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지향, 학력 등의 차별 사유가 삭제된 차별금지법안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차별조장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애초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하고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원안이 이처럼 수정되게 된 데는 기독교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동성애차별금지법안 저지 의회선교연합'(의회선교연합)이라는 단체의 기여는 지대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입법예고되자 법무부에 입법반대 팩스보내기 운동과 인터넷 상에서 반대서명을 일사분란하게 조직했다.
의회선교연합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성시화운동본부, 국가조찬기도회 등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조직 구성은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한일기독의원연맹 대표회장)이 상임대표를 맡고 있고, 이광자 서울여자대학교 총장과 전용태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성시화운동본부 대표) 등이 공동대표로 있다. 운영은 사무총장인 장헌일 씨(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사무총장)가 총괄하고 있다.
의회선교연합, "동성애는 사회악"
의회선교연합은 지난 달 22일 출범 기자회견을 통해 "남여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가정은 국가와 사회의 기초단위"라며 "동성애는 윤리도덕에 어긋난 성적행위로써 결코 용납되어질 수 없는 사회악"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안을 '동성애차별금지법'으로 규정하며 "가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친족상속법과 가족을 보호하는 형법의 입법취지를 몰각한 반사회적 법안"이라며 "부도덕한 행위를 합법화하고, 나아가 동성애 확산을 막으려는 모든 건전한 노력을 불법화하고 처벌함으로써 소수자 보호라는 이유로 대부분의 국민을 역차별하는 망국적 법안"이라고 밝혔다.
의회선교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차별금지법안은)동성애 확산을 조장해 결혼율의 감소, 이혼율의 증가, 저출산 문제, 직간접적인 AIDS의 확산 등의 사회병리현상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길원평, "동성애자 차별 적정 수준 논의해서 입법해야"
의회선교연합 외에 차별금지법을 저지하기 위해 달려든 학자그룹도 있다. '배아복제를반대하는과학자모임'에 가담하고 있는 길원평 부산대 교수 등 이른바 기독학자들이다.
길원평 교수는 최근 기독교 매체 <교회와신앙>과의 인터뷰에서 차별금지법안에 대해 "이 법안이 발효되면 학교에서 동성애를 나쁘다고 가르칠 수 없고, 동성애로 물의를 일으키는 학생을 징계할 수 없고 기숙사에서 나가게 할 수도 없다"며 "동성애가 이 사회에 확산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성애가 확산되면) 사회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며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동성애의 유혹에 시달리게 되고, 동성애를 강요받는 피해자가 생기며, 동성에 의한 성폭력도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길 교수는 특히 "동성애 차별 금지 조항의 삭제를 '동성애 차별은 된다'라고 해석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지 않나"는 질문에 대해 "만약 동성애자들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로 모든 사회적 보호막을 제거하고 나면, 더 이상 동성애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며 "따라서 동성애자들과 대다수의 일반국민들을 고려해 동성애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차별이 적정 수준인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한 후에 관련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