 모으는 방식이 왜 제기되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늦더라도 밑바닥에서부터 논의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아주 낮은 단계에서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홍석만 노동자의힘 중앙집행위원은 “민주노동당이 노동자대중의 열망을 반영할 수 있느냐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라며 “후보들 간 반장선거 수준의 정책 대결에서 실제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적 전망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는 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대중의 관심이 높아진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 이경수 노동전선 대표. |
결론 없는 토론회...‘각개약진’이 해답?
성두현 대표는 진보진영에서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비판이 흐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본주의 모순 해결 말고는 돌파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진보는 대중에게 열린우리당 같은 개혁세력과 한 묶음으로 여겨져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진보진영이 사회주의 세력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며 “사회주의가 아닌 다양한 지향이 진보진영 내 공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어려운 시기에 애매한 주장 해봐야 전체 흐름에서는 실질적 의미가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노동자계급이 올해 대선에서 사회주의로 향하는 과도적 요구를 관철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과 기간산업의 사회화 △비정규직 차별 철폐,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자리 보장 △최저생활 보장 등을 핵심 요구로 제시했다.
▲ 홍석만 노동자의힘 중앙집행위원. |
이날 성두현 대표의 제안에 대해 토론자들은 부정적이었다. 이해관 회원은 “혁명적 강령으로 세력이 커진다고 한다면 한국 자본주의는 바로 셔터 내렸을 것”이라며 “강령으로 갑자기 대중이 급진화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현재 좌파의 행로를 보았을 때 망해가고 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덜 망한 데 있고 까놓고 망한 데 있는 차이일 뿐”이라며 “이 국면에서 대중들에게 판을 여는 것에 집중해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경수 대표는 “선전선동 문제보다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접목해서 투쟁에 나서느냐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운동에서 과학적 접근이 중요하다지만 감상적으로는 실패했다. 좌파가 앞장서서 투쟁에 나섬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모아내지 못하는 것은 운동의 문화 문제”라고 지적하며 “내 운동을 통해서 가장 빨리 바꿔낼 수 있는, 내 생각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선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홍석만 중앙집행위원은 대선 과정에서 노동자대중을 주체화하고 후보 중심성을 탈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노동자, 빈민, 사회적 소수자 등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주체들 모두가 후보로 나서는 ‘내가 후보다’ 운동을 전개할 계획”고 밝혔다. 이를 통해 “좌파 진영이 민주노동당 형태의 의회주의적, 사민주의적 전망을 넘어 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노동자계급 단위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