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진행된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 총회 모습/ 이정원 기자 |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선언문과 과제의 문구 수정과 관련 논의, 질의 응답들이 이어졌다.
선언문에는 사회운동이 처한 현실과 지향하는 바, 사회운동의 반성과 새로운 운동원리로 삼고자하는 소통, 연대,변혁이 무엇인가의 내용 담고 있다.
이날 총회로 도출된 실천 과제는 △민주주의의 후퇴에 맞서 급진적 민주주의를 △차별에 맞서 평등한 세상을 이루기 위해 △빈곤과 불평등에 맞서 민중의 기본생활권을! △노동권과 여성권의 결합으로 가족과 공동체를 변혁하자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서 노동권의 완전한 실현을 △공공영역과 자연자원의 사유화에 맞서 공공성 강화를 △생태위기에 맞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투자와 무역의 자유화에 맞서 국제적 민중적 대안을 △미제국주의와 동맹세력의 대테러전쟁에 반대하는 평화운동을 △한-미-일 동맹 해체하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한반도의 통일을 △신자유주의에 맞서 새로운 지역운동을 강화한다 △사회변혁은 사회운동의 혁신으로부터 등 12가지로 대분류를 정하고 중장기 적인 과제들을 나열했다.
구체적인 실천 과제로, 오는 10월 17일 세계빈곤철폐의 날 맞이 빈곤심판 민중행동 결합과 2008년 1월 세계사회포럼(WSF)의 국제 실천의 날 동참 그리고 2008년 100주년 3.8 여성 대회를 같이 준비하고 공동행동을 하자고 결의했다.
아울러 포럼의 정례화 및 이후 사업과 관련한 논의는 17일로 예정된, 집행위원회에 위임하고, 관련한 의견과 평가들은 메일링으로 소통하기로 했다.
소통에 말랐던 목을 축이고..이제는 실천의 길로
김혜진 사회진보연대 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된 폐막제는 사회운동포럼 결과를 반영하듯 즐겁고 흥겨운 분위기였다.
자체 조직된 성대 사회운동포럼 조직위원회 소속 활동가들의 마임 공연으로 시작된 폐막식은 바이올린 공연과 비폭력주의 랩그룹 실버라이닝의 공연도 이어졌다.
박래군 집행위원장은 행사를 결산하며 4일 동안 2500여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행사를 함께 했다고 보고했다.
박 집위원장은 "총회 선언문 채택, 실천 과제 합의 등 대대적으로 홍보되지는 않았고 국민들도 잘 모르지만, 운동사회가 사회운동 포럼의 이후를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세세한 차이들을 발견하면서 나아가야 할 길을 뚜렷히 봤다. 현장으로 돌아가 실천하고, 변혁을 만들고, 연대의 방법도 고민해 보자"고 이후의 '과제'에 무게를 실었다.
2007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 총회 선언문
소통/연대/변혁'의 원리로 사회운동을 혁신하고
신자유주의를 넘어 다른 세상을 건설하자 !
1.
사회운동포럼은 전쟁과 빈곤을 확산하고 억압과 착취를 강화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새로운 사회를 기획하고, 실천하기 위해 준비되었다. 우리는 19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20년, IMF 위기 10년이 지난 오늘, 사회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짚고 사회운동의 전망을 공동으로 계획하고자 했다.
지난 4일간 사회운동의 위기를 분명히 인식하고 새로운 사회운동의 이념과 전망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을 진행했으며, 포럼의 성과를 집약하여 선언한다. 우리 앞에는 걸어가야 할 멀고도 먼 길이 놓여 있다. 우리는 오늘의 결의를 안고 현장으로 돌아가 그 머나먼 길에 같이 가야 할 수많은 이들과 함께 소통하고, 연대해 갈 것이다. 그리하여 남한 사회운동의 현장으로부터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끝장내는 투쟁을 시작할 것임을 밝힌다.
2.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국경을 넘어 지구적 차원에서 인류의 공존을 위협하고 미래를 파괴하는 저주스런 현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초국적 자본이 세계를 마음대로 들락날락거리며 오직 이윤의 팽창을 위해 민중의 권리를 위협하고 세계적인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것을 보장한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인간의 생명과 지구의 생태계까지도 마음대로 상품화한다.
