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사회운동포럼 세 번째날 열린 2007여성대회에서는 기존의 여성운동에 대한 염증과 새로운 여성운동에 대한 갈증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이 자리에 모인 200여 명의 노동조합, 사회운동단체 활동가들은 ‘계급성을 상실한 채 신자유주의 정책에 동승한’ 여성단체연합 중심의 기존 여성운동에 대한 평가와 함께 대안적 여성운동에 대한 절실함을 확인했다.

“더 이상 기존의 여성운동으로는 안되겠다”

새로운 여성운동을 위한 여성선언을 앞두고 그 기초 작업의 하나로 ‘너/나/우리 그리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시작, 2007여성대회’가 9월 1일 사회운동포럼 세 번째 날 성대 B108호 강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에는 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회 위원장이 발제를 맡았고, 김은주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래군 사회운동포럼 집행위원장, 진우 전국학생행진 활동가가 패널토론으로 참석했다. 사회는 이봉화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여성위 위원장이 진행했다.


발제자로 나선 호성희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회 위원장은 “여성에게 좋은 기회를 주는 것처럼 선전되는 노무현-김대중의 신자유주의 여성정책이 수립되는 데에 상당부분 여성단체연합의 노고가 있었다”며 “사회운동으로부터 자율성은 얻었지만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율성을 얻지 못했고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견지하지 못했다는 사회운동 내에서의 비판도 광범위하다”고 기존의 여성운동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호성희 위원장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는 사회운동이 페미니즘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지만, 여성해방 운동 역시 자본주의를 지양하는 운동이어야 한다”며 “자본주의 비판과 여성주의가 결합한, 그것을 토대로 한 페미니즘 지향을 만들어야 한다”고 여연 중심의 여성운동 한 축으로 진행될 새로운 여성운동의 지향성을 이 같이 밝혔다.

패널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김은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여연의 성과를 전면 부정하지 않지만 계급적 한계가 드러난 여연을 통한 여성운동은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라며 “다른 여성운동을 만들기 위한 네크워트가 더욱 구체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기존의 여성운동 평가와 페미니즘의 지향에 있어 호성희 위원장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지만, 계급적 관점을 잃지 않는 페미니즘이라는 한 측면에서 “소수자와 연대가 되어 확장해가는 페미니즘”을 내세워야 한다고 첨언했다.

“오는 100주년 3.8여성의날 새로운 여성운동의 전망을 논의하는 장으로”

사회운동포럼 여성운동전략기획단은 이날 대회에 앞서 “여성대회에서는 사회운동포럼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사회운동의 이념, 조직, 실천에 대한 내부적 반성을 공동의 토론을 통해 진행하고자 한다”며 “2007여성대회는 사회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을 위한 첫 시도이며,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논의를 통해 결합의 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운동전략기획단은 제안한 여성대회 선언문(초)에서 “페미니즘은 사회변혁운동이며 ‘사회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은 사회운동의 이념과 전략, 실천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혁신을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대안전략을 구성하는데 가장 중요하고도 긴급한 과제”라고 선언문 취지를 밝혔다.

여성운동전략기획단은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여성의 빈곤화는 점차 심화되고 있으며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는 주체이자 가족 해체를 막기 위한 주체로서 이중삼중의 역할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며 “한국사회 사회운동의 위기는 여성노동자의 주체화를 위한 운동을 형성하지 못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대안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운동전략기획단은 △사회운동 전략의 재구성과 △새로운 공동체 구성 △성적 차이에 기반한 보편적 권리로서의 노동권 여성노동권 확립 △여성의 자기조직화/자기교육 진행 등을 전략과제로 세우고 여성운동의 전략 방향을 논의하는 열린공간 구성과 오는 100주년 3.8여성의날을 새로운 여성운동의 전망을 논의하는 장으로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이날 여성대회는 사회운동포럼 여성운동전략기획단이 제안한 여성대회 선언문의 취지를 공유했다. 선언문은 패널 및 플로어 자유 토론을 통해 다듬어진 후 추후 공지를 통해 채택될 예정이다.

“여성노동자 만이 아닌 ‘여성’만의 문제가 별도로 있을까”, “자본주의 바뀌면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 아니다”

한편 새로운 여성운동에 대한 절실함은 공유되었지만, 세부 내용으로 좁혀보면 시각차도 드러난다. 선언문 초안이 여성노동에 집중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여성 억압의 문제를 여성노동자의 입장에서만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또한 ‘노동권’의 개념이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도 상존한다. 한편에서는 “여성노동자 만이 아닌 ‘여성’만의 문제가 별도로 있을까”라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가부장제 여성폭력 문제에 대해 좀 더 비중 있게 배치되어야 한다”며 “건강권, 주거권, 사회보장권, 재산권 등등 가족구성 관련 억압의 문제를 임노동관계로만 파악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바뀌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성노동자 입장에서만 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호성희 위원장은 “여성노동자들의 문제를 넘어 여성일반의 문제가 무엇일까 고민이 있을 수 있다. 남성의 폭력성 자체가 여성억압의 원인이라고 보지 않지만 쟁점일 수 있다”며 “임노동관계를 폐절함으로서 여성문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은 전제이다”라고 언급했다.

호성희 위원장은“가족에게 부여되었던 사회적 역할, 그 속에서 그러한 역할이 여성에게 전담되어왔고 여성의 고유한 권리와 노동권은 제한되었다. '가족'은 여성억압을 재생산하는 구조”라는 주장을 잇고 “가족을 비판하면 지금의 가족제도를 바꾸는 것을 생각하는데, 제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이 덜 필요한 세상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