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예고된 정부의 이주노동자 단속이 또 다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 사무소는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어기고 등록, 미등록 여부에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잡아들이고 있다. 공장, 음식점 등에 영장도 없이 들이닥쳐 위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더욱 강화된 양상을 띠고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은 그 동안 인권유린 및 불법이라는 비난을 받아왔지만, 이번 단속에서도 전혀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오히려 단속을 활용해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영장도 없이 합법, 불법 가리지 않고 일단 잡아들여
지난 8월 20일 성수에서 진행된 단속은 그 동안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이 유린된 전형적인 사례로 보인다.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에 따르면 20일 성수지역에서 진행된 단속과정에서 단속반원들이 “적법체류중인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했으며 “영장과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다짜고짜 무자비하게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폭행당한 이주노동자들 중에는 여성도 2명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적법절차에 따르지 않고, 무작정 외모만 보고 이주노동자로 보이는 사람들을 일단 잡아들여서 적법신분인지를 가리고 있는 단속반의 인종적 편견과 바닥 수준의 인권의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례다.
이들 이주노동자들이 적법한 신분인 것이 확인된 이후에도, 출입국은 사과는 커녕 오히려 공무집행방해로 고소했으며, 피해자들 중 1인에게 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국 변호사는 불법체류에 대한 혐의가 있을 경우에 조사 목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데, “보호할 때는 긴급보호서를 제시하거나 출입국 관리 사무소장이나 외국인 보호소 소장, 또는 출장소 소장 등이 발부하는 보호명령서를 제시하도록 되어 있다”며 단속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오히려 출입국에서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속된 이주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 보호소에 들어와서야 보호명령서를 볼 수 있게 된다. 23일 성수지역에서 단속된 쇼학 이주노조 조합원의 경우에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단속반에게 끌려왔고” 단속 당시에 반드시 제시해야 할 영장도 없이 “보호명령서는 들어와서나 볼 수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권영국 변호사는‘영장주의의 원칙’이라는 것은 “사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신체를 구금할 경우 적법절차를 거쳐서 하라는 것”이며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려고 할 당시에 절차를 지켜서 하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출입국에서 일반적 관행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사실은 ‘영장주의 원칙’을 어기는 위법이라는 것이 권영국 변호사의 설명이다.
또, 무작정 공장이나 식당으로 들어가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는 것도 문제라고 권영국 변호사는 지적한다. “관리인이 있는 이상은 관리인의 동의를 받거나 수색영장을 받아서 들어가야 한다”며 이런 단속 행태는 주거침입에 해당되는데, 이건 “형사처벌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장염 앓는 생후 7개월 아기도 아무 조치 없이 보호소로
28일에는 장염을 앓는 생후 7개월의 아기가 보호소에 구금되는 일이 벌어져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사건은 28일 오후 8시경 성남 수정 경찰서 소속 경찰 두 명이 식당에 들이닥쳐 영장 제시 등의 적법절차 없이 이 모씨를 연행해 가면서 시작되었다. 방문취업비자로 입국해 이주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남편은 이 모씨가 단속되었다는 사실을 듣고 장염을 앓고 있는 아기와 함께 보호소를 찾았다. 아기의 상태가 좋지 않고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해 출입국에 출국을 약속하고 아기 엄마를 석방해 달라고 남편이 요청했지만, 출입국은 이를 거부하고 “7개월 된 아이도 어차피 불법”이라며 7개월 된 아이를 방치한 것에 대해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자는 보호소에서 하루를 보내고 300만 원의 보증금을 내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애초 법무부는 일시보호해제를 대가로 1000만 원을 요구했으며, 이주노조를 비롯한 사회운동 단체들의 항의를 받고서 300만 원으로 보증금을 낮추었다.
노동부도 사장편에서 단속 묵인
단속과정에서 인권유린으로 비난받는 것은 비단 출입국관리사무소 뿐만이 아니며, 노동부가 오히려 여기에 일조하고 있다. 8월 24일 수원 노동부(경인지방노동청 수원지청)는 퇴직금을 진정하러 온 이주노동자가 사장에 의해서 신고하겠다고 협박을 받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했다. 사장은 퇴직금을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를 경찰에 신고해 출입국에 인계되는 과정을 묵인했다.
노동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신고에 협력하면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등 이주노동자들이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노동자들의 피해를 구제해 주어야 할 노동부가 오히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권리의 사각지대로 몰아내고 있는 셈이다.
이주노조 사무실 앞에서 단속하기도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단속을 통해 단속에 반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활동 자체를 막으려 한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28일 이주노조가 목동에 위치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단속에 대한 항의집회를 하고 있는 동안 단속반이 이주노조 사무실 앞에 차를 세워 놓고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했다. 이 과정에서 이주노조 조합원 한 명을 포함해 15명이 단속되었다고 이주노조는 밝혔다.
노동조합 사무실 바로 앞에서 단속을 벌여 조합원이 단속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조합 활동이 위축될 수 있고, 조합원들에게 큰 위협이 된다는 측면에서 이 또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출입국이 나서서 봉쇄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