전 세계의 부와 자원이 북반구로 집중하며 세계적인 불평등은 더욱 확대된다. WTO, IMF,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들은 민족국가의 정책적 자율성을 침해하며 국가는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실현하는 폭력적, 배제적인 정치를 일반화한다. 미 제국주의의 압도적인 군사력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이익을 방어하는 수단이 된다. 민주주의의 파괴, 빈곤과 불평등, 전쟁과 폭력- 야만의 시대를 향한 회귀,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세계화가 지닌 참 모습이다.
그런데도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유일한 대세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사회운동은 신자유주의의 폭력을 극복하고 민중의 대안을 찾기 위해 연대하고 있다. 민중에게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결코 선택할 수 없는 미래이며, 민중에게는 언제나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
3.
남한사회의 민주주의와 사회변혁을 향한 대중적 열망은 1987년 민중항쟁을 통해 군부독재와 독점재벌의 억압과 수탈에 맞섰다. 그러나 이러한 민중의 열망을 배신하며 최초의 문민정권,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환호 속에 등장한 김영삼, 김대중 정권은 세계화와 IMF의 전도사를 자처하며 남한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에 앞장섰다. 자신을 87항쟁의 적자로 내세우는 노무현 정권은 제국주의와 자본의 편에 서서 한미 FTA 체결과 노동법 개악에 몰두하고, 미국의 침략전쟁에 동조하고 있으며 한반도를 미국의 전쟁기지로 만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고 나섰다.
남한의 지배세력은 재벌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금융세계화에 편입하여 살아남는 것을 발전전략으로 삼고 있으며, 한․미 군사동맹 강화를 한반도 및 동아시아의 평화 유지 방안이라며 강요하고 있다. 지배세력의 이러한 전략은 남한 민중의 생존권과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적인 착취와 억압, 전쟁과 폭력을 더욱 확대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사회운동포럼에 모인 우리는 이미 실패한 미래일 뿐인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예정한 길을 단호히 거부하고 그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한다. 이전의 운동의 무기력과 오류를 딛고 새롭게 출현한 전 세계적 대안세계화, 반자본주의 운동과 함께 우리는 스스로 대안이 되는 길에 나서고자 한다.
4.
자본은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자유주의 금융․군사 세계화라는 새로운 전략을 본격화했지만, 사회운동은 여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념과 노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은 채 기존의 운동적 관성을 답습하고, 수직적인 의사결정구조로 운동 내 민주주의의 기풍을 훼손하였으며, 민중들의 아래로부터의 요구에 의한 연대가 아닌 상층연대에 매달리면서 각종 조직 내 헤게모니 장악에 몰두해왔다.
그리하여 오늘날 노동조합은 자기중심적 실리주의에, 사회운동을 기반으로 탄생한 진보정당은 선거정치에 경도되어 사회운동적 성격이 탈각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이제 사회운동은 대중들로부터 고립되어 어떤 희망도, 감동도 전해주지 못하고 있다. 지배세력이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들을 각종 차이들을 내세워 분할하고, 차별과 배제를 강화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온 탓이다. 사회운동은 1990년대 이후 자생적으로 발전해온 국제주의, 인권, 페미니즘, 생태주의, 평화주의 등과 같은 대안적 가치와 결합하지 못한 채 개별 운동으로 분화만 되어갔고, 진정한 연대와는 점차 먼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
운동사회의 분화, 지배 권력의 세련된 탄압, 보수주의의 새로운 확대 등 사회운동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지만, 오히려 사회운동 내부는 조직이기주의, 남성중심주의, 학력주의, 경험주의 등 잘못된 습성과 오래된 관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자기 혁신과 사회변혁이라는 이중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사회운동포럼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치열하게 성찰하고 스스로를 혁신함으로서 부분적인 연대를 넘어 사회운동의 통합적 전망을 세우고자 한다.
5.
이에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억압과 착취, 폭력과 불평등이 강화되는 현실을 지양하고 민중의 집단적인 운동을 통해 민중의 권리를 쟁취하고 자유와 평등, 연대를 실현하는 사회운동을 강화하고자 한다. 우리는 “소통․연대․변혁”을 그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소통
소통은 민주주의의 원칙인 동시에 우리의 내적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다. 직접민주주의에 기초한 제한 없는 소통은 오직 단절과 소외만을 강요하는 자본주의의 관계 맺기를 가로질러 대안적이고 변혁적인 관계 맺기의 새로운 고리가 될 것이다. 더욱이 새로운 사회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곳에서 분출하는 운동들 간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신뢰에 기초하고 차이를 존중하면서,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수평적으로 교류하는 가운데 현실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과 공동의 실천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연대
연대는 운동의 목적인 동시에 운동의 확장 과정 그 자체이다. 소통을 경유한 경계 없는 연대는 오직 갈등과 배제만을 강요하는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에 맞서는 우리들의 삶의 원리이다. 사적 소유에 기초한 자본주의의 배타적 집단주의가 아닌 호혜와 나눔에 기초한 수평적 관계 맺기가 바로 연대이다. 우리는 의제 간, 조직 간의 기능주의적 연대를 넘어 이념, 개인, 조직 등 다양한 관계망을 횡단하는 삶의 원리로서 연대를 인식해야 한다.
