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 결과 취재 완장을 차고 있던 경찰은 서초경찰서 소속으로, 서울지방경찰청은 해프닝성이라고 해명했지만, 공권력이 투입되는 민감한 현장에서 경찰이 취재완장을 팔뚝에 착용하고 있었던 데 대한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평상복 차림을 한 이 경찰은 왼쪽 팔꿈치 쪽에 ‘한국기자협회’라고 적힌 연두색 프레스 취재완장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한 손에 수배된 노조간부 사진과 명단이 든 전단을 들고 있었다. 뉴코아 강남점 농성노동자에 대한 경찰의 연행이 막바지에 이를 때쯤 호송차 근처에서 취재완장을 차고 있던 이 경찰은 연행 노조원의 얼굴과 손에 쥔 전단과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취재완장을 차고 있던 경찰에게 소속을 묻자 “연합기자, 세계일보기자, 짬뽕기자”라며 분명하게 소속을 밝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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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창영 영상기자 |
“방송국 기자가 항의하며 던진 프레스완장을 주워 찼다”
이날 취재완장 배포를 담당했던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실의 이만국 경위는 “포토라인 설치에 대해 한 방송국 기자가 항의하며 던진 프레스완장을 주웠으나 보관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 팔뚝에 착용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고 “정식으로 (차고), 수배자 검거 목적을 위해 이용한 것이 아니고 팔목 부분에 잠시 두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만국 경위는 “만약 어떤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고 했다면 장난처럼 연합뉴스 기자다, 세계일보 기자다 라는 답이 나왔겠냐”며 “기자가 농담을 진담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오늘 오후 서울지방경찰청도 민중언론참세상으로 전화를 해와 도용의 목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론의 관심이 쏠리는 긴박한 현장에서 오해를 살 만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한 경찰의 책임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경찰의 사진채증 등으로 민감한 현장에서 취재기자가 사용하는 취재완장을 착용한 것은 설령 해프닝성이라고 하더라도 취재방해 등 언론침해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회장은 “농담으로라도 기자라고 밝히거나 취재완장을 차고 있었던 것은 기자 사칭으로까지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장난 삼아서라도 차지 말아야할 완장을 찬 것은 경찰의 사진 채증 등 다른 목적의 오해를 살 수 있으며 이것은 언론취재행위를 방해하는 언론 자유 침해로까지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준희 회장은 “경찰의 공식 사과까지 받아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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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창영 영상기자 |
협회 측과 협의하고 배포했다던 취재완장, “인기협은 협의한 바 없다”
이날 현장에서 배포된 취재완장은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실이 담당했고, 서초경찰서 홍보담당자들에 의해 기자들에게 배포되었다. 취재완장은 한국기자협회와 인터넷기자협회가 제작한 두 종으로, 한국기자협회 소속 기자는 연두색 취재 완장을, 인터넷기자협회와 사진기자협회, 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공동 제작한 주황색 완장을 착용하게 되어있다.
이만국 경위는 “대형집회 및 시위 때 프레스완장을 차지 않는 기자들이 확인되었고, 기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인터넷기자협회, 한국기자협회, 방송카메라기자협회와 협의를 거쳐 제작 후 남은 완장을 현장에서 따로 배포하게 되었다”며 “FTA 집회 당시에는 협회에서 나와 같이 나눠주었는데, 협회 직원들이 일정이 있어 오늘은 우리(경찰)만 나눠주게 되었다”고 밝혔다. 협회와 협의를 거쳐 경찰 측에서 자체적으로 취재완장을 배포했다는 주장이다.
한편 지난 3월 27일자 기자협회보 기사에 따르면 한국기자협회는 '시위현장 등 위험지역에서 기자들의 안전한 취재를 보장'하기 위해 경찰청과 공동으로 취재완장을 제작 배포했다고 쓰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이 기사에서 “2백여 개의 취재완장을 제작해 기협 소속 서울지역 17개사 시경캡(시경에 출입하는 캡틴기자의 줄임말)들에게 각각 5개씩 취재완장을 지급했다”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