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원인은 그룹 전체에 있는데 왜 분리교섭?

이랜드 사측은 오늘(18일) 교섭에서도 분리교섭을 주장했다. 사측은 교섭이 시작된 16일부터 분리교섭을 주장한 바 있다. 사측은 왜 분리교섭을 노조에게 요구하는 것일까.

이랜드 노조 측은 애초 법인을 분리하지 않고 교섭을 할 것을 요구했다. 왜냐면 현재 노사의 쟁점이 법인별로 나눠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섭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외주화 문제는 한 법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랜드 그룹 전체의 정책으로 시행되고 있다. 뉴코아의 경우 지난 4월부터 계산원 업무 전체를 외주화 하기 시작했으며, 홈에버의 경우에도 신생 매장 직원을 관리직원 몇 명을 제외하고 모두 외주용역으로 채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도 뉴코아, 홈에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뉴코아는 외주화를 이유로 총 141명을 해고했으며, 홈에버는 21개월 된 노동자 32명을 해고했다.

물론 법인별로 다른 쟁점도 있지만 결국 이랜드 그룹 전체가 비정규법 시행을 앞두고 추진하고 있는 외주화와 이로 인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불안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근본적 원인이다. 이에 노조 측은 동시교섭과 일괄타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일단 분리교섭을 받아들인 이유는 사측이 "분리교섭을 하면 진전된 안을 가져오겠다”라고 해 교섭의 효율성을 위한 선택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오늘 오후에 열렸던 기자회견에서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사측이 진전된 안을 약속했지만 이를 어기고 기만적으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측, 공동투쟁 기운 꺾고 여론 반전 기회 노리나

이런 사측의 분리교섭 주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뉴코아노조와 이랜드일반노조의 공동투쟁의 기운을 꺾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측은 “최대한 한 군데라도 빨리 농성을 풀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밝혀 이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

현재 진행 중인 교섭에서도 사측은 뉴코아 쪽에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외주화를 중단하겠다는 전향적인 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홈에버 쪽에는 ‘18개월 이상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장’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뉴코아 노사만 타결을 이룰 수도 있는 상황이다.

만일 한 군데라도 먼저 타결되면 타결되지 않은 노조의 농성장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의 심적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노조에 대한 여론이 “한 쪽은 잘 타결되었는데, 왜 한 쪽은 그대로냐”라는 방향으로 흘러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측이 분리교섭을 통해 한 쪽을 최대한 타결시키려는 의도도 이런 효과를 노린 교섭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노조 측은 다시 한번 “동시타결”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오늘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조 측은 “사측은 분리교섭을 하면 진전된 안을 내겠다고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라며 “노조는 분명히 타결 시에는 하나로 모아서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