지배 권력은 언제나 성, 인종, 직업, 문화적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한편 민중을 분할하고 대립하도록 만든다. 자본과 권력에 대한 민중의 통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대의 원리로 이러한 분할 통치 전략을 해체해야 한다. 나아가 연대의 원리 속에서 경쟁밖에 상상하지 못하는 자본주의를 넘어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의 새로운 기반을 만들어가야 한다.
변혁
변혁은 착취, 억압, 폭력 등으로 유지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사회구조를 폐기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소통과 연대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장될 타협 없는 변혁은 민중을 자본주의의 폭력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민중의 직접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우리의 기획인 동시에 실천이다.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가 그 위기를 지연시키기 위해 내세우고 있는 처방이 민중의 삶을 총체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현실에서, 민중의 삶의 위기는 억압과 착취, 폭력과 불평등을 양산하고 생태의 위기를 가속화하는 현실과 완전히 단절하고 사회를 변혁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변혁은 결코 결과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자기 성찰에서부터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모든 과정 속에서 변혁은 끊임없이 소통을 통해 공유되고, 연대를 통해 확장될 것이다. 변혁은 자본주의의 무차별적인 폭력에 맞서는 다양한 가치들과 주체들 간의 소통과 연대를 통해서 구성될 것이다.
6.
소통/연대/변혁을 원리로 하는 새로운 사회운동을 통해 우리는 대안적인 사회를 건설하고자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변혁이념은 민중에게 빈곤과 전쟁의 고통만을 안겨주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및 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새로운 대안사회를 이루기 위한 지향을 담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자본주의의 착취를 근본적으로 폐지하고, 민중이 지배세력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통치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구조를 구축하는 설계도이다.
거기에는 성별분업과 성차별주의를 재생산하며 여성을 억압하는 가족제도를 변혁하는 동시에 새로운 공동체를 구축하는 이상이 포함될 것이다. 당연히 민주주의, 평화, 인권, 생태주의 등 보편적 가치가 노동해방의 이념 위에 새로이 재구성되어 통합되는 그런 설계도일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그런 전망 가운데 새롭게 다가와야 한다.
그런 변혁적 전망을 세우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운동의 혁신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회운동의 혁신을 통해 운동의 전망을 튼튼히 세우기 위한 노력은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주체들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과제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소통과 연대, 구체적인 실천과정을 통해 사회운동의 변혁적 이념을 정립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나아가 변혁에 대한 전망은 대안사회의 상을 담은 청사진을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현실적으로 제기되는 투쟁과 요구를 단순히 합하는 것으로 달성할 수 없기에 대중운동과 대안에 대한 정치적 전망을 구축하는 과정이 결합되어야 한다. 지금 이 자리의 논의로 출발하여 사회변혁 이념의 정립을 위한 고민과 실천을 통해 대안사회로의 이행전략을 마련해가야 한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다양한 갈래로 발전해온 사회운동 이념의 차이를 존중하고, 그 차이 위에서 대안적인 변혁이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런 전제 아래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에 참가한 우리는 진보운동이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회운동 과제”를 본 선언과 함께 붙임 자료로 제안한다. 우리는 이 과제에 대해 많은 사회운동 주체들이 “소통/연대/변혁”의 방향성 속에서 같이 토론하여 더욱 풍부한 운동적 과제를 합의하고, 공동의 과제를 함께 실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소통과 연대를 통해 변혁의 전망을 만들어간다는 사회운동포럼의 취지는 ‘2007 사회운동포럼’ 행사 이후에도 끊임없이 계승되고 확산돼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사회운동포럼에 참여한 주체들은 물론 수많은 사회운동 주체들과 함께 사회운동포럼의 내용과 과제를 공유해 나갈 것이다.
우리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 사회운동총회 참가자들은 이상의 취지에 동의하고, 본 선언을 합의에 의해서 채택, 선언한다.
2007년 9월 2일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 사회운동총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