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파병이 결국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을 몰고 왔다.
외신을 통해 8명의 석방과 1명의 피살이라는 비보와 낭보가 엇갈렸던 25일과 26일. 긴급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연이어 개최했던 정부가 상황 변화에 따른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외신을 통해 피살 됐다고 보도된 1명의 피살자가 배형규 샘물 교회 목사임을 최종 확인하며, 26일(목) 8시 10분 경 공식 브리핑을 갖고 사태의 유감을 표했다.
2004년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중단을 촉구하던 이라크 무장단체가 고 김선일 씨를 납치, 한국 정부가 파병 강행의 원칙을 확인하는 가운데 살해 됐던 안타까운 사건에 이어 아프가니스탄 파병이 끝내 무고한 희생을 초래했다는 점에 있어서, 한국 정부 또한 책임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 "무고한 희생.. 책임 면할 수 없을 것"
긴급안보정책조정회의를 주재 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26일 오전 8시 10분 경 긴급 브리핑을 갖고 "고인의 명복"을 빌며, 무고한 민간인을 희생시킨 탈레반 무장 세력의 만행을 규탄하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백종천 안보실장은 "비통 심정으로 머리 숙여 고인의 명목을 빌며 큰 충격과 깊은 슬픔에 젖어있을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애도의 말씀 드린다"며 배형규 목사의 피살을 최종확인, 애도를 표했다.
이어 "정부는 무고한 민간인들을 납치하고 인명을 해치기까지 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납치세력들이 억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을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납치단체가 무고한 민간인을 희생시킨 것에 대한 책임은 면할 수 없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라며, "무고한 민간인을 해치는 행위는 어떤 한 이유에서든 정당화 될 수 없으며, 용납될 수 없다"고 책임을 강조했다.
백종천 안보실장은 "피랍된 우리 국민들이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아프간 정부와 유관국과 긴밀히 협조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정부는 사안의 엄중성을 감안해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고위급 특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정부, 파병에 대한 책임
백종천 안보실장이 발표 한 정부 긴급안보정책조정회의 성명에는 탈레반 무장세력과 대 국민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무고한 희생'에 대한 유감 표현 뿐만 아니라 그간 조심했던 '납치단체가 무고한 민간인을 희생시킨 것에 대한 책임은 면할 수 없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는 등의 경고의 강중도 포함하고 있다. 한국인 피랍 사건과 관련해 최고위 긴급안보정책조정회의가 공식 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탈레반 무장단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와 '무고한 희생'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정부의 원죄적 책임인 '파병'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이 없다.
사실상 이번 23명의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의 근본적 책임이 탈레반 무장 세력이나, 현지 선교를 떠난 23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911사태 이후 미국의 패권 전쟁에 동참한 한국 정부의 한국군 파병 정책에 있다 점이다. 무고한 희생에 대한 근본적 책임을 묻는다면 이번 대국민 성명은 핵심을 은폐하고 있는 셈이다.
그간 한국 정부는 23인이 피랍된 상황에서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 된 동의/다산 부대의 철군은 '계획 대로 진행한다' 는 입장을 계속 유지해 왔다.
한편, 8명 석방과 관련한 엇갈린 외신 보도와 관련해서는 공식 확인을 유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