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보고서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1등

공공운수연맹, “수익성 등 기업적 경영능력만 판단하는 평가제도 자체가 문제”

한국정보사회진흥원, 3년 동안 전체 임금 총액에서 비정규직 임금 빼

정부가 산하기관 경영평가를 하면서 엉터리 보고서를 낸 기관을 1등으로 선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엉터리 보고서를 낸 기간은 한국정보사회진흥원.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은 3년 동안 전체 직원의 30%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뺀 임금지급 총액을 보고서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빼자 인건비 투입 부분이 대거 줄어들면서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이에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은 2006년 75개 정부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은 “직원의 단순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지 결코 고의성은 없었다”라고 해명했지만, 3년 간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등 고의성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18일 열린 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서상기 한나라당 의원은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사실을 알고 있었나”라고 물었다. 이에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은 “몇 주 전에 기획예산처로부터 통보를 받았다”라며 “문제가 있는 지표가 그대로 적용된 것은 유감”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공공운수연맹, “수익성과 실적 중심의 평가가 문제”

이에 대해 공공운수연맹은 성명을 내고 “근본적인 문제는 경영평가제도 자체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공공운수연맹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기존 정부산하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공공기관의 경영평가는 수익성과 실적 중심의 평가제도”라며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특수한 설립목적과 공공서비스의 내용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로지 얼마나 많은 수익성과 실적을 내는지, 얼마나 많은 인력과 예산을 줄였는지 등이 주요 평가항목이다”라고 정부의 경영평가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설명했다.

이런 평가제도 하에서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의 사례는 나타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공공운수연맹은 “오로지 투입 인건비를 줄이는 것만이 기관의 노동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첩경이라 생각하기에 비정규직 임금을 다른 투입비용으로 편법 처리한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잘못된 평가제도 암적 존재일 뿐”

이번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의 엉터리 보고서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숨겼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달 초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의 평가점수를 낮췄지만 이를 국회에 보고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연맹은 “기획예산처는 잘못된 경영평가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생각은커녕 자신들의 잘못을 면피하기 위해 마치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평가보고서를 조작하는 방만 경영의 온상인 양 간주하고 전체 공공기관에 대해 임금 및 노동조건 실태조사를 벌이겠다며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쥐어짜려고 한다”라고 밝히고, “오로지 기획예산처의 존립 근거만 유지하고, 공공기관의 외형적 실적과 기업적 경영능력 향상만을 강요하는 잘못된 경영평가제도는 공공기관 운영을 왜곡하는 암적 존재일 뿐”이라며 경영평가제도의 근본적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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