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친-반 모랄레스 시위 확산

“경제 엘리트 기득권 잃기 두려워 해”

볼리비아 수도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反) 모랄레스 진영간의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볼리비아 전역에서는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제헌의회를 지지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제헌의회를 압박하고 있는 반 모랄레스 진영에 대한 대응이다. 천연가스 등 기득권을 갖고 있는 반모랄레스 세력은 8월 23일 수도이전 문제를 놓고 전국 8개 주 중 6개 주에서 24시간 파업을 벌였다.

6개 주가 동시에 모랄레스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친 모랄레스 “수도이전 반대” vs 반 모랄레스 “수도이전하라”

10일 볼리비아 남부 수크레시에서 열린 집회에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선주민과 농민들은 “모랄레스 대통령이 추진하는 제헌의회 활동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인 포데모스는 내전 과정에서 입법, 행정부가 옮겨가면서 자연스럽게 수도가 수크레에서 라파스로 이전된 것을 다시 수크레로 복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수크레 시내 중심가에 집결한 선주민과 농민들은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수도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과 제헌의회를 지지하는 선주민과 농민들은 8일부터 집회를 열고 전국 각지에서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수도 라파스에서도 7천 명 규모의 집회가 진행되었다.

제헌의회는 의회 내에서 수도권 이전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자 8월 15일 논쟁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야당 세력은 여기에 반발해 제헌의회 회의를 중단시키고 있다.

이번 친-반 모랄레스 집회를 촉발시킨 것은 수도 이전이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모랄레스 대통령에 대한 야당세력 및 기득권 세력의 공격이 있다. 천연가스를 독점하고 있는 경제 엘리트는 모랄레스 대통령의 천연자원 국유화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왔다.

모랄레스 집권 이후, 경제 엘리트 기득권 잃어
천연자원 국유화에 반발


볼리비아는 920만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국가로, 서부지역은 대부분 빈곤한 선주민과 농민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주요 산업비 가동되고 있는 동부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집권 후 석유 및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 국유화를 위한 개혁을 계속 추진해 왔으며, 기득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아울러, 모랄레스 대통령이 권한남용을 이유로 개헌에 반대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4명을 해임한 것도 모랄레스 반대진영이 불만을 갖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28일 파업을 주도했던 산타크루스와 타리하 지역 주민들은 모랄레스 대통령이 정권을 잡기 이전부터 지역의 분리독립 및 자치문제를 제기해왔다. 천연가스에 대한 독점권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선주민, 농민, 빈민 등 친 모랄레스 진영과 에너지를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기득권층의 전면적 대결이 재점화되고 있는 국면이다.

존 바르가스 전 기획차관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자원 국유화로 인해 경제 엘리트들이 정치권력에 접근할 수 있는 특권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현재 갈등의 근본적 원인을 진단했다. 바르가스 전 차관은 선주민으로 처음 대통령에 오른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새로운 국가 개발 모델로 변화를 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