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살 군부독재 필요 없다!"
"버마 민주주의는 승리한다!"
버마 대사관 앞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는 분노와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버마 출신 활동가 및 이주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는 버마 액션, 버마민족 민주동맹(NLD-LA)을 비롯한 한국의 사회운동단체들은 27일 미얀마(버마) 대사관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항의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때로는 미얀바(버마) 대사관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시위 사진이 실린 기사를 전경 넘어 대사관 문 앞에 던지면서, ‘지금 당장 무력 진압을 중단하라’고 소리쳤다. 그들의 손에는 경찰의 진압으로 피를 흘리고 있는 승려들의 사진이 들려져 있었다.
버마에서 유가 인상으로 시작된 승려들의 시위가 반정부 민주화 시위로 확산되고 있다. 26일 집회에서는 버마 보안군의 발포로 승려를 포함해 최소 5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당하는 유혈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려들의 시위가 반정부 민주화 시위로
항의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아울러, 아웅산 수지를 포함한 모든 정치범을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버마의 민주화 요구 시위를 지지하는 입장을 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현재 버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1988년 3000여명의 희생자를 낳은 민주화 운동 진압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 버마의 거리는 최루탄 가스로 가득차 있으며, 시위대뿐만 아니라 길을 가던 시민들조차도 경찰에게 병과 돌을 던지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시민들은 체포를 피해 도망가는 승려들을 택시와 차에 숨긴 채 달아나기도 하고 있다며 버마의 긴박한 상황들을 설명하고 있다.
승려들과 민주화 단체들이 이끌고 있는 이번 시위는 8월 15일 버마 정부가 아무런 예고 없이 천연가스 가격을 5배, 정유 가력을 2배, 휘발유 가격을 67% 인상한데 승려들이 항의하면서 시작되었다. 버마 사회는 불교 사회로 승려들이 집회의 중심으로 나섰다는 사실은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유가 인상으로 시작된 시위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군부가 폭력을 동원해 승려들의 집회를 해산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24일 시위는 급기야 십만 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는 26일부터 집회와 야간통행을 전면 금지한다는 명령을 내리고 옛 수도인 양곤 시내에 군 병력을 투입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버마 NLD 활동가는 “평화롭게 시위하고 있는 데다 총을 쏘았다. 이제 당신들에게 남아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며 버마 군부에 대한 분노를 표시했다. 항의 기자회견에 참가한 뚜라 버마 액션 대표도 “이번에는 반드시 끝내야 한다”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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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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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욱 기자 |
버마 NLD 소속 활동가인 조 모 덩은 “승려들이 시위에 나서자 많은 여성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있다. 승려들의 시위에 다들 마음이 찌릿찌릿 해지고 있다”며 확산되고 있는 시위에 대한 지지를 확인해 주었다.
“한국 정부 침묵 말라”
항의 기자회견에서는 버마 민주화 시위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 발언도 나왔다.
버마 NLD 부대표는 “인권과 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경제적 이익이나 투자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며 “침묵을 지키고 있는 한국 정부가, 오늘 내일 중으로 민주화 요구 시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반드시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NLD 부대표는 “왜 한국 정부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지하지 않는가”라며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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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민주화 활동가 및 버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국제사회에서는 군사정권이 사용하고 있는 미얀마란 말 대신에 버마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