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와 노동부가 비정규법 시행 100일을 평가하겠다며 한국노총, 한국경총과 함께 오늘(11일) ‘비정규직 고용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토론회’를 열었으나 시작한 지 1시간 여 만에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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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라"라고 소리쳤다./이정원 기자 |
노사정 대토론회는 비정규직 노동자 41명이 강제 연행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비정규법을 평가하겠다고 만들어진 노사정 토론회에서 비정규법의 적용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쫓겨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한 노사정위원회 관계자는 “왜 남의 잔치에 와서 이러나”라고 말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강력한 항의를 들어야 했다.
연행된 노동자들은 현재 중랑, 서초, 노원, 성동, 종암 경찰서에 각각 분리 수용되었다. 이유는 토론회라는 ‘업무를 방해’ 했다는 것. 연행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디를 가도 노동부 장관을 만날 수 없다”라며 “비정규법 토론하는데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왜 업무방해냐”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연행된 노동자들은 현재 100일이 넘는 파업에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 노동위원회와 검찰 모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았으나 3년이 넘게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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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토론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토론회장 입구에서는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었다./이정원 기자 |
이상수 장관, 뒷문 없는 방에 스스로 갇혀...“방법 온당치 않아” 소리치기도
이런 상황은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격려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서자 발생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상수 장관이 나오자 “비정규법 때문에 해고 되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이상수 장관을 둘러싼 것. 이에 이상수 장관은 “이런 방법은 온당치 않다”라고 소리를 지르고 급히 장소를 빠져나오려 했으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로막혔다. 이에 이상수 장관은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피해 무대 뒤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상수 장관이 들어간 방을 향해 “면담을 해달라”, “책상에 앉아서 어떻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아냐! 직접 대화에 나서라”,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라”, “비정규법은 개선이 아니라 폐기되어야 한다”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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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장관이 격려사를 시작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법 때문에 해고되었다"라며 피켓시위를 시작했다./이정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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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기자 |
결국 출구가 없는 방으로 들어간 이상수 장관은 스스로 그 방에 갇히게 된 것이다. 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확한 면담 날짜를 잡아달라”고 요구하며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상수 장관이 방에 들어간 지 10여 분이 흐르고 토론회장에는 경찰이 투입되었다. 스스로 갇힌 이상수 장관을 빼내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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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장관을 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강력한 항의가 시작되자 이상수 장관은 급히 토론회장을 빠져나가려 했다./이정원 기자 |
토론회장에 투입된 2개 중대의 경찰이 연좌시위를 벌이던 노동자들을 강제로 한 쪽으로 몰아넣고 통로를 만들자 이상수 장관은 토론회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방에서 나온 이상수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비정규법의 문제점을 해결하자고 이런 자리를 만들었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 상당히 실망스럽다”라고 말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면담요청에 대해 “나는 면담 요청에 면담을 안 한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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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한쪽으로 몰아 넣자 이상수 장관은 토론회장을 빠져나갔다. 면담을 하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면담 요청에 면담을 안 한적이 없다"고 이상수 장관은 답했다./이정원 기자 |
이상수 장관이 토론회장을 빠져 나간 후 경찰은 항의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강제로 연행하기 시작했다. 결국 30여 분 만에 노동자들은 모두 연행되었다.
▲ 연행되는 김소연 기륭전자분회장/이정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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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기자 |
정면으로 부딪히는 비정규법 시행의 두 목적
한편, 이상수 장관은 격려사를 통해 “이 법은 기본적으로 많은 한계를 갖기 때문에 노동자도 사용자도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며 “이제 100일이 지났기 때문에 경험을 근거로 노사정 합의에 의해 결론을 낼 시기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격려사에서 비정규법을 바라보는 노사의 인식차이도 명확히 드러났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비정규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비정규법은 비정규직을 줄이지 못하며, 차별도 시정하지 못한다”라고 평가한 반면,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비정규법은 비정규법의 큰 가치인 노동유연성 강화를 오히려 퇴색시키고 있다”라며 “차별시정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을 고려해야 할 것이며, 노동유연화를 더 강화할 정책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